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순교자 성인관련 서적이나 유물ㆍ유품들은 우리의 신앙을 풍요롭게 가꾸어주는 살아있는 사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사료들은 우리의 부족한 역사의식 속에서 제대로 발굴, 보존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90년대 첫 순교자성월을 맞아 절두산 순교기념관을 비롯 국내 기념ㆍ박물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순교자성인들의 유품ㆍ유물 및 서적류 등 사료 가운데 역사적 가치가 돋보이는 사료들을 엄선 소개한다.
이 땅에 천주교가 수용된 초기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면서까지 신앙을 증거했다. 조정의 천주교 박해로 조선 땅에 막 뿌려진 씨가 뿌리도 채 내리지 못하고 사라져 없어질 위험에 처했을 당시 그들은 오직 복음전파와 신앙의 자유를 위해 자신을 목숨까지도 기쁜 마음으로 바쳤다. 이러한 당시의 상황과 우리 선조들의「믿음」이 담겨져있는 사료는 많지만 그중에서도「황사영 백서」는 유독 우리의 마음을 끄는 사료다.
1801년 신유박해가 거의 끝나갈 무렵 황사영은 조정의 모진 박해에도 불구 천주교를 힘써 지켜보자는 의도로「백서」를 작성함으로써 대참상을 몰고 오게 된다. 이른바「황사영백서」사건.
외세의 힘을 빌어 신앙을 지키고자 했던 백서의 내용으로 인해 황사영은 민족사적 측면에서는「평가절하」되고 있는 점도있다. 그러나 신앙적인 측면에서는 백척 간두에선 이 나라 천주교를 구하기 위한 일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 때문에 황사영의 백서는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할수있다.
이번 호에서는 이「황사영백서」의 비롯 당시의 정학인 유학에 맞서 천주교의 진리를 전하다 순교한 조선천주교회의 대표적평신도 정하상외「상재상서」와 한문을 깨치지 못한 부녀자와 어린이들도 볼 수 있도록 정약용이 저술한 한국 최초의 한글교리서「주교요지」를 소개한다.
■황사영 백서(帛書)
황사영 백서는 황사영이 1801년(신유년) 당시 조선천주교회의 박해현황과 그에 대한 대책 등을 북경 구베아 주교에게 보고ㆍ건의 하려다 사전에 압수당한 비밀문서이다.
이 백서는 권철신ㆍ정약종ㆍ유항검등의 체포와 죽음 등 1785년 이후의 교회사정과 신유박해 과정을 증언하고 주문모 신부의 활동과 자수 및 죽음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밝혀주고 있어 신유박해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1894년 당시 조선교구장 뮈텔 주교가 소장하고 있던 이 문서는 1925년 7월 5일 로마에서 거행된 조선순교자 79위 시복식 때 뮈텔 주교가 교황 삐오 11세에게 선물, 현재 교황청 민속박물관에 소장돼 있으며 국내에는 뮈텔 주교가 원본을 로마로 보내기 전 실물크기로 복사ㆍ제작한 동판이 현재 절두산순교기념관에 소장돼 있다.
■주교요지(主敎要旨)
주교요지는 초기 한국교회 창설자의 한 사람인 정약종이 부녀자와 어린이들도 읽고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저술한 최초의 한글교리서이다.
1786년에서 1801년 사이에 저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주교요지는 상ㆍ하 두권으로 구성, 상권은 천주존재 사후의 상벌ㆍ영혼불멸을 밝히고 하권은 천지창조ㆍ강생구속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교리서는 필사본으로 전해져오다가 1864년 목판으로 간행됐다.
■상재상서(上宰相書 · 재상에게 올리는 글)
상재상서는 정하상이 1839년 기해박해가 일어나자 체포될 것을 예상하고 미리 저술해둔 우리나라 최초의 호교론서이다.
천주교의 진리를 밝혀 유학자에게 과감한 도전을 한 정하상의 이 글은 천주교의 기본교리 설명ㆍ호교론ㆍ신교의 자유를 호소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19세기 중엽의 천주교 신자들이 갖고 있던 종교적인 열정과 교리에 대한 이해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자료이다.
이 글은 1887년 홍콩에서 정하상의 약전을 첨부, 출판됐으며 그밖에 블랑 주교의 서명이 들어있는 필사본과 한글 번역본이 전해져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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