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이번호부터 주일복음을 중심으로한 신부님의 강론을 게재합니다. 그 첫번째는 서울 신당본당 주임 김몽은 신부님께서 맡아주시겠습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신앙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믿음에는 여러종류의 형태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즉 베드로와 같은 믿음과 유다와 같은 믿음이 그것이다. 오늘의 복음에서 베드로는 진심으로『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생각을 다해서』(마태오 22,37)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이「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었다.
습관적으로 교회에 다니는 미온적인 신앙을 가지거나, 자신의 이기심을 위해 혹은 체면 때문에 마지못해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진심에서 믿어지는 믿음을 가지는 사람에게는 불가능이란 있을 수 없게 된다.
오늘의 복음에서처럼, 예수께서는 지금도 각 신자들에게『너희는 나를 누구라 생각하느냐?』하고 물으신다. 이번 주일에는 특히 이 질문에 대한 거짓없는 대답을 해보자. 체면이나 이기심으로 해서「믿어 보는 믿음」인가? 베드로와 같이 진심으로「믿어지는 믿음」인가?
사실 베드로와 같이 진심으로 믿어지는 믿음, 확신에 찬 믿음 즉『선생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조금의 의심도 없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믿어보는 믿음, 믿어주는 믿음은 사실 믿음이라 할 수 없지만, 믿어주는 믿음이라 할지라도 그 믿음의 핵(核)에 자기가 놓여져서는 안된다. 즉 유다와 같은 믿음은 믿어지기는 했지만 자신이 주(主)가 되고, 예수님은 심부름꾼, 보호자 정도로 믿어서는 안된다. 요즈음 교회내의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도 그런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결국 그런 사람들은 많은 공로를 쌓고 교회를 위해 하느님을 위해 일을 하고는 있지만, 결국에는 자기의 이익을 위해 일할뿐이다(영신적인 이익이든 간에). 그런 믿음은 주님을 팔아넘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기적을 보고 믿겠다는 믿음은 사실 믿음일 수가 없다. 믿음을 보이면 기적은 덤으로 따르게 된다. 『믿는 자에게는 기적이 따른다』(마르꼬16, 17).
필립보의 가이사리아는 옛날 바알신(神)을 숭배하던 중심지였다. 그 근방에는 여러 신당(神堂)들이 있었고, 예수님 시대에도 그런 우상을 숭배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곳이었다. 그런 곳이기에 하느님께 대한 굳은 신앙이 더욱 요구되었다. 오늘날의 우리들의 현실도 필립보의 가이사리아 지방처럼 온갖 우상을 숭배하는 시대이다. 우상의 종류만 다를 뿐이다. 즉 돈, 권력, 쾌락 등을 위시해서 물질만능, 과학만능의 우상이 그것이다. 각종 사상(思想)이나 이데올로기 등이 인간의 정신을 혼미케하고 마비시키는 그런 우상이 지금 우리 신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주님은 진정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이런 신앙고백을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외칠 수만 있다면 그런 우상을 허물어 버리는 일은 쉬운 일이다. 왜냐하면 그런 믿음의 고백은, 반석과 같은 절대 부동(不動)의 것이기 때문이다.
베드로는 이 고백으로 인하여「베드로(반석)」라는 이름이 내려졌고, 사실상 주님께서 명명하신 반석 위에 세워진 교회는 어떠한 시대의 위협이나 박해, 태풍과 폭동의 소용들이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그것은 각 개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주님은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고백하는 믿음만이 하느님께서 보증하시는 굳은 믿음이다.
한편 베드로가 받은「하느님나라의 열쇠」는 곧 교회의 권위요. 사도들의 권한이다. 교회는 주님이 위탁하신 그 권한으로 모든 사람들의 죄를 용서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끝으로 분별력에 대해 말씀하신다.
아직은 주님의 때가 아니므로, 예수께서는『자신이 그리스도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신다. 이는 우리가 전교하는데도 슬기롭게 해야 함을 뜻한다.
오늘날 광신자들이 날뛰는 모습은, 곧 예수님을 욕되게 함이라는 것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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