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가정치료
스트레스와 고통에 시달리는 가정들이 사목자나 사목상담자를 찾아가는데, 대개의 경우 자녀가 문제가 되어 가는 때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위에 말한 시간이 걸리는 방법보다 더 직접적이고 강력한 개입이 필요한 때가 있다. 이렇게 빨리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법이 단계적 가정치료방법이다.
가정치료의 역사는 정신분열증 환자들을 연구하다가 시작된 것이다. 정신분열증 환자가 입원치료해서 경과가 좋아져도 귀가후 가족과 접촉하면 다시 나빠지는 수가 많다. 이 방면의 초기 연구가들은 정신분열증 환자의 병이 그의 어머니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어머니가 자녀에게 말과 행동이 서로 모순되는 이중적인 의사전달을 하게 되면, 자녀가 혼돈 중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정신분열증에 걸린다는 것이다. 분명히 가정의 상황이 자녀의 내면 세계에 끼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다.
같은 이론이 단계적 가정치료의 바탕이 된다. 흔히 환자들의 병은 가정계통이 잘못돼서 오는 내적 긴장이 밖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한 개인의 가정이 그의 내적 과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그래서 가정치료의 목표는 내담자가 병세를 나타내지 않도록 그의 가정의 문제를 바로잡는 것을 돕는데 있다. 가정을 변화시키면 개인에게도 변화가 온다.
이 이론의 밑에는 두가지 중요한 개념이 있다. 첫째. 건강은 개인과 가정의 발전과정에서 유래되는 것이므로, 치료는 건강의 과정에 장애가 되는 것을 제거하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둘째. 가정치료자는 가정이 이 장애물을 제거하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내용이다. 건강은 치료자가 회복시켜주는 것이 아니고, 개인과 가정 스스로가 도로 찾는 것이다.
가정의 주된 목적은 식구들이 스스로를 알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 과거에는 가정의 목적이 경제적으로 생존하고, 문화적 사회생활을 하고, 성생활을 하고, 아기를 낳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도 이 목적들이 변화하지 않았지만, 이런 목적들은 가정 밖에서도 달성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사람이 스스로를 알고 성장하는 것은 아기때 부모의 돌봄에서, 즉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가정계통을 자아발견의 모체로 보고자 한다. 사람이 발달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가정도 발달해서 변화된다. 식구들의 수가 늘었다 줄었다 함에따라 사람이 가정에 적응해야 할 경우도 있다. 가정에는 융통성과 지속성이 다같이 있어야 한다.
가정에서 오는 긴장, 즉 스트레스는 가정에 속해 있으면서 가정을 떠나 있는 갈등에서 생긴다. 예를 들어서, 나의 이름은 김창석인데, 「창석」이란 이름은 가정을 떠난 개인을 지칭하는 것이고, 「김」이라는 성은 내가 가정에 속해 있음을 가리킨다. 이 긴장은 이탈과 속박의 과정에서 온다. 이 과정을 이해하기 위하여 두가지 극단을 생각해 보자.
지나치게 이탈하는 경우는 가정의 경계가 뚜렷하고 엄격할 때이다. 이런 가정에서는 식구들의 독립성이 너무 강해서 서로 우애도 없고 소속감도 없게 된다. 잘사는 집 자녀들이 어려서부터 독방을 쓰고 호강하면서 자랐기 때문에 커서 그렇게 되는 수가 많다.
반면에, 지나치게 속박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가정에서는 구속과 유대가 강하다. 이런 가정의 경계는 너무나 모호하고 뚜렷하지 못해서 독립성이나 독자성을 유지하기가 매우 힘들다. 식구들은 서로 의존하고, 자율성이 없고, 주변도 없고, 진취성도 없다. 식구들 전체를 위해서 각자가 자기를 희생해야 한다. 개인의 느낌보다는 가족의 느낌이 더 중요하다. 보통 가난하고 식구들이 많은 가정이 이렇게 되는 수가 있다.
건전한 가정의 표본은 이 두가지 극단의 중간에 있다. 이런 가정의 경계는 있기는 있는데 융통성이 있다. 식구들은 각각 독자성을 지니고 있지만, 서로 가깝다. 개인적으로 우수하고 집단적으로도 협력을 잘한다. 가정의 일은 여럿이 모여서 결정한다. 각자의 독자성과 공동성이 다 존중된다.
가정상담을 할 때 사목상담자는 지금까지 설명한 세가지 과정 중에 그 가정이 어느 상태에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 내담자를 다룰때에도 이런 맥락에서 그를 평가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단계적 가정치료의 골자이다. 이상적인 가정에는 이탈과 속박의 요소가 둘다 포함되어 있다. 독자성도 있고 소속감도 있다. 가정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관계는 부모ㆍ자녀의 관계와 부부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가족관계이다. 부부의 관계가 좋아야 부모ㆍ자녀의 관계가 좋다는 것이 상식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