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험한 길을 거쳐 니고토(NGOTTO)에 도착하여 성 금요일에 십자가의 길과 경배예식에 참여했다.
14처 상본도 없는 성당에서 몇명 안되는(신부님께서 자주 가지못해 거의가 냉담을 하고 있다) 신자들과 함께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며 경배드렸다.
다음날 성 토요일 아침 해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전에 길이가 2km나 되는 좁고 긴 마을을 꼬마 소년과 함께 방문했다.
쓰러지기 직전인 한 오두막 앞에 쪼글쪼글하게 늙은 노파를 만나 그 집안에 들어갔다. 너무 어두워서 한참 동안 눈만 껌벅이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집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흙담ㆍ흙바닥 그것이 전부였다.
무엇인가를 주고 싶은데 가진 것이라곤 마음과 사탕 두개 뿐이었다. 그래서 할머니 손에 사탕 두알을 쥐어 드렸다. 그랬더니 손을 마주잡고 감사한 뒤 갑자기 흙투성이인 손바닥에 침을 뱉아 양손을 비벼 나의 얼굴과 베일에 마구 비볐다.
나는 놀라서『아이구, 사탕 두개가 할머니 기분을 상해 드렸나보다』라고 생각하며 당황하고 있는데 할머니께서『하느님의 가호가 평생 함께 하길』하는 말을 들었다. 감사의 표시였던 것이다.
오는 길에 같이 갔던 소년에게 물으니, 이 종족들은 마음 깊이 감사를 느낄 때 이와같은 방법으로 축복을 표시한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다른 수녀님들께 얘기하니 30년 아프리카생활에서 아직 한번도 그런 축복은 받지 못했다고 하면서 하늘아래서는 교황님 강복 다음으로 진한 축복일 거라며 웃었다.
이 마을 공소에서 6명씩 모아놓고 영세찰고를 하는데 도대체 아는 것이 없었다. 신부님이『우리의 첫 교황이 누구냐』고 물어도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신부님이 안타까워『삐엘』의『삐』『삐』라고 힌트를 주시니 어린 소녀가 기어드는 목소리로『본시오 빌라도』라고 대답하여 모두가 폭소를 터뜨렸다.
그날 저녁은 부활전야. 멋진 잔치를 벌이려고 웥남수녀의 조카가 보내준 새우를 조림해 온 것을 펼쳐 놓았다. 성 토요일을 위해 이 더운 열기 속에서 3일동안 아껴 놓았다가 같이 간 두 소년과 먹고 남은 것은 그 집 큰 딸이 먹었다.
신부님은 약 5백km가량 떨어진 곳에 두 소년과 함께 잠자러 가시고 나는 그 오두막 집에서 잤다. 그런데 갑자기 토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대야를 들고 뒷간 앞에 의자를 갖다 놓고 앉아있다가 막바지에는 변소 안에 들어가 구토를 했다. 사람들이 놀라서 신부님을 모셔왔다. 그날따라 왜 그리도 달은 밝은지.
정신없이 헬쓱한 얼굴로 앉아 있는 내 주위에는 근심과 호기심에 찬 까만 얼굴의 동네 사람들이 말없이 지켜보고 앉아 있었다.
『오! 주님, 오늘은 성 금요일이 아니라 성 토요일입니다』하며 축 늘어져 있는데 신부님이 밤길을 달려가서 간호사를 데려와 주사를 맞는 소동이 벌어졌다.
『원인이 무엇이냐』는 신부님 질문에『아마 새우로 인한 식중독인 것 같다』니까 신부님이 두 소년과 이 집 딸 모두 다 죽어간다고 했다. 맙소사! 나도 같이 새우를 먹고 병이 났으니 다행이지, 만약 내가 먹지 않고 그들만 먹고 병이 났으면 나는 분명히 그들을 독살했다는 누명으로 감옥에 갔을 것이다.
주사덕분에 새벽 3시경에 겨우 잠 들 수 있었으나 다음날의 일과 때문에 새벽 5시반에는 일어나야만 했다.
물만 한모금 마시고는『아이구, 주님 지금 떠나야 합니다. 나를 도와주소서』하며 다음 공소로 가서 부활미사를 드리고 나니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