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 리치 신부가 구주에서 가져온 세계지도를 중국인들의 반응을 보기 위하여 방문객들에게 보여 주었다. 중국인들은 중국이 세계에서 중심이고 세계에서 제일 큰 나라로 생각하여 왔는데 유럽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를 보고 놀라며 한마디씩 하였다.『이 지도는 잘못되었소』『우리 지도와는 근복적으로 다릅니다』어느 사람은 세계지도를 도교의 부적(符籍)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다.
중국에도「천하총도(天下總圖)」란 세계지도가 있었는데 그것은 중국의 15개 지방만으로 거의 메워져 있는것이다. 그리고 주위로 돌아가면서 점같이 찍힌 몇개의 섬들이 표시되었으며 바다가 그려져있다. 거기에 그들은 들어서 알고 있는 모든 나라의 이름을 기입해 넣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합쳐도 중국의 작은 지방 보다도 작았다. 지부 왕반은 세계지도가 진실이라 믿고 리치 신부에게 지명을 중국어로 표기하여 그려주면 자신이 인쇄하겠다고 하였다. 조경에서 인쇄한 산해여지전도(山海與地全圖)는 곧 리치 신부의 선교 방침을 나타내고 있다. 리치 신부는 조경에서 자명종도 제조하고 성양물건을 지방관들에게 보내어 상당한 찬사를 받았다. 리치 신부는 조경에서 수개월 소소한 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이러한 소소한 일은 선교의 포로(鋪路)공사를 한 셈이다.
왕반에게는 부인이 3명이나 되었으나 아들이 없어 늘 후사를 걱정해오던 중 부인이 아들을 출산하였다. 이러한 복은 전부 서양신부들이 기도한 덕택으로 생각하고 서양 신부들에 대한 신임과 정이 더 두터워졌다. 지방관은 임기가 3년인데 지부 왕반은 3년도 되기 전에 승격하여 영서도윤(嶺西道尹)으로 발령났다. 조경의 주민들은 지부 왕반이 승격하여 조경을 떠나게 되자 훌륭한 목민관(牧民官)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뜻으로 생사(生詞 사당)를 지었다. 중국인들은 훌륭한 인물은 죽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당(祠堂)을 짓고 우상(遇像)을 모셔놓고 음식을 공궤하고 향을 피우며 죽은 사람에게 제사지내는 것과 똑같이 한다. 조경 주민이 왕반의 우상을 만들어 생사에 봉안하였는데 왕반은 루지에리 신부와 리치 신부의 우상도 만들어 자신의 우상 좌우에 봉인하기를 원할 정도로 두서양 신부에 대한 우정도 신임이 두터웠다.
리치 신부는 여기서 힌트를 얻어 조상에게 제사드리는 것은 공경의 표시지 결코 미신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며 공자에게 매년 드리는 제사도 공경의 표시라 생각하였다.
조경(肇慶)에서 쫓겨남
1589년 봄 지부 왕반이 떠나고 유절제(劉節霽)총독이 새로 부임하였다. 총독도 지부와 같은 지방관이다. 유절제는 야심이 많고 탐욕스런 사람으로써 서양 신부들이 지은 2층 서양식 성당이 아름답고 신기하여 성당을 빼앗아 자신의 생사(生飼)로 삼으려 하였다. 생사는 인정(仁政)을 베픈 목민관에 대하여 백성들이 존경의 표시로 만들어 주는 것인데 유절제는 자신이 스스로 생사를 만들어 놓고 백성들로 하여금 강제로 공경을 하게 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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