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고색동 289~9에 사는 박상현(바오로ㆍ26) 박경숙(24ㆍ체질리아)씨는 동네사람들로부터 좀 특별한 부부란 소리를 듣고 있다.
이 부부는 자신들과 아무 연고도 없는 노인ㆍ불구 장년 등 다섯 명을 자신들의 집에 모시고 한자리서 식사하고 목욕시키고 잔심부름을 하는 등 집안어른으로 모시기 때문에 편히 쉴틈이 없다.
자기 부모도 모시려하지 않는 세태에서 수입도 변변치못하고 건강도 좋지못한 박상현씨가 남의 식구들까지 감당하느라 항상 어려움 속에 허위적거리는 것으로 주위사람들은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제 결혼한지 9개월도 채 못된 이들 부부는 신혼의 단꿈에 젖어볼 사이도 없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해 버리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가 맺어진 인연이라는 섭리는 좀 다르다.
남편 박상현씨는 의지할 데 없는 노인ㆍ불구자들을 돌보는 「사랑의 선교회」에서 5년동안 수사생활을 하다 허리병으로 수도생활을 계속치 못하고 수도원을 떠나게 됐다.
이후 박상현씨는 가난한 이들이 유독 많이 사는 경기도 성남시에서 남들이 보고 그냥 지나치는 이들, 즉 술취한 채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이ㆍ불구자ㆍ의지할데 없는 노인들을 위해 한 여인숙의 지하실과 몇 개의 방을 전세얻어 모시기 시작했다.
통상 30여 명이 생활하던 성남시 수진동의 이 집에서 박상현씨는 고물행상으로 기본 생활비를 마련하는 한편 집안살림하고 노인들을 목욕시키는 일 등을 하며 그 거리의 사람들을 2년여 동안 돌보았다.
이때 여고를 졸업하고 성남시의 한 회사에 다니던 박경숙씨가 수진동본당 신부의 소개로 봉사차 이 집을 방문, 낮과 밤이 따로없이 탈진하도록까지 일하고 있던 바오로씨의 피골 상접한 모습을 보고 돕겠다면서 작은 일부터 맡아갔다.
점차 박경숙씨의 마음에 박상현씨에 대한 사랑이 싹트기 시작, 직장도 그만두고 집안살림을 도맡다시피하다 마침내 사랑의 포로가 됐던 것.
혼인성사 후 이들 부부는 형편이 나은 이들을 꽃동네 등 복지시설로 보내고 전세금과 결혼 당시 양가에서 모아준 돈을 합쳐 2천7백만원으로 집 값이 싼 수원시 변두리의 고색동에 47평짜리 반양옥ㆍ반한옥의 단층짜리 집을 구입한 후 정말 오갈데 없는 불구 칠순노인ㆍ사지가 절단당한 40대중년남자 등 5명만을 자신들이 직접 모시면서 가정을 꾸미게된 것이다.
이로인해 이들 부부는 신혼여행도 성남에서 가까운 인천의 자유공원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 끝낼 정도. 일요일 아침 손잡고 성당 다녀오는 것이 거의 유일한 외출로써 아직 외식한번 제대로 못해봤다지만 어느누구보다도 행복하고 충만된 기쁨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자신들은 느끼고 있다.
이들 부부는 이에 대해『가난한 이들 속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하느님을 가장 가까이서 만나뵙고 그분이 주시는 사랑이 우리 둘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며, 고물행상의 수입밖에 없는 이들 가정의 부족한 생활비에 대해선 『하느님께서 돕는 이를 통해 우리집에 건네주셔서 한번도 굶지않고 부족하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며 생활하시는 하느님이 자신들의 집에 베푼 은혜에 대해 감사했다.
현재 임신7개월인 박경숙씨는 『여태까지의 체험으로 봐서, 그때도 틀림없이 도와주실 것』이라면서 남편의 평화로운 눈빛을 바라보며 세상물정모르는 어린 아이처럼 밝게 웃기만 했다.
<崔昌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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