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 땅에서 맞이하는 부활절은 색다른 풍취를 나에게 주는 것이었다. 부활절 전야미사를 같이 사는 수녀님들과 신부님들과 여러 사람들과 함께 올리면서 그분의 부활을 음미했다.
『당신은 바로 이곳에 부활하셔서 이들(Khmer난민들)의 엄청난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셔야겠읍니다. 또한 이들을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십시오. 특히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는 저에게 지혜를 내려 주십시오』이러한 기도의 지향을 가지고 미사를 지내는 동안 한층 그분의 손길이 나에게 와닿는 느낌을 느꼈다.
작열하는 태양과 붉은 황토는 더위를 더욱 채찍 하는 기분이 들었다. 제일 더운 그러니까 이곳의 여름인 셈인데、복사열로 인해 거의 섭씨40도를 육박하는 날씨가 계속됐다. 아침에 캠프에 들어가 자전거를 타고 남쪽 캠프에 있는 고아원을 한바퀴 돌고 돌아오면 땀과 먼지로 뒤범벅이 되고 힘이 완전히 빠져 축처지는 상태가 돼 버렸다.
남쪽에 있는 세 고아원을 코에르(COERR)에서 지원을 하고 있어 아트수녀님과 함께 고아원을 방문하고 수녀님께서 나를 이들에게 소개를 하며 어떻게 이들을 도와주고 있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이들과의 만남은 맨 먼저 미소로서 시작됐다. 왜냐하면 이들은 거의 영어를 하지 못하고 나는 크메르(Khmer)어를 할 줄 모르니까 당연히 미소외에는 서로의 조그만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리디슨 어드미니스트레이션(Rithysen Administration)에 속해있는 고아원에 33명의 고아들이 함께 살고 있고 큰 대나무 집에서 기거를 하고 있었다.
이들의 나이는 15~20세 가량이며 모두 캠프안에 있는 국민학교와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이들의 부엌을 보았을때 그냥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것이었다. 아마 한국의 젊은이들이 부엌을 보고나서 그곳에서 요리된 음식을 먹을 수 있을 사람은 몇 사람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생시설이라고는 전혀 염두에 둘 수 없는 처지가 바로 이곳이다. 왜냐면 물이 절대 부족하다. 거의 매일 이곳 17만여명의 난민들을 위해 2백여대 가량의 물트럭이 물을 공급하며 이들은 매일 물탱크에서 물을 배급받는 것이다. 물색깔은 회색에 가깝다. 이들은 이 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 요리ㆍ식수ㆍ목욕 등 한국에서는 이런 물이 있다면 겨우 걸레를 빨 정도밖에 되지않는 물이다.
절(사원)에 소속돼 있는 고아원은 22명의 고아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이들이 먹는 음식은 밥과 반찬 거의 국에 가까운것 하나뿐이었다.
그러니까 운브로(UNBRO)에서 성인(7세이상)에게 3.75kg의 쌀과 생선통조림 1개를 매주 배급하고 있고 채소와 말린생선 그리고 식용유를 2주에 한번씩 번갈아 가면서 공급하고 있다. 이것으로 이들은 식생활을 해결해야 하고 이들은 점심을 매우 일찍 거의 11시가 되면 먹고 있었다. 그 이유인즉 특히 고아원에 있는 고아들이 한창 자랄 때라 많이 먹기에 쌀이 부족해서 아침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복 어드미니스트레이션(O, Bok Administration)에 소속돼 있는 고아원에는 35명의 고아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이들의 표정에 얽혀있는 감정들을 글로써 표현한다는 것은 모순이 있겠지만 낯선사람、아니 많은 외국인들이 이들을 보고 갔고 이들이 외국인들에게 지어 보인 미소가 그렇게 그들의 솔직한 감정의 표정이었을 것이다.
『어떤 때는 그들 자신이 왜 여기에 와 살고 있는지조차 모를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 미소 뒤에 얽혀 있는 이들의 상처와 아픔은 과연 누가 치유할 수 있다는말인가』라는 생각을 했을 때 이 세상의 한 모퉁이에 이러한 엄청난 슬픔이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미니버스 안에서 창밖에 펼쳐지는 캠프의 정경을 바라보며 이들과 함께 저녁시간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거리감을 만들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지친 몸을 달래며 조금의 휴식을 청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그분 앞에서 조용히 침묵에 잠겼다. 『이 엄청난 현실이 던져주는 의미들은 과연 무엇입니까? 동물원과 같이 만들어 놓은 이곳에 당신은 무엇을 하시고자 하십니까? 가장 가난한 사람을 통해 당신을 드러내 보이시고자 하신다면 아직 저는 당신을 뵙지 못했읍니다. 저는 많은 한계를 느끼고 있지만 당신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있음이오니 이를 치유할 수 있음을 믿고 있읍니다. 항상 침묵을 좋아하시는 당신이기에 나는 당신을 사랑하였음이니 오늘 또한 당신의 침묵과 저의 기다림이 뒤범벅되며 침묵을 통해 던져주는 당신의 의미들을 음미하며 당신의 사랑을 강구합니다』
▨추신=지면을 빌어 방콕 한인천주교 신자분들과 한국에서 관심을 보여주시는 여러 은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