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말 불안한 심정입니다. 학급에서 상위권에 속하므로 일류대학에 진학하는 건 어렵겠지만 그런대로 대학은 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을 졸업하면 해야할 일들이 끝이 날 것입니다. 그러나 삼류정도의 대학을 나왔을 때 직업을 가질 수가 있을까요? 물론 직업엔 귀천이 없다는 말을 들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만 천신만고 끝에 직업을 얻으면 그 다음엔 또 어떻게 되는 걸까요?….』
월급은 도서실에서 고등학교졸업반 학생이, 밤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쓴 편지다. 남학생의 그 불안하다는 심정을, 이해하고 지나치기엔 좀 석연치 못하다.
『현기군, 요즘 기분은 어때요? 저번에 말했던 머리가 아픈 증세는 이제 좋아진거야?』
내가 서서히 본인에게로 화제를 돌리자 현기는 표정이 변했다. 한참을 두서없는 말을 이리저리 돌리더니 드디어 자신의 불안감을 이겨내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현기군, 그럼 오늘까지 나와 만나서 나눈 얘기를 차근차근히 정리해 보기로 하자. 죽을 힘을 다해서 대학에 진학한다 해도 그 다음이 또 걱정이기 때문에 마음을 잡을 수가 없어서 공부방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는 거지? 그래서 가출도 했고,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고… 해서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걱정을 하게 되어서, 이제는 귀찮은 생각이 든다고 했지.』
한가지씩만 걱정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내 제의를 현기군이 받아들이도록 하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현기군 자신이 걱정한다고 내게 말했던 내용을 열거해 나가자 현기군은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너무나 많은 것들을 이것저것 전부 몰아서 걱정하는 자신을 발견했고 그 이유도 스스로 깨달았음이 분명했다.
해도 끝이 않나는 공부와 씨름하면서『장차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어른이 될 수가 있는 것인가?』를 계속해서 반문하는 것이다.
어른들은 그들의 의구심에 확실한 답변과 함께 그들이 지금 전력투구해야할 일은 무엇이며 왜인가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대화를 갖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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