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신앙은 완전히 자기자신이 죽은 상태를 뜻한다. 자기가 살아 있는 한 참된 신앙은 싹트지 않는다. 어떤 동기에서든 이기심이 거기에 있을 때, 그것은 진정한 신앙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주님은 오늘의 복음을 통해 지금 바로 우리들에게 말씀하신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제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얻을 것이다』
설령 이기심의 동기에서 신앙을 찾으려 했다 할지라도 궁극에 가서는 그 이기심은 물론이요, 자기자신까지도 버리지 않는다면, 진정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은 아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다시한번 스스로를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나는 나자신을 버렸는가? 아니거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할지라도, 나의 이기심, 나의 욕망, 나 개인만을 위한 그릇된 신심을 가지고 있지나 않는지?
지금 우리나라는 그리스도교의 전성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전교가 잘 되고, 교회가 날로 번창해 가고 있다. 그런데도 사회는 나날이 악으로만 치닫고 있다. 하기야 그러니까 교회로 도피처를 찾아. 그렇게도 교회가 늘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간에 일단 교회의 문을 들어온 이상, 이 사회에서 도피하겠다는 비굴한 마음이나, 그 밖의 다른 이기심을 모두 버리고, 마침내는 자기자신까지도 버리지 않으면, 예수의 참된 제자가 될 수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오늘의 교회에는 진정한 그리스도인 즉「자기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예수를 따르는 참된 신앙인이 부족한 것만은 사실이다. 자기를 버리는 신앙이 아니고서는『세상의 빛』(마태오 5、14)이 될 수 없고, 다만 자기만을 위한『됫박으로 덮어 둔』(동15절) 잘못된 믿음 밖에는 될 수 없다.
참으로 빛이 아쉽다. 너무나도 세상이 어둡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얼마되지 않는 신자들이었지만、그 당시의 어둡던 세상을 그렇게도 밝게 비추었는데, 왜 오늘날 이렇게도 많은 신자들이 있는데도 이 어두운 세상에 빛이 되지 못하고 있을까?
오늘의 복음은 바로 이러한 오늘날의 우리의 신앙을 꾸짖는 것만 같아, 주님의 십자가 앞에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다. 왜냐하면,『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믿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이 자신의 신심을 살펴보자. 내 이기심, 내 욕심, 나만을 위한 믿음은 결코 신앙의 꽃을 피울 수 없다. 『제 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얻을 것이다』
우리의 신앙이 이기심에 의한 것이라면, 이 세상의 헛된 영화나 부귀, 그리고 출세나 그 밖의 세속적인 성공따위이기 때문에 주님은 그에 대해서 간곡히 타이르신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해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사람의 목숨을 무엇과 바꾸겠느냐?』
확실히 이 세상은 잘못된 가치관 속에 살고 있다. 목숨 아닌 것을 소중히 여기고, 목숨과 직결되는 것들을 가볍게 여기고 있다. 신앙은 생명, 즉 영원한 생명과 직결돼 있는데도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찾으려는 것보다는、신앙을 통해서까지도 속된 것을 얻으려는 그릇된 믿음을 가진다면, 그것 역시 목숨과 관계가 없는 일이다. 그런 믿음은 예수 그리스도와도 전혀 무관한 믿음이다. 심판날에는 그러한 믿음까지도 문책을 받게 될 것이다. 『사람의 아들이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자기 천사들을 거느리고 올터인데 그 때 그는 각자에게 그 행한 대로 갚아줄 것이다』
주님은 오늘의 복음의 말씀을 여러 곳에서 되풀이 하신다. 『정말 잘 들어두어라.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아끼는 사람은 잃을 것이며,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목숨을 보존하여 영원히 살게 될 것이다』(요한12, 24~25).
또 사도 바오로처럼『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달려 죽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 19~20)라고 고백할 수 있는 믿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