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곤히 잠든 새벽3시가 되면 한바탕 전쟁을 치루듯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돌변하는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그러나 이 안에는 남모르는 사랑과 인정이 있고, 남의 선행을 추켜주는 아름다운 마음은 더욱 풋풋하기만 하다.
수산시장내 상인들은 시장내의「숨은 진주」로 김막동씨 부부를 뽑는데 서슴지 않는다.
이렇게 김막동씨(요한ㆍ44)와 정송남씨(안젤라ㆍ39)부부가 시장 상인들로부터 남다른 사랑을 받는 것은 이들이 어려운 살림 중에서도 웃음을 잃지않고 궂은 일이나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 언제나 발벗고 나서기 때문이다.
김씨 부부는 시장내 2호 기둥 밑에 자리를 잡고서 30년 동안이나 생선만 팔아온 수산신장 토박이상인이다. 김씨부부는 한평반 남짓한 비린내 나는 시멘트 바닥에 네 다섯개의 박스를 깔고 장어ㆍ방어ㆍ도다리 등을 팔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이들의 살림은 변변치 못해 현재 남의 자리를 임시 빌려쓰는 어물전과 8만원 월세로 들어 사는 퀴퀴한 지하실단칸방이 이들이 소유한 전부다.
이렇게 남으로부터 도움을 받아도 시원찮은 판국에 오히려 남들보다 더 많은 생선과 돈을 불우이웃을 위해 선뜻 내놓은 김씨 부부. 일분일초가 돈으로 통하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시간을 쪼개어 환자들을 방문ㆍ위로하는 이들의 행위는 오히려 의아스럽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김씨 부부와 오랜 시간을 같이 나눈 이웃상인들은 이들의 봉사행위가 뜨거운 신앙에의 발로이며 김씨의 아들 태구(프란치스꼬ㆍ8)의 심장병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86년 12월 아들 태규가 심장병으로 고려대 부속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김막동씨는 지금처럼 열심한 신앙인도 봉사자도 아니었다.
「태규가 오전 8시부터 방12시까지의 수술을 마치고도 복수가 차올라 3일만에 재수술에 들어갔을 때는 앞이 캄캄했다」고 말하는 김씨부부는「아들이 살아서 돌아왔는데 이보다 더 큰 은혜가 어디있겠느냐」며 하느님 사업에 전력할 것을 다짐한 것이다.
이 일이 있은 후 김씨는 수술비를 위해 애써 번 일당을 모두 털어 도와준「베드로회」회원들을 친형제 이상으로 사랑하고 존경하게 되었으며, 현재는 이회의 구역분과위원장과 레지오 부단장직을 맡아 시장복음화의 주역으로서 괴로워하는 이들을 위로하는「착한 사라미아인」으로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곳은 단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욕지거리가 난무하고 싸움이 잦은 곳이지만, 알고보면 사람들은 너나없이 순하고 착하다」고 말하는 김씨 부부.
이들 부부는「상인들의 마음을 움직여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방법은 해박한 지식이나 설교가 아니라 불이익을 감수하는 양보와 상냥한 말 한마디가 효과적이다.」면서 신자들의 좋은 표양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예배자ㆍ영세자ㆍ견진자들을 자랑한다.
또한 장사를 하다가 간혹 손가락 묵주나 성가책을 가진 신자들을 보면 고향사람을 만난 듯 반갑다는 김씨부부는「사실 신자들에게는 싸게 팔게 되더라」며 웃는다.
튼튼하게 자라나는 아들을 바라보며 매 순간 하느님께 감사한다는 김 신부는 벌어 놓은 돈이 없어도 결코 가난하지 않으며 오히려 도움을 청하는 누구에게나 인색치 않은 부자가 되기 위해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