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우리는 8군 소속 연대장콜리어 1군단 군목 하이랜드를 방문했다. 1군단 본부에서 우리는 UP통신원인 봅베니로프와 함께 번즈주교·부쓰 신부 그리고 다른 민간인 포로들 특히 서울에서 북으로 끌려온 포로들의 석방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마디로 그들에 대한 정보는 전무였다.
▲10월 31일「잭슨포워드」는 안주에 주둔하는 부대의 공식명칭이다. 케롤 신부와 나는 번즈 주교와 부쓰신부의 소식을 살피고 또 가는 길에 있는 본당들 상황도 파악할겸 오늘 아침에 그곳으로 지이프를 몰았다.지이프를 수리하느라 수난에서 3시간을 소요했다. 그동안에 우리는 김바오로 내외와 백엘리사벳과 이야기할 수 있었다. 특히 백엘리사벳은 우리의 여러 본당에서 교리교사로 활약한바 있는 사람이다.
이분들은 모두 수난에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 지이프를 수리해준 수송대에서 우리들은 수리하여 성능시험을 하고있는 탱크를 타보았다. 지이프를 수리하는 시간이 너무 걸리므로 우리는 양유까지만 가기로 결정했는데 오후 4시 30분에야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 모인 신자들과 함께 잠시 담소한 뒤 우리는 고백성사를 주고 8시경에 미사를 봉헌했다.
양유의 교회건물들은 모두 좋은 상태였다. 제의·성상·십자가 등등을 숨겨둔 모양이었다. 이제는 기쁨에 날뛰면서 모두들 다시 성당안으로 옮긴 것이다.
밤기도를 마친후 우리 사제관에 모인 신자들과 오랫동안 이야기 꽃을 피웠다. 공산당의 압제에서 살아 남은 젊은이들은 4개월 동안이나(그중 2개월은 장마철이었다) 산속에 숨어 살았던 이야기를 실감나게 들려주었다.
▲11월 1일 어제보다 훨씬 더많은 신자들이 모였다. 우리는 모두 1백 80명에게 고해성사를 주었다. 나는 오전 9시 미사를 드렸고 케롤 신부는 오늘 저녁에 사이호에서 미사 드릴 준비를 하며 기다렸다. 미사후 나는 이장하는 시신에게 강복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나는 기꺼이 기도해 주었는데 이 시신은 공산당에 의해 처형되 11명 정치범 중 한사람이라 했다. 그들은 손이 묶인채 산채로 생매장 당해 운명했던 것이다. 이 사실은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또 자발적으로 증언했는데 그 증언자의 수효는 굉장히 많이 있었다.
우리는 오전 11시에 양유를 떠나 오후 1시에 안주에 도착했다. 그곳 성당에서 우리는 김신부를 만났다. 김신부는 산속의 피신처에서 9개월을 지내다가 겨우 2일 전에야 돌아왔다는 것이다. 안주성당은 전소되었다.사제관은 완전히 약탈당했지만 건물은 서있었다.「잭슨 포워드」캠프에서 우리는 NCWC통신원인 골룸바노회 신부 패트릭 오코놀을 만났다. 그는 우리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순천터널 학살의 생존사중 한 사람이 증언한바에 따르면 그 포로들 중에는 민간인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다시 번즈 주교와 부쓰 신부에 대한 생각이 떠올라 북으로 끌려온 주요 인물들에 대한 흔적조사를 물어보았다.
우리가 있는 이 지점은 전쟁터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아볼 방도는 없었지만 군당국에서 우리에게 더 전진해도 좋다는 허가를 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점심을 먹은 뒤 오후 2시 30분경에 귀대했다가 4시 30분에 사이호에 도착했다. 케롤 신부는 사이호성당에서 오후 5시 미사를 드렸다. 오늘은 모든 성인의 축일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