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인氏 동남아 순례기
날이 흐리다. 비라도 내릴듯이 더운 바람이 분다.
1557년 포루투칼인이 거주권을 획득한 이래 포루투칼의 동양 무역의 근거지가 되는 동시에 포루투칼의 보호권 아래 가톨릭의 극동지역 선교의 전초지가 된 마카오. 그러나 지금은 도박의 천국으로 더 유명하다.
상 바오로 성당터, 페냐 성당, 손문기념관, 몬테나 요새 등 중요한 사적이 있는가 하면, 네개의 공인된 카지노가 있고 그를 둘러싼 수십 개의 저당포가 카지노와 함께 24시간 영업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골목 곳곳에는 고압선들이 아무렇게나 늘어서 있다. 우기에는 하루에도 몇명씩 전기감전에 의해 죽는다고 한다. 그래도 누구 하나 신경쓰지 않는다.
홍콩과 마찬가지로 중국대륙에서 물과 양식을 사다먹고 있는 이곳 역시 수년 후에는 중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중국 주해시와 윤지경계선인 「주해시 경제 특별구역」의 하늘도 낮게 내려앉아 있다. 관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유롭게 중국 본토와 마카오를 왕래할 수 있는 곳이다. 통행증만 있으면 하루도 좋고, 이틀ㆍ열흘도좋다. 서로 만날 수 없었던 이산가족을 위해 동포애의 관문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흥미 있는일은 마카오에서 중국 쪽으로가 아니라, 중국에서 마카오 쪽으로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그곳을 지키는 다소 어려 보이는 군인과 악수를 하고 함께 사진을 찍고하면서도 부러움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언제나 그렇게 자유롭게 관문을 드나들 수 있을런지.
성 바오로 성당터와 페냐 성당을 들러봤다.
1637년 일본에서 쫓겨온 천주교인들이 세운 성 바오로 성당은 1835년의 화재로 인하여다 타 버리고, 지금은 앞면의 벽만이 남아있다.
벽에 장식된 성상들과 내용의 섬세함이 웅장한 규모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페냐 성당은 반도 남단의 조금 높은 언덕에 서 있었다. 내려다 보니 시가지와 바다가 한 눈에 보인다. 이곳 바다에도 정크족들의 배가 많다. 가장 아름다운 성모님이 모셔져 있다는 이 성당에서는 매년 5월 13일 하루만 미사를 드린다고 한다. 5월 13일은 1917년, 포루투칼의 파티마에 처음 성모님이 발현하신 날이다. 루치아, 히야친타, 프란치스꼬 이세목동 아이들에게 나타나신 성모님이 원하신 것은 당신을 위해 성당을 하나 지어주는 것이었다. 아마 이 성당도 파티마의 성모님을 위해 지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5월 13일 이외에는 열어놓지 않는다는 성당이지만, 김대건 신부님의 동상이 세워지고 그 얼마 뒤부터 한국인들에게는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깨끗하게 정리된 내부, 스테인드 그라스가 아름다은 성당 중앙에 매괴의 여왕이신 성모님이 모셔져 있다. 일행은 그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잃고 있다가 기도를 바치고 성당을 나왔다.
마침내 우리는「카뮤엔스」공원을 찾았다. 시의 서쪽 해안 가까운 곳에 있는 공원 안쪽 깊숙한 곳에 야자수를 배경으로 김대건 신부님의 동상이 서 있다.
1836년부터 1942년까지 이곳 마카오에서 공부를 하신 김대건 신부님. 이곳에 있는 동안 복통ㆍ두통ㆍ신장병을 앓던 병약한 유학생이었다고 한다. 이곳에 신부님의 동상이 세원진 것은 성인 반열에 오르신 그 이듬해인 1985년 10월이다.
일행은 한동안 말을 잃었다.
바람이 부드럽게 야자수 잎을 흔든다. 오로지 하느님의 그림자를 쫓아 이곳 저곳으로 떠나셔야 했던 김대건 신부님. 어디선가 문득 신부님의 낮은 기침소리가 들려올 것 같다.
고요하다.
『네 발이 헛디딜까 야훼, 너를 지키시며 졸지아니하시리라.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이, 졸지 않고 잠들지도 아니하신다.
야훼는 너의 그늘, 너를 지키시는 이,
야훼께서 내 오른 편에 계신다.
낮의 해가 너를 해치지 않고
밤의 달이 너를 해치지 못하리라.
야훼께서 너를 모든 재앙에서 지켜 주시고
네 목숨을 지키시리라.
떠날 때에도 돌아 올 때에도 너를 항상 지켜주시리라,
이제로부터 영원히. 』
(시편, 121, 3~8)
<끝>
마카오에서 유학한 성김대건신부를 기념하기위해 1985년10월 카뮤엔스고원내에 동상이 건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