ㅊ은 참으로 편안한 아이다. 그래서 어디에서도 환영받는다. 내것을 챙기려는 악착스러움이 없어 경쟁사회에서 어찌 헤쳐 가려니 어머니는 걱정을 하시지만 모두들 「천사」라고 부른다. 외모도 심정도 넉넉해서 근심걱정 없어하는 ㅊ을 감사했는데 어느날 우연히 책상을 치워 주다가 일기장을 보게 되었다.
『하느님! 죽어버리고 싶어요. 2ㆍ8청춘 꽃피는 나이에 시험에 찌들려 메주만큼도 못살고 있으니 이게 뭡니까. 이 시대에 사름으로 태어난 것이 참으로 화가 납니다. 사람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다고 동물도 죽이고, 편을 만들어 싸우고, 미워하고, 욕하고…나는 다시 태어나면 차라리 소로 태어나는 것이 낫겠습니다. 친구들도 그래요. 모두들 이기적이어서 자기 것은 움켜쥐면서 남의 것은 열심히 뺏어 가고요.혼자되는 것이 싫으니까 할 수 없이 따라가지만 도대체 인생이 무엇입니까』
용돈을 주어도 저 자신을 위해 쓴 것은 하나도 없다는데 어디로 없어진지 모르게 남은 것은 없고, 학교에서도 친구들이 꾸어 달라는 대로 다내주다 보면 언제나 셈은 틀릴수 밖에 없어 하면서도 넉넉하고 편안해보였다. 그러나 ㅊ의 표정 뒤에는 뺏기고 와서 화가 나고 억울한 감정을 달래기 힘들어 「인생이 무엇인가」하는 물음을 던지며 화풀이를 하고 있었는데, 그동안 어머니는 「철학적 물음」으로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지적으로 또래들보다 앞서 있다는 생각만 했다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일어난다. 그 바람이 지나가면 다시 잔잔해진다. 원인은 바람인 것이다. ㅊ의 바람은 무엇이었는가.
부모자녀 관계에서는 언제나 부모로부터 받는 관계이지만, 친구간에는 받으려면 먼저 주어야하므로 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주고 받는」것을 배우게 된다. 부모의 사랑과 인정을 받으려고 애쓰던 어린이가 친구들과 어울리고 부터는 친구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으려고 한다.
어린이들은 친구를 사귀면서 자기 자신에 대하여 새롭게 자각한다. 서로의 차이를 알게 되고 자기의 행동이 친구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를 보면서 자기 자신에 대하여 반성한다. 어린이들은 대부분 또래집단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친구들에게 동조하기도 한다.
ㅊ은<홀로>에 대한 공포심이 있었다. 아동기가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가를 들여다보면 현재와 연결되어 실마리가 찾아진다. ㅊ은 홀로됨을 피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들이 윈하는 자신의 모습을 만들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개인적인 동기나 선택에 의하여 자아를 형성하고 인생의 방향을 정할수가 없었던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에 또한 분노하고 있었다.
감정노출을 억제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기는 사회에서, 화나도 슬프지않은체 표정없이 흔들림없이 행동해온 ㅊ의 내적인 갈등에 불구하하고 천사라는 별명이 붙었던 것이다.
많은 경우 신체적인 중상-두통ㆍ불면증 등의 원인을 추적해보면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없었다는데 기인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ㅊ을 자기표현능력을 키우는 집단상담에 참여토록 하였다. 억제된 감정, 특히 언어적 표현마저 금지되었던 감정 등을 「있는 그대로」드러낼수 있는 방법과 기술을 익혀 자기 감정표출을 자유롭게, 그로 할 수 있도록하는 과정으로 상대방에게 상처입히지 않는 두가지의 존경을 전제로 한다. 즉 자기자신에 대한 존경과, 타인의 필요와 권리에 대한 존경이다.
ㅊ은 심리적 정화작용(Catharsis)을 경험함으로써 정신건강의 증진과 자기 성장의 기초를 든든히 할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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