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창조신앙에 비추어 본 피조물의 위치를 몇 가지 관점에서 부연해 보고자 한다.
① 피조물은 하느님의 영광을 반영한다.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의 영광을(시편86, 6~12) 드러내며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으시다(창세1, 31). 보나벤뚜라 성인은 신비적이고 관상적인 눈으로「하느님과 피조물의 관계」를 보고 있다. 그에 의하면「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의 흔적(Vcstigia Dei)이다. 비록 비이성적인 피조물일지라도 하느님의 흔적 또는 그림자이며 그 안에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F. 코플스돈「중세철학사」P338-353). 모든 자연 속에서 인간은 하느님의 글자(또는 암호)를 발견하며 모든 피조물은 인간에게 보내는 하느님의 사랑의 편지이다.
자연자체(自然自體)는 하느님의 계시가 아니며, 하느님의 형상(形相)도 아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 안에서 하느님의 아름다움과 선하심의 반사와 반영을 인식할 수 있다.
② 피조물 안에 내재(內在)하시는 하느님
하느님은 세계를 창조하시는 동시에 존재케 하고 보존하신다. 세계는 하느님의 창조적인 힘 때문에 존재하며 하느님이 그 안에 계신다. 『하느님은 만물 위에 계시며 만물 안에 계십니다』(에페소4, 6). 세계를 초월하는 하느님은 또한 세계 안에 내재하신다. 「이 성서적 창조개념은 우주에 존재를 주어있게 하는 일, 즉 존재의 부여만을 뜻하지 않고 창조물 안에 하느님의 영이 임재함을 뜻합니다」(요한 바오로 2세 회칙「생명을 주시는 주님」P22-23). 이냐시오 로욜라 성인은「사랑을 얻기 위한 명상」에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영신수련 No235, 236) 「어떻게 하느님께서 피조물에 거처하시는지 생각해볼 것이다. 즉 무생물과 함께 하사존재를 허락하시고, 식물과 함께하사 성장을 허락하시고 또 동물과 함께하사 감각을 주시고, …중략…알아듣기를 주시면서 사랑 안에 생활하심을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존재와 생명과 감각과 지성을 주시면서 내안에 계시고 또한 나를 당신의 지존하신 천주성과 비슷한 모상으로 창조하심으로써, 나를 당신의 궁전으로 삼으셔서 내안에 계심을 생각할 것이다….」
③ 땅은 인류의 공동유산
이 지구는 궁극적으로 인류의 공동유산이며 그 소출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람과 모든 민족이 이용하도록 창조하셨습니다」(사목현장 69항). 그러므로 이 세상의 천연자원에 대한 무자비한 파괴와 남용, 수소인에 의한 자연자원의 독점은 하느님의 선물과 은총을 거스르는 것이다.
④인류의 죄(罪)가 피조물에 끼친 영향
창세기 1~11장의 내용은 세상을 더럽히게한 분쟁과 고통의 원인을 묘사한다. 인류의 첫 조상을 이 하느님과의 친교와 땅의 소출을 누리도록 창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조물로서의 자기의 처지를 거부하고 하느님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유혹에서 하느님과의 계약을 깨트렸다.
이 죄는 인간을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동시에 인간공동체의 파괴를 가져왔다. 또한 이런 죄의 경향은 피조물에 대한 폭력과 파괴, 지배로 이어진다. 모든 피조물은 인류와 함께 고통을 겪으며 탄식한다. 피조물이 겪는 수난은 인간이 그들에게 휘두른 폭력행사의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오늘날까지 다함께 신음하며 진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로마8, 19~22).
⑤그리스도교적 희망의 원천
인류의 범죄로 인해 갈라지고 분열된 인간과 세계에 대한 희망의 서광은 하느님이 인간과 맺은 계약의 성실성에 기초한다. 하느님의 계약은 인간을 넘어서 모든 피조물을 포함한다. 하느님은 피조물과 계약을 맺으셨으며(참세기 9장), 하느님의 계약은 창조질서를 포함한다. 이 계약정신이 창조질서의 보전을 위한 토대가 되며, 교회가 이 세상의 생존을 위협하는 모든 위험에 대해 응답하는 근거가 된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셨다. 하느님이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단죄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아들을 시켜 구원하시려는 것이다」(요한3,16-17)
하느님은 성자의 육화(肉化inearnatio)를 통하여 인간과 세상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형상(形相)을 드러내시며 인간과 세상의 본래적인 모습을 회복시키려고 했다. 그리스도께서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신 첫분이시며 이분은 모든 피조물가운데서 맏아들이 되셨다(골로사이 1, 15-20). 그리스도의 부활은 새로운 참조의 시작이며 이분은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의 새 창조의 근원이 되셨다. 『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고 말씀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요한1, 3). 그리스도의 선재(先在)와 구속사건이 새로운 창조의 출발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활하신 주님안에서 새하늘과 새땅(북시록21, 5)에 대한 희망이 싹트게 되었다. 이러한 새 창조와 구원사건은 단지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신앙고백이 아니고 역사적인 사건이었으며, 우리는 이 구원과 새로운 창조의 결실을 이미 이 세상 안에서 맛보게 된다. 이는 바로 교회의 신비와 그 사명 안에서 잘 드러난다.
⑥창조질서의 보전을 위한 교회의 사명
그리스도가 이룩하신 구속과 새로운 창조가 이 역사와 세상 안에서 구현되는 것은 교회를 통해서이다. 즉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는 이 구원과 새로운 창조의 신비를 이 세상안에 현존케하고 드러내는 표징이다(교회헌장 제9항). 바오로 사도는 이 신비를 다음과 같이 웅장하게 표현하고 있다.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곧 피조물에게도 멸망의 사슬에서 풀려나서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스러운 자유에 참여할 날이 올 것입니다」(로마서8, 18~25).
생태계의 위기와 환경문제에 대한 신앙인들의 관심과 투신은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에서 우러나온다. 교회가 이 세상 안에서 자신의 이 사명을 잘 간직하며 나아갈 때 오늘의 인류가 직면한 환경문제 해결에 진정한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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