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8월 27~28일 2일동안 서울 정동 프란치스꼬교육회관에서 개최된 한국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회장ㆍ장초득 수녀) 주최「환경보존을 위한 워크샵」에서 이재돈 신부(서울 법원리본당 주임)가 강연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하는 평화」를 주제로 한 이번 워크샵에서 이(李) 신부는「자연에 대한 감수성의 차이와 변화」라는 제목으로 8월 27일 강연했다.
오늘 이 시대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자연환경파괴 문제이다.
현대문명 비평가들은 서구 과학물질문명이 자연환경파괴라는 지구촌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서구의 정신문화란 바로 그리스도교가 바탕을 이루고 있기에 현대문명 비평가들의 이런 비판은 그리스도교 비판과 격을 같이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비판은 그리스도교 존립자체를 문제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비판을 두려워하기보다 자연환경이야말로 창조주 하느님의 피조물이라는 차원에서 우리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자연보존운동에 앞장서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럼 먼저 동양과 서양인의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이 어떻게 다르기에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는가 살펴보자.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 대해 서양은 서로 대립ㆍ대치관계로 보고 있는데 반해 동양은 자연 안에 인간이 포함돼 있는, 즉 인간과 자연의 통교관계로 보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즉 서양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거나 아니면 종속된다는 대결양상으로 보는 인위(人爲)적인 것을 중시하는데 반해 동양은 자연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사상을 간직하고 있다.
사실 동양에서는 무위자연 사상과 함께 세상 것은 덧없는 것이라는 무상(無常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의 개념을 살아왔다.
얼마 전 내가 사목하고 있는 본당신자들이 성당에 에어컨을 설치하자는데 대해 4회에 걸친 강연을 통해「더위는 분명히 지나간다」고 장담하면서 결국 에어컨을 설치하지않고 여름을 지낸바 있다. 한국인이 더위나 추위를 탓하는 것은 짧은 안목에서 나온 일이다.
에어컨을 쐬면 건강에도 해로울 뿐 아니라 오존층 파괴에 일조해 지구파괴문제로 발전한다. 냉장고ㆍ에어컨ㆍ냉동기 등은 CFS(프뢰온)가스를 배출, 하늘에 있는 오존층을 파괴하게 되는데 향후 10년내로 파괴된 오존층 때문에 지구의 피부암 환자가 7백만명이 발생할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
동양에서는 자연환경에 대해 무모한 시도를 하지 않았지만 서구현대문명은 무모한 시도를 해 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간과 자연을 대립관계로 보는 서양에서는 주관과 객관, 좌와 우를 반복적으로 양자택일하며 좌와 우를 수평 이동하는 사고방식이지만 동양의 경우 좌와 우의 역할과 의미를 함께 보는 사상, 곧 중용ㆍ중관ㆍ중도의 사상이었다. 이때 중용ㆍ중관ㆍ중도는 좌ㆍ우의 가운데란 뜻이 아니고 가운데서 수직상승해서 양쪽을 같이 본다는 양자합일적사고, 즉 연기설(이것과 저것의 공존사상)에 바탕을 두고있다. 서구사상이 바탕을 이룬 현대물질문명은 이 같은 마음의 판단대로 세상 양면 중 한쪽면만 선택하는 사상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피는 것만 존재하지 않고 피고 지는 것이 공존한다. 모든 라띤어 기도문의 끝을 장식하는「세꿀라 세꿀로룸」은 피고 진다는 뜻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리스도교의 하느님 설명은 생명의 하느님, 살리시는 하느님쪽으로 치우쳐 있는데 사실 하느님은 살리실뿐만 아니라 죽이기도 하시는 하느님이란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하느님은「살림의 하느님」인 동시에「죽임의 하느님」이시기에 생사여탈권을 갖고 계신다. 인간은 다만 사는 역할만 할 뿐이다. 이 같은 하느님의 살리시고 죽이시는 역할 때문에 세상이 계속적인 건강을 유지한다.
새 시대는 과학과 종교의 만남으로 이룩해 내는 세계문명의 시대가 돼야한다. 인간과 자연이 한몸을 이뤄야 된다는 것이 신과학 이론이다. 물질은 필요한만큼 정신은 풍요롭게 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문명관이요 가치관이 돼야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보다 가능한한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현대 물질문명이 발달한 이후 오늘날 전세계 1년동안의 쓰레기양이 그 이전 1백년동안 만들어낸 쓰레기보다 더 많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지구를 쓰레기장화 하는 문명은 분명 극복돼야 한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과학보다 종교가 제시해야 한다.
자기탐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현대문명은 자연을 죽이고 나아가 인간을 죽이기까지 한다.
신과학운동 기수들은『단순한 생활』을 모또로 내걸고 있다. 가장 적게 소유하고 가장 적게 사용하고 남는 시간은 기도하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교 신학도 바뀌고 있다. 서구신학은 지금까지 역사적 신학이 주류를 이뤘지만 2~3년 전부터 자연신학 또는 창조신학 쪽으로 그 조류가 바뀌고 있다. 죄에 대한 인식도 인간관계만의 죄가 아니고 앞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것도 죄악이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한국의 신앙인들은 자연과의 형제애를 중시하는 동양적인 감각을 밑바탕에 둔 각성된 의식으로 살아가는 종교인으로서 세계문명을 이끌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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