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감명깊게 읽은 책」에 대한 소개만 즐겨 읽다가 막상 내 자신이 소개를 해야할 입장이 되고보니 어느 책이 나를 감명깊게 했는지 얼른 기억해낼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몇번 사양 끝에 청탁은 수락하면서 내 기억에 확연히 떠오른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는 AㆍJ 크로닌이 쓴 「천국의 열쇠」를 들고 싶다.
내가 천국의 열쇠를 읽게 된 이유만해도 추천할 충분한 이유가 될 것도 같다.
나에게 이 책을 추천한 이는 지금은 신다가 되었지만 당시는 아직 신앙인이 아니었다. 직장 동료인 그는 나에게 천국의 열쇠를 읽어보았느냐며 이 책을 읽고서 가톨릭과 신부님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친근감을 느꼈다고 했다.
나는 그길로 서점에 나가 책을 구입했다. 밤이 늦도록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언젠가부터 단숨에 읽어내는 책을 별로 접하지 못한 나에게는 경이로운 일이었다. 이 책은 읽은 후 기회만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독후감을 전했다. 저자가 의사이기도 한때문일가. 이 책은 각박한 세정(世情)으로해서 기댈 곳을 별로 찾지 못하는 현대인의 아픈 마음ㆍ허전한 마음을 자상하게 살펴주고 있다. 주인공 치셤사제(司祭)는 예수님께서 그러하듯 세상에서 가장 버림받은 편에 서지않을 수 없을 만큼 불우한 소년기를 보냈다. 일찍이 어버이를 잃고 친척 손에 길러지고 12살의 어린나이에 군함을 만드는 조선소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토록 사랑한 연인 노라도 자신의 보잘것없는 처지때문에 다른사람의 아내가 되는 것을 허용해야했다.
성도미니꼬 본당의 피츠제랄드 신부님께 자신의 괴로운 마음을 읍소했으나 바라는 해답을 얻을수는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터져나온「아…하느님 모든 것을 당신의 뜻대로 하옵소서」란 기도소리는 그의 사제의 길을 규제의 길을 규제해준 것이라고 할수있다.
치셤은 사제가 된 후에도 자기 속의 깊은 곳에 묻어둔 소리, 하느님의 뜻에 쫓아 살겠다는 자세를 버리지 않는다.
결과는 그처럼 성실하고도 충성된 하느님의 사제로서의 길을 성실하게 걸었음에도 교회에서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때문에 백안시당하고 심하게는 이단시까지 됨으로써 어떤 면에선 실패의 연속인 삶을 겪는다.
그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중국의 두메성당에 부임한 것이나 그 곳에서 30여년에 걸쳐 겪는 모든 일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와 대조되는 삶을 산동급생 안셀모가 귀국해서 부임한 교구의 주교가 되어 있는 것과 묘한 대조를 보여준다.
크로닌이 이 책을 쓴 것은 세계 2차대전의 와중인 1941년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어떻게하면 인류상잔의 처참한 전쟁을 마무리하고 인간과 세계의 참다운 이상상을 펼칠수 있을 것인가를 보여주고자했다고 한다. 20년 후있는 제2차 바티깐공의회를 열어야만했던 공의회정신을 앞질러 구현한 것으로 평가되기한다. 이 책은 출간 후 미국에서 10여년간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낮추고 더 낮추어서 모든 것을 온몸으로 살은 치셤사제로 표징되는 참삶의 재미있는 소설로 쓰여진 데 이 책의 진가가 있다고 할 것이다.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