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말이나 예배 등에 있지 않고 오직『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데』있다. 『나더러 「주님 주님」하고 부른다고 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마태오7, 21)
자, 여기에서 우리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과연 우리는 얼마만큼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 실천했는가? 오늘의 복음에서처럼, 아버지께서 『얘야, 너 오늘 포도원에 가서 일을 하여라』하는 말씀을 듣고는 『네 가겠습니다』라고 말만하고는 가서 일하지 않고 있는 믿음이 아닌지?
일단 신앙을 고백하고 세례를 받아 신자는 되었지만 이건 신자인지 아닌지 조차 분간할 수 없는 미지근한 신앙 아닌 신앙의 흉내만 내는 신자들, 저들은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묵시록3, 15)태도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다.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는 즉각적으로 『예』하고 대답은 해놓고는 언제 그런 말씀을 들었더냐는 듯이 시치미 딱 떼고 딴전만 부린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버지 밭에 가서 일하는 핑계를 대고는 엉뚱한 짓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즉 자기 이익이나 챙기거나, 신자라는 이름을 이용해서 자기 권익이나 개인적인 명예를 획득하는 방편으로 삼는 일 따위를 일삼는 자들도 있다.
옛날 이사야 예언자가, 그 당시의 사이비 신자들에게 준엄하게 꾸짖었던 바로 그런 현상들이다.
예수님도 그 당시의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믿음을 빙자해서 자신의 유익과 영달, 나아가서는 남의 위에 군림하거나, 자신의 안일과 생활의 방편으로 삼으면서, 스스로 하느님의 사자(使者)임을 자처하는 자들을 꾸짖으셨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여도 마음은 나에게서 멀리 떠나 있구나! 그들은 나를 헛되이 예배하며 사람의 계명을 하느님의 것인양 가르친다』(마태오15,8~9)
그런데 그와는 반대로, 아버지께서 명령했을 때는 『싫습니다. 안가요』하고 말해놓고는『나중에 뉘우치고 일하러 간』이들이 있다.
우리는 이 말씀이 내포하고 있는 깊은 뜻 중의 하나가 『싫다』고 한 저들도 역시 하느님의 아들이요 딸이라는 점이다.
인간은 그가 하느님을 믿든 안믿든 간에 모두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하느님의 자녀라는 사실이다.
믿는 사람은 하느님이 아버지라는 사실을 깨닫고, 고아의 신세를 면한 복된 사람들이지만, 아직 믿지 않는 사람들은、아직도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모르고, 고아로서 이 세상 험한 파도 중에 방황하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고아라해서 어디 아버지가 없는가? 아버지 어머니 없이 어떻게 태어났겠는가? 그러니까 분명히 저들도 부모님이 있기는 있는데,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고 있을 따름이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부모가 없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부모를 모른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느님께서 존재하시지 않는 사람이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 다만 저들이 하느님이 자신들의 아버지 즉 자신들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셨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모두 하느님의 은혜인데도, 그것을 전혀 모르고 살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그런데 하느님이 아버지심을 알고, 우리와 살고있는 모든 조건들이 모두 하느님께서 마련해 주신 것임을 알고는 있으면서도, 하느님의 뜻대로 살지 못하고 있는 사람은 더욱 불행한 사람이다.
그것은 오늘의 말씀에 나오는 작은 아들과 같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신자라해서 모두 무조건 구원되는 것이 아니요, 또한 불신자 『세리와 창녀』라 해서 모두 멸망의 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선언하신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고 있다!』
이는 악을 인정하거나 옳다는 말이 아니라, 인간은 누구나 악을 범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어, 자칫 그 길로 빠지기 쉽지만, 즉시 회개하고 돌아선다면, 더 열심한 신앙인이 된다는 뜻이다. 과거의 잘못을 따질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받아들이듯이, 우리도 사랑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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