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과 토의에서의 토의내용과 제안 사항들을 토대로 이번 총회의 최종 선언문이 작성되었다. 기초 위원회가 작성한 초안을 가지고 한 차례의 분과 토의와 세 차례의 전체 회의에서의 독회를 거쳐 작성된 최종 선언문에서 참석자들은 우선 아시아가 당면한 도전을 크게 둘로 나누어서 파악한다.
하나의 도전은 식민세력이 인위적으로 그어놓은 국경선을 토대로 등장한 국민 국가에 대한 저항으로 생긴「분리주의」운동과 종족간의 분쟁과 폭력의 심화,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서의 억압적인「국가주의」의 강화, 근대화 과정에서의 사회적ㆍ문화적 혼란, 물질주의와 소비주의의 폐해 등이고, 다른 하나의 도전은 수많은 사람들이 환경 파괴, 군비 강화, 여성 차별, 정치 분쟁 등으로 말미암아 빈곤과 불의에 허덕이고 있으며, 낙태로 말미암아 많은 생명이 가장 기본적인 인권인 생명권을 박탈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선언문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표지를 확인하고 있다. 즉 참석자들은 무엇보다도 이러한 상황은 필연적인 운명이 아니라 투쟁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는 새로운 의식이 소외된 이들 가운데 일고 있는 점, 그리고 국가, 종족, 계급, 종교, 성을 초월한 연대의식이 강화되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운동, 종교간의 대화, 여성운동, 환경 운동, 영성 및 정신적 가치의 탐구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점을 희망의 표지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선언문은 이어서 신앙의 눈으로 볼 때 이러한 희망의 표지와 아울러 아시아가 당면한 어려움은 곧 선교에의 도전임을 확인하면서 선교의식의 쇄신을 다짐하고 있다. 이 선언문은 또한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함은 복음선교의 중심이자 첫째가는 요소임을 재확인하면서 아시아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함은 무엇보다 먼저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나라의 가치관을 증거하는 것, 다른 종교를 믿는 우리 이웃들 가운데서 그 분처럼 사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한다. 대화와 행동을 통한 선포야말로 아시아의 교회들의 첫째가는 소명임을 이 선언문은 강조한다.
이 선언문은 또한 아시아의 현실에 대응하여 교회가 가치관을 설교하였지만 백성들을 억압하는 죄의 구조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될 효과적인 행동으로 이를 뒷받침하지는 못한 적이 많았음을 지적하면서 복음의 가치관에 따라 아시아의 사회를 개혁하는 일은 평신도 고유의 책임임을 강조한다. 평신도는 사회생활 전 분야의 첫째 가는 복음화일꾼이므로 이들에게 철저한 사회 교리교육이 필요함을 이 선언문은 강조한다.
이 선언문은 특히 아시아의 복음화라는 도전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의 현실과「대화」하고, 아시아에서의 하느님의 성령의 움직임을「식별」하며, 성령께서 우리에게 명하시는 바를「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천명하면서 긴요한 사목과제로서 다음과 같은 여섯가지를 제시한다. 즉 ①그리스도를 복음 선포의 중심에 두는 것, ②교회의 선교 및 사목적 노력과 아시아 사회의 다원주의와의 관계를 신중하고 예민하게 배려하는 것, ③복음선교, 직무 등을 위해 사람들의 권한을 키워주는 것, ④일반신자 차원에서의 자발적 활동을 권장하고 북돋아 주는 것, ⑤아시아의 교회가 그 생활양식과 행동, 신앙의 선포 정의와 인권을 위한 활동에 있어서 신뢰를 받도록 하는 것, ⑥문화가치와 구조의 요인들을 특별히 고려하여 교육과정을 재편성하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특히 90년대 아시아 교회의 새로운 존재 양식으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서로를 형제 자매로 받아들이는 공동체들의 친교를 제시하며 소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선언문은 또한 교회의 이러한 새로운 존재양식의 중심이 될 우리의 영성을 그리스도인 생활의 모든 면, 즉 전례, 기도, 공동체 생활, 모든이, 특히 가난한 이와의 연대, 교리교육, 대화, 사회적 투신 등을 모두 통합하는 것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즉 아시아의 교회의 진정한 영성은 아시아의 사회에서의 신앙과 생활을 일치시키는 데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아시아의 교회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번 총회는 폐막에 즈음하여 이 선언문의 내용을 간추려 아시아의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보내는 메세지를 발표하고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진정한 친교 속에 함께 노력할 것을 호소하였다.
이번 총회가 원만히 진행되도록 하는데 있어서 인도네시아의 평신도들의 봉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반둥교구의 신자들은 회의 기간 중 매일 식사를 준비해 주었고 자카르타 교구의 매리지 엔카운터 부부들은 각국 대표들에게 총회 개막전과 폐막후에 민박을 제공하고 관광안내를 하는 등 환대를 베풀어 새삼 따스한 친교를 맛볼 수 있게 해주었다.
총회 폐막 후 27일 자카르타로 돌아온 한국대표들은 그 곳 한인 신자공동체 1백50여명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기도 하였다. 윤공희 대주교, 이갑수 주교, 강우일 주교는 이들에게 고백성사를 베풀고 이들의 신앙 생활을 격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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