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향해 가다가
당신의 문앞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이 하루가 다 저물기전 노을혹에 담아둔
당신이 마련하신 오늘 최후의 저녁 풍경속에
너무도 고요히 밤이 오고있읍니다.
이 거친 세상 한끝을 함께 따라 저물어 온
오늘 하루의 제 삶을 생각합니다.
하루하루 늘려온 나이만큼
늘어난 허물과 죄를 생각 합니다.
어둠의 거리를 끝없이 떠돌기만 할때
당신이 물려주신 그날의 그 목소리잊고
당신이 손수 눈물으 닦아주시던 손길도 놓고
또다시 당신의 밖을 떠돌다
어두움 속에서 몇번씩 길을 잃기도 했읍니다.
모르는 사이에 몸에 배는 때처럼
돌아보니 몸도 더렵혀질 대로 더럽혀져 있읍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기 위해 이 길을 걸어오는 동안
아직도 흔들리기만 하는 발걸음을 생각했읍니다.
이대로는 차마 당신앞에 갈 수 없어
자꾸만 겉옷에 쌓인 먼지만을 털다가
속주머니 쌓여온 티끌과 누추함
나날이 늘어오기만한 욕망과 죄의 조각
지금 이런것들을 털어 하나씩 불으 지르고 있읍니다.
한세월을 내가 영원히 구원받을수 없는 목숨으로 살아올때
당신이 천둥과 번개로 나의 이마를 때리고
내가 키워온 헛된 욕심의 느릅나무 허리를 분지르시던
그날의 뜨겁던 사랑의 불씨 하나를
타다남은 당신 문앞의 재 속에서 헤집어 내
다시 불태우고 있읍니다.
비우고 있읍니다.
불탈수 있는 내 마음의 찌꺼기들이 모조리 빠져 나가
가장 가난한 뼈 몇 도막으로
당신앞에 서고자 합니다.
버릴것을 모조리 버리고 난 뒤
비로소 느끼는 이 온전한 허기로
당신앞에 나아가고자 합니다.
새벽하늘로 새로운 하늘빛이 번져 오듯
나의 허기속에 채곡채곡 들어와 쌓일
당신의 사랑을 나는 목마르게 기다립니다.
내가 이렇게 모든것을 내어주고
허기속에서 새우는 기나긴 터널의 밤을
맑고 깨끗한 별빛 하나 보내 새벽까지 지켜주시던
당신과 처음 만나던 그 밤처럼
나는 당신의 사랑앞에 거듭 새로 나고자 합니다.
내가 용서할수 있는 것만을 용서하고자 할 때
용서할수 없는것까지도 용서하시는 당신
내가 내 마음의 하늘에서만 만나고자 할 때
이미 이 땅의 가장 고통받는 이들 속에 와 계시는
당신이 내 안에 있고
내가 당신의 속에 있어 비로소 완전한 하나가 되는
오오, 당신 내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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