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4월1일로 창간 62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본지를 아껴주시고 성원해주신 전국의 모든 애독자들과 해외 30여 개국 동포 신자 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매년 창간기념호를 발행할 때마다 되풀이 해오고 있는 말입니다만 저희들은 과연 애독자제위의 기대와 요구에 상응하는 신문을 제작해 왔는가 먼저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항상 다짐하고 굳은 각오와 결심을 해보지만 돌이켜보면 부족하고 모자란 점이 더욱 많음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그러기에 허물과 결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애정과 인내로 본지를 구독해주시고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시는 수만 애독자 여러분에게 마음 속 깊은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로 애독자제위의 본지에 대한 넘치는 애정과 성원이야말로 수많은 어려움과 역경을 이겨내고 본지가 오늘의 영광을 누리는 원동력이 되고있음은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전국 및 해외동포 애독자여러분!
저희는 여러분의 그처럼 따뜻하고 온화한 격려와 때로는 무서운 매질과 엄한 꾸지람을 거짓없이 기쁜 마음으로, 겸손되이 받아들여 새로운 자세로 한해 동안 일하겠읍니다.
애독자여러분이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물질과 금권이 만능시되고 있는 오늘과 같은 사회현실에서 교회언론의 사명과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고 중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곧 물질과 금권의 지배는 인간성의 파괴내지는 상실을 초래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본래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몸집은 커지고 배(復)는 불룩하지만 마음은 얼음장같이 차갑고 머리속은 텅빈 벌집처럼 보기조차 흉하게 변모해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가족집단이나 단체의 이득(利得)에만 눈이 멀어, 자기네 주장만 옳다고 소리치고 남의 말은 아예 들어보려고도 하지않고 심지어 욕구충족을 위해 남을 모함하고 짓밟으며 죽이기까지 예사로 하는 무서운 세상이 오늘의 우리현실입니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학생들의 소요와 근로자들의 집단시위 등이 나라전체를 긴장과 불안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고 강도ㆍ절도ㆍ인신매매 등의 흉악범이 꼬리를 물고 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어느 노목사(老牧師)의 범법적인 방북(訪北) 사건을 놓고 정부와 여야, 그리고 재야 소수인들까지 가세해 위법이다 아니다, 옳다 그르다 등을 외쳐대고 있는 무대가 바로 우리의 삶터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제대로 신앙생활을 영위한다는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닐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충실히 잘하면 할수록 손해를 여러 면에서 많이 본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애독자 여러분!
세상이 시끄럽고 악해지며 남들이 편하게만 살려고 한다해서 우리도 우리의 신앙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겠습니까? 신자 각자의 의욕이며 교회의 최대과제인 전교와 사회복음화의 사명을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해 버릴 수 있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이 세상이 잘못되고 있는 근본원인은 악인들이 많아서라기 보다는 선인들이 더욱 선해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말에 비추어보면 만일 나라 종교인들 모두가 선인으로 산다고 가정하면 오늘의 우리사회가 이처럼 병들고 시끄럽고 불안정하겠습니다.
결국 오늘의 사회 제(諸) 문제는 종교인들에게 크나큰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2백50만 천주교 신도 역시 일말의 책임을 면키는 어려울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천주교 신도의 퍼센테이지는 전체국민의 5%선을 조금 상회하는 미미한 백분율이지만 2백50만이란 신도수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소금이나 누룩이 겉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의 역할이나 중요도는 누구도 과소평가 할 수 없듯이 우리의 교세 2백50만도 그와 같아야 하리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비록 부족하고 모자람이 많은 것을 잘 알지만 본지가 우리 신자들로 하여금 이 세상의 소금과 누룩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사제의 절대수가 부족하고 전교의 의무를 지고 있는 신자들이 복잡하고 바쁜 현대생활 탓으로 그 임무를 수행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본지가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천주교인들은 이 세상형편이 어떠하든간에, 세상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 살아가든지간에 신앙인으로서의 우리의 신분을 포기하거나 숨길 수 없습니다. 이와 더불어 신자로서의 최대 임무인 전교를 등한히 할 수 없습니다.
신앙인으로 떳떳이 살면서 병들고 악해져만 가는 이 세상에 말과 모범으로 신앙을 증거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이 일을 게을리하거나 포기해 버린다면 우리는 악의 방조자 혹은 조력자로서의 오명을 씻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애독자 여러분!
우리는 이 세상이 잘못돼 가고 있는 현실을 팔짱만 끼고 앉아 구경하고 있을 수 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무엇인가를 지금부터라도 나서서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아직도 나혼자만 천당가면 그만이다는 그릇된 구원관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는지요?나혼자 미사참례 열심히하고 고백성사ㆍ영성체 자주하면 남이야 어찌되든, 이나라가 어찌되건 상관없다는 독선적 이기주의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신자로서의 테두리만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에서 주일미사참례만으로 족하다고 잘못판단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오늘날 수많은 신흥종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고 그들의 주된 포교대상이 천주교신자들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시사하고 있습니까? 또 실지로 여호와의증인신도 70%이상이 천주교신자출신이라는 통계는 무엇을 입증하고 있습니까?
왜 천주교신자들은 무식하다는 얘기를 계속 들어야하고 타종교의「밥」이 돼야합니까?
우리는 우리 신자들이 진정 이사회의 소금과 누룩이 되고 더 이상 무식하다거나 타종파의 유혹에 걸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교육이나 강습ㆍ세미나ㆍ피정 등의 기회가 계속적으로 주어져야할 것임을 강조합니다. 이 문제는 한국교회 전체가 공동책임을 지고 해결해 나가야 할 일로 생각합니다.
저희들로서는 본지가 신앙인들의 신심을 고취하고 교회공동체의 활성화와 전교의 대변지로 널리 활용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금년한해도 지면을 쇄신하고 배전의 노력과 흔신의 정성을 기울일 각오입니다.
애독자여러분!
올해로 창간62주년을 맞는 본지를 변함없이 아껴주시고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찬 격려와 사랑을 베풀어주시길 앙청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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