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격적 존재로서의 인간
1. 인간의 위격성
피조물로서 인간이 현실 사회 안에서 하느님을 알아 공경하고 자기자신의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책임을 가진 존재라 함은 바로 위격적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하나의 집단이나 무리가 아니고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고귀하고 하느님께서 하나하나 이름지어 불러내신 귀한 존재이다. 불리움을 받은 인간은 누가 대신할 수 없는 바로 자기 스스로가 듣고 응답하여 자기 존재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아담아 너 어디 있느냐?』(창세기 3, 9)카인에게『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창세기 4, 9)하는 질문을 누구나 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윤리적 책임과 보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위격적 존재임은 다음과 같이 세가지 특징을 지닌 존재임을 의미한다.
첫째. 인간은 개별적 존재이다. 하나의 숫자로써 대체시킬 수 있는 어떤 존재가 아니라 고유하고 특수하게 하나의 개체로서 존재하며 그 고유의 의미와 역할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개인의 존엄성과 신성 불가침적 고유성이 나타나며 개인적 독립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둘째. 자유와 결단을 하는 존재이다. 개인의 독립성은 자기의 자유와 의식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스스로 판단하고 평가하여 일정한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주위의 상황은 주어진 조건 뿐으로서 최종적 선택과 결단은 각자 스스로 하는 것이다. 또 개인의 품위도 이로써 드러난다. 이와 같이 인간의 자유는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기본 조건이므로 인권은 바로 이 자유와 직결된다.
그러므로 인간의 자유를 속박하는 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각자는 스스로 자기의 자유를 얻고 유지해야 한다.
셋째. 인간은 자기 행동에 대하여 책임지는 존재이다. 개별적이고 자유로운 결단을 내리며 살아가는 인간은 자기의 결정과 행동에 대하여 책임을 지게 된다. 자기 행동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성숙한 사람이다.
2. 인간의 역사성
인간은 누구나 시간과 공간 안에 태어나서 성장한다. 한 인간이 성숙하였다는 것은 위격적 존재로서 독립성과 자결권과 책임성을 지녔을 때를 말한다. 그런데 이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인간은 인간의 사회와 역사 안에 태어나고 그 사회와 역사 안에 기여하며 전수하게 된다. 태어난 환경과 조건이 모두 다를지라도 위격성을 지니고 있는 한 죽기까지 자기 고유의 의무와 책임은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곧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개인의 역사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인간의 사회성과 역사성에서 나타나게 된다.
구세사의 동참자인 인간
인간의 인격이 그 자유행사와 직결된다면 인간이 창조주로부터 받은 자유의지를 잘못 사용하므로 하느님께 득죄하게 되었고 세상에 대하여는 무질서를 초래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이 세우신 계획-인간의 행복과 영원한 생명-을 인간은 자기 자유로 거절하고 불행과 죽음을 선택하였다. 그러나 하느님의 계획은 무효화 될 수 없었으며 인간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마련하시고 완성에로 초대하여 주셨다. 이것이 곧 창조에 이어 구원에로의 초대이다. 인간은 창조주 하느님께로부터 생명과 행복에로 초대되었을뿐 아니라 영원한 생명 곧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행복에로 초대받았다. 이 초대는 영원으로부터 간직하고 계신 구원의 계획이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이룩하신 창조의 완성이다(에페 1, 3~14).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보여주신 이 완성의 길, 영원한 행복에로의 초대가 곧 십자가와 부활로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길이다.
1. 그리스도인의 자유
인간이 하느님의 뜻을 거역하고 생명의 하느님을 버린 결과는 곧 죽음이다. 하느님의 은총을 상실함으로 선사된 자유를 상실하고 죄와 무질서의 속박에 얽매이게 되었다. 그러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잃은 생명과 자유를 회복했고 완성에로 초대받게 되었다. 그리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사람은 우리를 하느님과 유리시켰던 죄와 우리를 속박하는 세속의 억압적 법과 우리를 최종적으로 위협하는 죽음에서 해방되게 된다. 이 그리스도를 통한 자유는 근본적으로 하느님과 이웃과 세상을 바르게 사랑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갖추어 준다.
2. 그리스도를 닮는 인간
인간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해방의 자유, 삶의 자유를 얻게 되면 구원자 예수가 고통과 죽임을 당하시고 부활하셨듯이 이 그리스도의 길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죽을 세상과 결별하고 새 삶의 질서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곧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어 그의 삶과 임무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첫째.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어 그 생명을 누리게 된다. 이 하나됨은 세례로써 이루어진다. 묵은 인간을 벗어 버리고 하느님 아버지와 아드님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받으면 이것이 보증된다(마르 16, 16~18).
둘째. 그리스도처럼 세상에 파견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부께로부터 세상구원을 위하여 파견되었듯 그리스도와 하나가 된 사람도 그리스도의 사명을 받아 세상에 파견된다(요한 16, 33: 17: 2 고린 2, 14~17). 이는 곧 그의 사제직과 예언직과 왕직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한다. (1베드 2, 9~10: 교회헌장 33~34: 평신도 교령 2). 그리스도인은 세상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받아들이고 살아가신 것과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셋째. 그리스도가 다시 오실 때 그리스도인의 참 생명은 드러나게 된다.
주께서 오실 때까지 그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믿고 바라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어떤 역경에도 좌절과 실망을 모르며 세속의 어떤 화려하고 행복한 생활에로의 유혹에도 속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리스도인은『만물 위에 계시고 만물을 꿰뚫어 계시며 만물 안에 계신 하느님 아버지께서』(에페 4, 6)『만물을 완전히 지배하시게 될 때』(1 고린 15, 28)까지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를 통하여 살아간다. 또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가 이웃 안에서도 형성되기까지 진통을 겪을 줄 아는 삶을 살아간다(갈라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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