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ㆍ광주가톨릭대학 신학생 62명이 지난 1월 5일부터 수원ㆍ인천ㆍ대구ㆍ광주 등 전국 32개 나환우 정착촌에 파견돼 봉사활동에 들어갔다.
11회째를 맞는 이번 봉사활동에서 신학생들은 한마을에 2~3명씩 투입돼 성모성년에 대한 자세한 설명, 성사생활을 통한 신자들의 본분에 대한 해설과 설명, 성서교육 등 일주일동안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북 상지원에서 땀을 쏟고있는 봉사활동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광주가톨릭대학 신학과 3학년 조욱종 (요한ㆍ부산교구) 군 등 신학생 3명은 지난 1월 6일 이른 아침, 나환자정착촌 동계방학 봉사활동을 하기위해 전북익산군 함열읍 홀산리「상지농원」으로 떠났다.
이리역에서 직행버스로 30여분간 달려 함열읍에 도착, 다시 택시를 타고 상지원공소에 다달았을 때 이미 상지원마을은 어둠에 쌓여 있었다.
멀리서 들려온 개짖는 소리, 코 끝에 물씬 와닿는 돈분 냄새를 맡으며 공소에 들어섰을 때 1백 67명의 공소신자들과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고된 돼지사육을 통한 노동으로 대부분 신자들은 건강하게 보였으나 그들과 악수를 나누는 순가 특별한 촉감을 느끼며 신학생들은 처음 출발할 때 기대와는 다른 각오를 해야만했다.
공소회장 송길용씨 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신학생들은 이른 새벽 6시 공소에서 신자들과 함께 아침기도를 바치며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오전 10시 신학생들은 방학을 맞은 주일학교 어린이 30여명에게 그림성서이야기 성인전 등 슬라이드를 상영해 주기도 하고 재미있는 동화도 들려주며 그들과 함께 술래잡기도하며 주일학교 선생님역을 담당했다.
오후에는 중고등학생들에게「갈매기의 꿈」슬라이드를 상영해주고 학생들에게 배역을 주어 직접 대사를 연출하며 주제토론도 했다.
상지원분교에서 처음 바깥 상급학교에 진학한 이들 학생들은 가끔씩 느끼는 교우관계의 어려움 등 다양한 주제의 토론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신학생들은 하룻동안의 일을 마친 주민들을 모아「성모성년」에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들려주기도 하고 돼지값 폭락에 따른 마을 주민들의 어려운 살림살이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지난 3년간 공소회장직을 역임하였고 작년부터 원장직을 맡고있는 선진순 (도마)씨는『현재 가구당 1천여만원의 부채를 하루 빨리 갚기 위해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사료값에도 못미치는 돼지값이 빠른시일내에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상지공소가 당면한 시급한 문제는 늙고 병들고 의지할곳 없는 이마을 노인들의 보금자리인 상지원 양로원을 하루 빨리 완공하는 일이다. 공소 옆 5백여평의 대지위에 건립중인 양로원 건물은 지금까지 약 4천여만원을 투입, 외부공사를 진척시켰으나 더 이상 자금이 없어 공사가 중단된 상태여서 공소신자들의 마음을 애타게 하고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투입된 만큼의 자금이 더필요한 양로원 건립공사의 어려움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세신학생들은 아무런 도움의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이 마을에 봉사활동을 나온 장재봉 (스테파노ㆍ부산교구) 신학생은『정착마을 신자들은 대부분 육체적ㆍ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부지런해 자립의 기반을 열심히 다지고 있으며 신앙적으로도 사회의 다른 본당이나 공소보다 열심하다』며『양로원 건립 등 이런 어려운 사업이 있을때 좀부유한 본당이나 단체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면 그들에게 크게 격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늦은밤 다시 멀리서 들리는 개짖는 소리, 돈분냄새를 맡으며 공소를 나서는 세 신학생들은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소외되고 격리된곳에서 사라가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굳건히살아가는 이들 정착마을 주민들의 억척스런 모습을 떠올리며 예수님께 기도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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