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그려내는 삶은 다양하며 몸짓 속에서 우러나는 메시지는 한층 더 강렬하다.
유명한 배우보다는 성실한 배우가 될 것을 다짐해 온 박기산(베드로ㆍ가회동본당)씨는 그가 몸담아 온 민중극단에서「성실파」로 꼽힌다.
『연기를 하면서 항상 가져온 지향은 주님이 주신 탈랜트를 성실히 가꾼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박기산씨는 『예술의 아름다움을 통해 주님의향기를 전하는 마음가짐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양정고등학교 연극부 시절, 연극이 주는 매력에 매료되어 연극계에 뛰어든 그의 연기 경력은 올해로 11년째지만 그는 한사코『멀었다』로 일관한다.
온몸으로 연극과 부딪히며 4년간 연기생활을 한 박기산씨는 이론의 빈약함을 절감하고 83년에 서울예전 연극과에 입학, 의지적인 연기자의 삶을 개척해갔다.
대학재학시 드라마센터가 주관한 연기경연대회에서 「우수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박기산씨는 사람 좋아 보이는 그 웃음과 달리 연극에 관해서는 철저하다.
창고극장에서 워크샵 공연으로 가졌던 「누구세요」를 비롯, 「마피아」「선 샤인」「심판」등 주연ㆍ조연을 막론하고 그가 소화해 낸 작품은 셀 수 없이 많다.
『일단 연극연습이 시작되면 주말도 주일도 없이 계속 전원이 연습을 하게 되는 경우는 새벽미사를 주로 드린다』는 박기산씨는 자신에게 있어 최고의 신앙생활은 성실한 연기라고 생각한다.
요즈음 연극을 찾는 관객의 수는 줄어드는 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무언가를 생각하게하는 주제의 연극은 관객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기가 일쑤이다.
『향락산업이 발달하면서 순수한 연극이 위협을 받는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지만 행위를 통해 본질적인 것을 전한다는 기쁨을 없앨 수는 없다 』고 말한 박기산씨는 연극에도 일부 극단을 중심으로 흥미 위주로 흐르는 풍조가 있음을 지적했다.
현재 서울 문예회관에서 공연 중인 브레히트작「서푼짜리 오페라」에서 스미스역을 맡고 있는 그는『브레히트의 서사극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연하는 것』이라며『무대와관객과의 소격효과(疏隔效果)를 주장한 그의 작품을 연구하고 공연하는 일은 연극인으로서 뿌듯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작품 속에 나타난 주제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정의를 전달하는 것이 직업을 통해 가지는 크리스찬적인 소명』이라고 덧붙였다.
사회구조적으로 합리화되고 조직되는 사회의 비리와 부정을 폭로하는 브레히트의「서푼짜리 오페라」에 이어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체르노빌」.
소련체르노빌 원전사건의 배경 및 참상을 극화시킨 이 연극은 소련의 국방상이 직접 쓴 작품으로 인간의 존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이다.
박기산씨는『이 작품의 주제는 신앙인의 차원에서 생각해 볼 만한 것』이라며 『종교는 이데올로기나 인종ㆍ문화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앙을 가진 연극인으로서의 삶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인으로서의 삶이 조화를 이룰 때 가장 큰 힘을 갖는다는 신조로 박기산씨는 「성실한 연극인」의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朴貞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