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의 매력은 관객들에게 바로 메시지를 전달하며 동시에 관객들과 함께 진한 흥분과 공감을 맛보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연극은 배우예술이고 영화는 감독예술이라고 말할수 있겠죠』
2월 중순 국립극장에서 공연될「말괄양이 길들이기」(세익스피어작)에서 미망인역을 맡아 바쁜 연습시간에 잠시 틈을 낸 손숙(44세·헬레나·서울한강본당)씨의 눈빛은 젊은 배우 못지 않는 정열과 애정을 뿜고 있었다.
대학시절 처음 시작、지난 25년간 손씨가 출연했던 작품들은 현재까지 1백여편에 이르고있다.「세자매」(안톤·체흡)「파우스트」(괴테)등 번역극을 비롯、「꿈하늘」(차범석)「초승에서 그믐까지」(윤조병)등 창작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훌륭하게 소화해온 그녀의 연기력은 이미 한국 연극계에서 기반을 확고히 다져놓았다. 특히 손씨는 지난 86년 대한민국 연극제에서 윤조병작「초승에서 그믐까지」에서 여주인공역을 맡아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0여년전 홍당무(르나르작)에서 홍당무 머리 소년역을 맡았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는 손씨는『그러나 배우들은 자신이 맡았던 어떤 작품이나 뼈와 살을 깎는 어려움을 겪었던만큼 모든 출연작품에 애착을 갖고있다』며『그동안 정부당국이 해온 사전검열제도를 페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작품에 대한 모든 평가는 일단 무대 위에 올려 놓은 뒤 관객들로부터 받아야 한다. 공연도 되기전에 대본심사에서 연극자체를 평가하는것은 순수예술인 연극이 발전할수 있는터전을 송두리째 잘라버리는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한국연극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진단하기도 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연극계를 지켜온 손씨는『제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보면 참으로 어렵고 힘들었지만 보람있는 생활이었다』며『앞으로도 무대에 설 수 있는 날까지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1944년 경남밀양에서 완고한 유교집안에서 태어난 손씨가 영세 입교한 것은 어머님의 인도로 중학교 2학년때였다.
『교회내에서는 한번도 공연해보지 못했다』는 그녀는 지난 85년 명동성당 뒷마당에서 공연하기로 된「에미」가 연습도중 몸이 아파 중단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대학에서 함께 연극을 한 남편 김성옥씨는 그후 연극계를 떠나 TV탤런트로 활약했으며 현재는 밀랍인형을 제작하고 있다.
남편 김성옥씨(도비아·한강본당)와 함께 딸셋과 단란한 신앙가족을 이루며 살고있는 손씨는『신앙에 대해서는 별로 내세울 것은 없지만 연극도 하나의 성소』라며 웃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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