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구 공소 현황 조사 연구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문수 신부.
한국교회사 안에서 공소(公所)는 박해시기와 과도기를 거치는 동안 신자들의 삶과 신앙의 터전으로 형성됐다. 특히 본당이 형성되기 이전에는 하나의 교우촌이 되어 교회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건축적으로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된 가톨릭교회 건축의 토착화 과정을 살피는 중요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 인구의 감소와 신자의 고령화, 본당 중심의 사목 활동으로 이런 가치와 의미는 퇴색되고 공소 관리와 운영을 비롯한 그 흔적들도 지워지고 있다. 건축물 관리 역시 열악하다. 공소 건축물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기록도 남기지 않고 철거되거나, 원칙 없이 수리가 이뤄져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전교구가 교구 설정 70주년을 기념하며 펴낸 「천주교대전교구 공소 현황조사 연구」는 교구 공소의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소 보존과 활용을 위한 가치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전국적으로 1500여 개 공소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이번처럼 교구 공소의 전수 조사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이 연구는 천주교가 전파된 이후 현재까지 건립된 공소 중 ‘현존 공소’(104개소) 외에도 ‘본당승격 공소’(10개), ‘멸실 공소’(10개소), ‘소유권 이전 공소’(22개소) 등 총 146개 공소의 건축물 현황을 망라하고 있다.
책임연구원으로 연구의 전체 진행을 맡았던 김문수 신부(대전교구 신합덕본당 주임)는 “박해시대 이후 지역 신자들의 삶과 신앙의 이야기가 간직된 공소 현황을 전면적으로 정리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며 “대전교구의 역사 연구 및 교구의 공소 사목 방향 정립에도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각 공소 건축물의 사진 자료와 연혁, 특성과 현황, 가치의 내용 등이 일목요연하게 수록됐습니다. 공소건축물의 효율적인 관리와 정비를 위한 기초자료 및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 신부는 조사 과정에서 “전통방식의 한식목구조의 공소 건축물 등 건축 역사적으로도 가치 있는 공소의 현황과 보존 상태 등을 확인한 것도 성과였다”고 말했다.
1996년 석사학위 논문 「공소의 건축특성에 관한 연구」를 계기로 20여 년간 공소 자료를 축적해온 김 신부는 이번 조사를 위해 다시 공소들을 직접 방문하며 개별적인 역사를 점검하고 자료가 부족한 경우 구술 조사를 병행하는 등 조사의 밀도를 높였다.
“공소는 지역 곳곳에 있는 교회의 자산이며 거점”이라고 말한 김 신부는 “성지순례와 문화 관광 자원 등으로 보존 활용 방안을 강구해서 신앙의 역사를 드러내는 장소로서 뿐만 아니라 지역 역사와 문화에 상징적이고 의미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꼭 보존해야 할 공소는 교회가 솔선해서 미래유산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축공학박사로 문화재청 전문위원과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했던 김 신부는 현재 충청남도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