순치황제는 샬 신부가 밤늦게까지 교리를 설명하면 서기를 불러 적게하였다. 황제는 사제관에 베로니카 성녀가 예수의 혈한(血汗)이 묻은 수건을 들고 있는 성화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상당히 감명을 받은 듯, 그 성화를 황궁으로 가져가 화가에게 그대로 그리게 했으나 동양화가가 서양유화를 그대로 그리지 못하여 실패하였다. 샬 신부는 그 성화를 황궁에 두려고 했으나 황제는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는 듯 샬 신부에게 돌려보냈다.
샬 신부 방에는 요한 세자가 황야에서 기도하는 성화가 걸려 있었으며 요한은 샬 신부의 세례명이기도 하다. 순치황제는 요한 세자의 성화를 달라고 하여 가져갔다 한다.
어느 날 황제가 샬 신부를 불러 입궁하였는데 황제가 어상에 누워 천주교 서적을 보면서 책에 그려진 종도들에 대한 고사(故事)를 물어 늦은 밤까지 설명해 주었다. 순치황제는 천주교에 대하여 상당히 호감을 갖고 있었으나 입교하지 않았다.
샬 신부는 장차 마태오리치 신부 유택 있는 곳에 묻히기를 원했으나 순치황제는 1654년 넓고 좋은 땅을 샬 신부의 유택으로 하사하였다. 샬 신부는 이 곳에 성모성당을 건립하고 1660년 8월 석비를 세우고 한문과 만문(滿文)으로 손수 비문을 지었다.
순치황제는 샬 신부에게 수차에 걸쳐 존호를 내리고 전국에 공포하였으며 그의 천문학에 대하여도 상당한 칭찬을 하였다. 이 존호의 대부분은 존경의 표시였으며 관직은 아니었다.
샬 신부의 실제 관함은 흠천감 감정(監正)이며 5급 정품(正品) 관원이다. 그러나 샬 신부는 황제의 사부(師父) 자부(慈父) 역할을 하였으므로 그의 관함은 급속히 올라갔던 것이다. 샬 신부는 1646년 4급 정품 태상사소경에 올랐으며 1651년 9월에 3급 정품 통의대부태복사경에 올랐다. 1653년 4월에 통현교사에 올랐으며 1658년 2월 1급 정품 최고 지위에 속하는 광복대부 봉호를 받았다. 샬 신부는 1급 정품 관원이므로 모자에 홍색 보색을 달고 두 날개를 펴고 있는 선학(仙鶴) 수를 놓은 조복을 입었다. 샬 신부에게 1급 정품으로 봉호를 내릴 때 그의 3대를 1급 정품으로 승봉시켰다. 중국에서는 국가의 큰 공이 있는 사람에게는 황제가 성을 하사하기도 하였는데 그것은 대단한 영예로 생각했던 것이다. 샬 신부의 중국성은 탕(湯)씨이며 샬 신부의 증조모에게는 중국의 황실 성인 조(趙)씨 성을 조모에게는 낭(朗)씨를, 모에게는 사(謝)씨 성을 하사하였다.
순치황제는 만주출신의 군인부인과 열애에 빠지게 되었다. 군인이 자기부인과 황제와의 관계를 알고 부인을 몹시 꾸짖었는데 황제가 이 사실을 알고 군인의 뺨을 쳤다. 군인은 분함을 참지 못해 자살을 하였다. 순치 황제는 즉시 군인부인을 궁중으로 끌어들여 귀인(貴人ㆍ후궁)으로 봉하였다. 귀인이 낳은 아들을 태자로 봉하려고 했는데 귀인이 낳은 아들도 죽고 얼마 안되어 귀인마저 죽었다. 순치황제는 몹시 애도하여 정사를 일체 돌보지 않았다. 황제는 죽은 귀인을 위하여 궁녀 환관 30여명을 죽여 순장지냈다. 순치황제는 스스로 삭발하고 승이 되려고 하는 것을 샬 신부가 저지시켰다.
당시 사람들은 천연두를 두려워하여 황궁 안에도 사당을 만들어 놓고 천연투신을 모시었다. 순치황제가 천연두에 걸려 위독하게 되었으나 황자들이 나이가 어려 황태자로 봉하지 못했다.
순치황제는 종형제 중에서 황제를 정하려고 하였으나 친왕들과 황태후가 황자들 중에서 선택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순치황제는 최후로 샬 신부에게 자문을 구했다.
황자 중에 장남을 제쳐 놓고 아직 7세도 안된 서출신 황자를 후계자로 봉하였다. 이렇게 결단을 내리게 된 이유는 장남인 황자는 아직 천연두를 앓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치황제는 1661년 2월 5일 밤 천연두로 23세가 채 못되어 붕어하였다. 순치황제는 니콜로 통고 바르디 신부가 서세 했을 때도 많은 장례비를 하사했고 니콜로 통고 바르디 신부가 흰 제의를 입고 강론하는 모습을 그리게 하였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