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불과 반세기 전만해도 환경오염 문제가 전쟁, 질병, 기아 등의 당면문제를 제치고 인류생존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로 부상하리라고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60년대 중반까지만해도「환경오염」이란 단어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였으며 최근에 들어서야 비로소「환경오염」이 인류의 장미빛 미래를 파괴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인식이 제고되기 시작하였다.
범세계적으로는 오존층 파괴, 지구의 기온상승, 해양오염, 열대우림의 감소와 사막화 등이 지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수질오염, 대기오염, 토양오염, 쓰레기배출 등 환경 오염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환경오염에 의해 전인류가 생존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으며 이의 해결이 무엇보다도 시급하게 되었다. 환경오염문제는 오늘날 이 환경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절실하게 생각하고 깊이있게 거론해야할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면 우리가 숨쉬는 이 하늘아래 공기는 얼마나 오염되어 있을까. 봄비대신 산성비 내린지 이미 오래이고 도시나 공단주변의 하늘은 온통 매연이나 분진, 유해가스로 뿌옇게 뒤덮여서 맑고 푸를때가 없다.
만약 공해올림픽이 있다면 서울시를 비롯한 우리나라 대도시와 공단지역의 대기오염은 여러종목에서 어렵지 않게 메달권에 들 수 있을 것이다. 구태여 과학 기술적인 수치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셔츠의 깃이나 양말이 금방 시커멓게 더러워지고 눈이 따갑거나 목이 아프거나 하는 생활환경적 피해만 봐도 우리나라의 대기오염문제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서울의 대기오염도는 단연 세계 최고수준에 있다할 수 있는데 일례로 산성비의 주원인물질이며 인체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는 아황산가스의 연평균 농도를 보면 서울이 뉴욕, 동경, 로스앤젤레스 등의 대도시들 보다 10배 이상이나 높다.
1978년에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서울의 아황산가스 연평균 농도는 0.18PPM이었으며 그 이후로도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현재도 이와 같은 수준의 대기오염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예를 들어 87년 신설동의 연평균 아황산가스 농도는 0ㆍ183PPM이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대기환경기준을 3배이상 초과한 것이다.
또한 도심에 설치되어 있는 아황산가스 측정 장비의 최대눈금 한계가 1PPM인데 대기 오염도가 훨씬 높아지는 겨울철엔 이 한계치를 초과하는 경우도 가끔 확인되고 있다.
이 정도의 오염수준이라면 일년에 수천명씩 죽어갔다는 1950년대의 런던이나 벨기에의 메즈지역 참사 그리고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도노라에서 대형사고가 일어났을 때와 다를바 없다.
얼마 전 국립환경연구원에서는 아황산가스 0ㆍ05PPM이상의 상태가 1년이상 지속되면 호흡기 질환이 생기며 0.15PPM에서 한시간 운동하면 폐기능 장애를 일으키고 기관지, 천식환자가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러한 아황산가스는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가 탈 때 발생하며 우리나라에서는 가정용 연탄이나 난방용 석유에서 많이 발생하며 자동차 배기가스에서도 일부 배출되고 있다.
아황산가스 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 떠있는 분진도 인체에 대단히 해롭다.
분진은 연료 중에 타지않는 회분이 있어서 연소 후에 배기가스를 통하여 배출되기도 하고, 연료의 불완전 연소로 인하여 발생하기도 하며 자동차의 배기가스나 산업공정으로 빠져 나오기도 한다.
대기 중에서 분진의 농도가 높아지면 기관지염 환자의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병약자나 노인의 사망률이 크게 늘어난다. 현재 서울의 대기질은 호흡기 질환을 초래하거나 그 증세를 악화시키며, 운동하는 것이 오히려 해로울 정도이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울산, 온산과 같은 공단지역에서의 대기오염은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일례로 온산공단에서 측정된 부유분진중의 중금속 농도는 구리의 경우 서울 구로동의 10배가 넘으며 카드뮴이나 납의 농도도 대단히 높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실제로 1988년도 서울의 대기오염도를 인체의 건강과 관련하여 대기오염 표준지수(PSI: Pollutants Standard Index로 나타내본 결과 면목동 같은 곳은 이틀에 하루 꼴로 공기가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었으며 그 외 지역도 3, 4일에 하루 정도는 유해한 수준이었다.
또 하나 특이할 만한 것은 서울시에서 저소득 계층이 사는 곳일수록 대기오염도가 더 높았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적 약자가 공해로부터 더 먼저 그리고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공해의 일반적 속성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산성비(PH5ㆍ6이하)문제 또한 심각하다.
대기 중에 과다하게 배출된 아황산가스나 질소산화물은 대기의 자정작용에 의해 비에 씻겨 내려오게 되는데, 이러한 산성비는 식물의 세포조직을 직접 파괴할 뿐만 아니라 토양 중의 영양물질을 씻어가 농작물이나 숲속의 나무들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토양이 산성화되며 호수가 역시 산성으로 되어 종래에는 논밭의 수확이 감소하고 호수에 물고기들이 살수 없게 된다.
전국적으로 보면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의 대도시에서 강산성비가 내렸으며 그 이외의 공단지역에서도 대도시 못지않은 산성비가 내렸다. 특히 서울의 경우 PH 4. 1의 강산성비가 내렸는데, 이 정도라면 아주 신귤이나 사과의 산도와 비슷한 수준이며 자연생태계 뿐만 아니라 인체에도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이다.
사실 어떤 생물보다도 인간이 환경오염에 대해서 잘 견디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피해를 받는 수준의 오염도라면 자연생태계가 받는 피해는 더욱 엄청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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