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를 대신해 가사를 돌보아주고 노동의 대가를 받고 있는 여성직업인을 파출부 혹은 가정관리인이라 한다. 근래에 와서는 아이를 어느정도 키워놓은 주부들이 가계에 보탬을주고 여가를 활용하기 위해서 또는 직장을 구하지 못한 대졸미혼여성들이 대거(?) 파출부로 나서는 예도 있으나 아직은 배운 것 없고 가진 것이라곤 알토란 같은 살림솜씨와 건강이 전부인 저소득층 가정의 여성들이 가장 손쉽게 택할 수 있는 일이 「파출」이라 할 수 있다.
일정한 기준에 따라 책정되는 임금이 아니므로 수요자의 가정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의 파출부들은 하루 9시간 노동에 일당 7천원~9천원을 받고 일한다.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묵묵히 소처럼, 때로 단순히 움직이는 기계처럼」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수요자 가정의 크고작은 가사를「치루어」낸다.
보람이라면 우선 자신의 가정에 작으나마 경제적 보탬이 된다는 것과 자신의 노동으로 수요자 가정의 가족원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점차 파출부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고 있지만 간혹 파출부를 직업인으로 인정하기 보다는 하인이나 노예쯤으로 업신여기는 수요자를 만날 때 정신적 육체적으로 한계를 느끼곤 한다는 그들은 그럴수록 비굴하지않고 당당해지기 위해 더 열심히 몸을 놀리며 자신을 추스린다.
파출부들의 일과는 대략 새벽5~6시쯤 시작돼 밤 10시는 족히 돼야 끝이 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요자 가정에서의 노동 외에 자신의 가정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자는 시간 외에 온종일 이중의 가사노동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들의 건강과 정신력을 지탱해주는 것은 가족들의 따뜻한 배려와 아이들의 가사노동 분담에 못지않게 수요자 가정의 「인간적인 대우」라고 제순옥(55ㆍ헬레나)씨는 말한다.
딸 다섯을 유산으로 남기고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가장과 어머니로서 가계를 꾸려온 제순옥씨가 파출부로 뛰기 시작한 것은 고향인 순창을 떠나 서울에 정착한 후이며 금년으로 4년째 접어든다.
삯바느질, 화장품 외판, 인형 봉제공장 등을 전전해온 제씨는 현재 일주일에 여섯번, 두 가정의 일을 돌보아주고 있는데 자신의 힘으로 막내딸까지 가르쳐야한다는 의무와 책임 때문인지 과중한 노동을 아직은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일이 끝나고 나서 감사하다는 말한마디에 피로가 가시고 집으로 향해가는 버스 안에서 그 가정을 위해 기도할 마음까지 생깁니다』
세딸을 출가시키고 월 3만원의 성북동 삭월세 단칸방에서 남은 두딸과 함께 살고 있는 제순옥씨는 금년에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막내딸을 자립시키고 나면 진정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으로 여생을 채우고 싶다고 한다.
『세모녀가 편히 발뻗고 누울 공간도 없지만 마음은 누구못지 않게 행복하다』는 제순옥씨.
거친 손이 보람이고 자랑이라는 제씨는『일한만큼 대우받고 파출부와 수요자가 서로의 필요를 채우며 인간적 관계가 이루어진다면 건강이 허락되는 한 해볼만한 일』이라 말한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므로…
<金仁沃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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