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농촌교회의 심각성으로 직결된다. 이 같은 점에서 한국교회의 모태 역할을 해 온 농촌공소의 침체화 및 피폐화에 대한 교회의 대책마련과 배려, 농촌공소 활성화를 위한 방안 수립 등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현재 전국에 산재한 공소는 농촌에 생활기반을 두고 있는 농촌공소로서 총 1천5백46개(89년말 CCK통계)이다. 이는 한국천주교 2백주년을 기념한 84년에 비해서도 1백85개소가 줄어든 것이며, 이 같은 현상은 특별한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계속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또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이들 공소의 20% 정도만이 나름대로의 적극적인 공소활동과 시대에 부응하는「현장교회」모습으로 변화돼 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될 뿐 나머지 절대다수는 침체화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 대부분 공소의 침체화는 농민ㆍ농촌문제의 영향에 따른 피폐화와 함께 신앙공동체 유대감 및 현장교회의 역동적인 모습까지 상실하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농촌에서만 살아온 충남공소의 김상건씨(시몬ㆍ37세)는『예전에는 그래도 확실한 공소예절과 신자들간의 유대감이 강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면서『공소가 활성화 방안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전교구 사목국장 유흥식 신부는『공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회가 농촌 공소들을 사랑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해줘, 신자들이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회의 농촌공소에 대한 배려가 부족함을 피력했다.
농촌공소 신자들은 저곡가 정책으로 인한 수지맞지 않는 적자농사, 소비와 지출 증대에 따른 농가경제 궁핍심화, 농업ㆍ농민에 대한 사회적 천시에 따른 농민의 생산자로서의 긍지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무시 등과 같은 사회적인 농촌문제와 빈약한 공소재정 가운데 공소활동을 부흥시켜 보려는 등의 신자로서 겪는 딜레마가 함께 맞물려 이중고에 처해 있다고 한다.
가농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공소 중 자체예산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공소가 전체의 70%가 넘고, 공소재정은 절대빈곤의 처지에 있으며, 전체의 3분의1의 공소는 공소건물조차 없고, 건물이 있어도 대다수가 보수되어야 하는 실정이며, 공소비품 구비도 매우 빈약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외에도 농촌교회 일선 사목자 등 관련자들의 말에 따르면 농촌공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 중 대표적인 것은 △공소신자 수의 감소와 젊은 일꾼부족 △농민에 대한 사목적 노력의 부족과 또 일부 사목자들의 힘겨운 노력에 대한 결과의 빈약 △농촌본당의 사목위원 중 공소회장이 거의 드문 현실 등을 꼽고 있다.
현재 교회의 농촌교회에 대한 배려는 전체면에서 볼 때 극히 미비하지만 대전ㆍ안동교구ㆍ가톨릭농민회 등에서「공소회장단 모임」등을 통해 공소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계자들이 제시하는 방안들은 △농업에 따른 신학정립 △공소관련 전담사제
△공소간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공소사목회장 연합회 또는 공소사목회 조직 △농촌교회 및 공소의 현황 및 문제점 그리고 방안을 수립할 수 있는 전문 연구기관설립 등이다.
특히 일선공소회장들은 공소 활성화 방안 중 가장 시급한 것으로「공소지도자 양성」과「공소재정의 확보」를 내세우고 있다.
공소지도자문제와 관련 관계자들은 농촌교회의 심각한 일꾼 부족 기혼자 종신부제직의 시행을 단계적으로라도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고, 공소신자들의 자립의지 및 참여의지를 신장, 공소공동활동을 통한 기금 마련, 본당ㆍ교구ㆍ도시교회의 자매결연 등을 통한 경제적 나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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