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란 그리스도인의 최대 특징의 하나이다. 만일 용서를 모르는 신자가 있다면, 그는 결코 그리스도의 제자가 아니다. 다음주일의 복음에는 더욱 더 상세히 용서에 대해 말씀하시고 계시지만, 금주의 복음에서도『형제가 죄를 지었을 때』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말씀하신다. 『어떤 형제가 너에게 잘못한 일이 있거든』첫째로 해야 할 일은, 우선『단 둘이 만나서 그의 잘못을 타일러 주는』일이다. 만일 그가 자신의 잘못을 즉시 인정하고, 순수히 그대의『말을 들으면, 너는 형제 하나를 얻은 셈이』된다. 그러나 사람은 항상 자신의 잘못을 잘 모르거나, 안다 할지라도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 경우에는, 즉 그가『듣지 않거든 한사람이나 두사람을 데리고 가라, 그리하여『두사람이나 세 사람의 증언을 들어 확정하라』(신명기 19, 15)는 말씀대로 모든 사실을 밝혀라』 그러나『그래도 그들의 말을 듣지 않거든 교회에 알리고, 교회의 말조차 듣지 않거든 그를 이방인이나 세리처럼 여겨라』고 말씀하신다.
이 준엄하신 말씀으로 미루어, 이 잘못의 죄질(罪質)이 너무나도 나쁜 것, 파렴치 정도가 아니라, 이단이나 그 밖의 중대한 성질의 잘못인듯 하다. 우리는 가끔 사회적으로도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악질적인 잘못들을 저지르고도 아주 태연하게 고개들고 행세하는 자들을 보게 된다. 정말 못봐줄 일이다. 두세사람의 타이름은 물론이요, 교회의 타이름까지도 듣지 않을 정도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성경말씀의 깊이를 봐야한다. 『이방인이나 세리처럼(만) 여겨라』.
이방인은 어떤 사람인가?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저들은 하느님의 뜻이라든가,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계명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말하자면 철부지와도 같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다(용서하지 말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그리고 또 세리는 어떤 사람인가? 그 당시(로마의 속국이었던) 유대나라 사람들은 점령군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을 수치로 여겼을 뿐 아니라, 하느님께 바쳐야 할 것을 이방인에게 주는 결과가 되는 것으로까지도 생각했다. 그런데 세리들은 그러한 동족(同族)의 심정까지도 짓밟으면서 과다한 세액(稅額)을 부과해서 그 과다한 부분을 착복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러니 유대인들의 세리에 대한 감정은 이해할만 하다. 그러나 예수님은 결코 세리가 구원받지 못한다고는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그 반대로 세리도 회개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당신이 12사도를 선택하실 때 세리 레위(마태오)를 택하심으로써 증거하셨다. 이렇게 보면, 용서할 수 없다는 말씀이 아니라, 참으로 가련한 사람으로 여기라는 말씀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용서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또 얼마나 크나큰 책임이 있는가를 명시하신다. 즉『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풀을 것이다』
교회의 권한은 곧 하늘에서 내리신 권한이므로, 그 결정은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결정과도 같다. 그러므로 신중히, 아주 엄숙하고 거룩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준엄하신 분부이심을 명심할 일이다. 그것은 벌을 준다든가, 용서하지 않는다든가 하는 결정적인 단절을 뜻함이 아니라, 오히려 용서와 기다림, 인내와 화해, 그리고 끝까지 기도로써 돌봐주어야 할 성질의 것임을 다음 말씀으로 환기시킨다.
『내가 다시 말한다. 너희 중의 두사람이나 세사람이 이 세상에서 마음을 모아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는 무슨 일이든 다 들어주실 것이다. 단 두세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이는 교회가 참으로 주님과 함께 하시는 거룩한 곳이며, 하느님의 사랑과 능력이 공동체의 기도로써 충만히 내리심을 일깨워주시는 말씀이다. 주여 감사합니다!
(註: 『두사람이나 세사람의 증언을 들어 확증하라』는 신명기의 내용은 유죄를 증언하는 증인을 뜻하지만, 오늘의 복음에서는 그 뜻과는 반대로 우의적(友誼的)으로 호의를 가지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도록 충고나 조언을 해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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