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에 처음나온 사람이나 예비자의 경우 미사중에 사제로부터 작고 하얀 빵조각 같은 것을 정성스레받아 영(領)하는 것을 보고 자못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무심코 따라 나서기는 하나 행동이 뭔가 서툴러 사제는 직감적으로 그가 신자가 아님을 발견, 아직 영성체를 할 자격이 없다며 들려보내는 일이 종종있다. 「남들은 다 먹는데 왜나는 못먹느냐」고 서운해하던 그도 영세후에는 이것이 단순한 하얀 빵조각이 아니라 살아계신 그리스도의 몸으로 존경심을 가져야 하는 성체이고 또 생명의 양식인 이 성체를 받아 모심으로써 그리스도와 일치하게 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우리가 미사때 성체로 모시는 이 제병(祭餠)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성체의 재료가 되는 만큼 제병은 아주 정성스럽게 만들어진다. 「제병으로 사용하는 빵은 순수한 밀을 재료로해 부패의 위험이 없도록 최근에 제조된 것이어야 한다」고 교회법(294조2항)은 명시하고 있다.
초기교회에서는 신자들이 집에서 음식으로 사용하던 빵을 가져와 미사중 제병으로 사용했으나 신자들이 늘어가고 그에 따른 어렴움이 많아지자 현재와 같은 제병이 따로 등장하게 됐다.
현재 국내에서 제병을 만드는 대표적인 곳은 가르멜 수녀회이다. 일부 수녀회가 자체 공급을 위해 소량의 제병을 만들고 있을뿐 전국 각 본당의 제병공급은 서울을 비롯 전국의 가르멜 수녀회가 담당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뿐아니라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제병을 만드는 과정은 쉽게 빵을 만드는 경우를 연상하면 된다. 제병의 재료가 되는 밀가루는 부패방지를 위해 앞서 지적한 것처럼 최근의 것으로 최고급품을 사용한다. 그리고 만드는 과정에서도 물이외에 누룩이나 기타 이물질을 전혀 첨가하지 않는다. 순수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것처럼 장소의 청결도 중요하다.
제병을 만드는 수녀들은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도를 통해 도움을 청하고 땅바닥에 친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미 준비된 밀가루와 물을 알맞게 배합, 대형 믹서기에 넣고 고루 반죽을 하며 그대로 있거나 물과 밀가루의 비율이 적당하지 않을 경우 제병모양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깨지기 때문이다.
가르멜 수녀회에서 제병을 만드는 한 수녀는『물과 밀가루의 비율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습관적으로 그 배합을 느낀다』며 경험과 숙련의 필요성을 말하고『과거에는 밀을 직접 빻아 숯불에 하나씩 구워내는 수동작업으로 제병을 만들었으나 지금은 기계를 사용, 훨씬 편리해졌다』고 전했다.
20~30분 반죽뒤 3백 50도의 높은 온도로 가열된 제병기에 넣어 1분정도 굽게 된다. 이 굽는 과정에서도 자칫하면 타게 되기때문에 조심해야하고 구워꺼낼 때도 아기처럼 조심스럽게 소중히 다뤄야한다.
성체를 상징하는 각종 문양이 새겨진 제병기를 통해 구워낸 제병은 적당온도의 증기실에서 꼬박 하루를 재운뒤 대제병ㆍ소제병으로 구분, 틀에 넣고 자른뒤 주문량만큼씩 포장, 전국 각 본당에 우송한다.
전국 각 본당에서 사용하는 제병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한 통계가 없어 알 수 없지만 부활ㆍ성탄시기에는 제병이 더욱 많이 나간다고 제병담당 수녀는 전하면서『제병 하나가 한 사람의 영혼을 구한다는 마음과 이 제병이 성체로 변해 영할 사람들을 기억하며 기쁜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일한다』고 밝혔다. 결국 제병은 기도로 시작, 기도로 끝나는 수녀들의 영성과 정성속에서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제병을 만들기 위해서는 계속 서서 작업을 해야하고 높은 증기열 등으로 어려움이 뒤따르기도 한다. 때로는 본당에 우송된 제병중 깨진 것이 있다는 연락을 받기도 한다. 과거에 비해 제병의 두께가 얇아졌기 때문에 깨질 소지가 많다고 밝힌 이 수녀는 얇고 깨끗한 것을 원하는 것이 사람들의 심리인것 같다며 두께가 좀더 두꺼우면 일하기가 훨씬 능률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녀들은 제병을 만들고 남은 것으로 국수를 만들어 식사로 대신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이를 모았다가 계란ㆍ식용유ㆍ소금ㆍ설탕등과 섞어 고소한 과자를 만들어 판매도 하고있다.
이처럼 제작된 제병은 각 본당에서 미사중 축성돼 성체로서 우리가 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남아메리카「뚜바꼬」의 성체기적을 비롯 성체와 관련된 일화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으나 성체께 대한 신심이 점점 약해진다는 우려도 있다.
89년 서울세계 성체대회를 앞두고 성체께 대한 신심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의 상징인 성체를 통한 나눔의 생활에 더욱 정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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