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회 대사회적 활동 근거는
당신의 교회비판 기준은 이념? 교회의 사회활동 기준은 ‘복음’
일부 신자들 “교회 정치적” 비난
정치적 의도 없는 복음적 활동
성경과 사회교리가 활동 기준
자신의 신념에 대한 성찰 없이 믿고 싶은 것만 믿어선 안 돼
교회의 대사회적 활동들에 대해 “정치적이고 특정 정파에 치우친다”는 가톨릭 신자들의 의견이 계속되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이 같은 의견이 오해이며, 정치적 의도가 아닌 복음적 활동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부 신자들은 ‘확증편향’(確證偏向), 즉 교회 가르침보다는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 판단과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 정보는 무시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는 교회의 대사회적 활동을 반대하던 목소리가 점차 편향된 정치 이념을 내세우는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 지난 6월 한 개신교 목회자가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논란의 중심에 섰는데, 가톨릭 신자들로 구성된 한 비인준 단체가 이 개신교 목회자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논란의 불씨가 넘어오고 있다. 평소 과격 발언과 행동으로 “정치 발언을 하는 사제는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던 이 단체는 결국 교회 가르침과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교회의 대사회적 입장은 확고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1965년)은 “교회는 모든 세대를 통하여 그 시대의 특징을 탐구하고 복음의 빛으로 그것을 해명해 줄 의무를 지닌다”(4항)라고 선언한다. 이는 교회가 시대의 징표를 읽는 일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의무’임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2013년 발표한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정치는 흔히 폄하되기는 하지만,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이므로 매우 숭고한 소명이고 사랑의 가장 고결한 형태”(205항)라고 설명한다. 또 “종교는 국가 사회 생활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말라고, 국가 사회 제도의 안녕에 관심을 갖지 말라고, 그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요구할 수 없다”(183항)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교회가, 그리스도인이 대사회적 역할을 할 때 판단하고 행동할 기준은 무엇일까?
본지에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을 연재하고 있는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는 교회가 성경을 비롯해 가톨릭 교회 교리서와 사회교리 등을 근거로 기준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이 신부는 “하느님의 세상 창조와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 강생, 십자가 죽음과 부활 등 그 모든 구원 역사의 본의는 ‘참사랑’의 완성을 위함”이라며 “그 사랑의 의미는 나누고 용서하고 베풀고 함께 사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이 신부는 성경 어디를 보아도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에 대한 배려, 원수에 대한 사랑(마태 5,43-48; 루카 6,27-28)이 강조 되고,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함(마태 7,21-23; 루카 13,25-27) 역시 언제나 강조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확고한 기준에도 불구하고 일부 신자들이 펼치는 “교회 대사회적 활동은 정치 개입”이라는 주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예수회 오세일 신부(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이 원하는 것만 믿는 확증편향의 밑바닥에는 자신들의 경험과 신념, 특히 정치적 이념에 대한 신념을 따르면서도 그것을 ‘성찰’하지 못하는 경향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신부는 또 “국가공동체의 맥락, 또 사회·문화적 맥락 안에서 자신의 신념을 성찰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신부는 혼자 기도하고 묵상해서는 신념을 성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회교리와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등을 함께 공부하면서 시대의 징표를 읽을 수 있는 안목을 주님께 청해야 한다”고 말한 오 신부는 “함께 기도하고 하느님 은총과 섭리에 의탁하면서 자유의지로 사회문제에 깊이 참여할 때 그것이 예언자의 모습”이라고 제언했다.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