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몸바쳐 경상도 지역의 순교자 현양사업에 몰두하는 사람이 있다.
대구대교구 신동본당 전교회장인 마백락씨(끌레멘스ㆍ53)가 바로 그 주인공.
이 지역의 순교자 묘소발굴과 고증 등 순교자들의 숨결을 찾는데 있어 마씨를 제외하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우뚝 솟아있다.
마씨가 여태까지 이루어놓은 업적을 보면 대구대교구 신나무골과 한티성지개발 및 고증, 신유박해 때(1801년)의 교우촌 안동 청송골 노래산 유적지 발굴, 밀양 김범우 묘소 발굴, 양산 병인박해 순교자 무덤발굴, 김해 조씨형제 묘소 발굴, 병인박해 직후(1868년) 마산 노루목에서 순교한 서신 겸 순교자 고증 등 굵직한 것만 해도 10여가지가 넘는다.
이 밖에 무명 순교자 묘소도 30여기를 발굴했으며, 이를 위해 박해 때 교우들이 살았던 곳이라면 안가본 데가 없을 정도로 산천을 누비고 다녔다.
마씨가 순교자 현양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시절 칠곡본당 전교회장을 맡으면서부터. 전교회장으로서 인근 한티와 신나무골 공소를 담당하게 된 그는 그곳에 순교자들의 묘소가 어딘가에 있다는 구전을 듣고 발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나무골은 1977년 당시 신동본당 주임 현익현 신부와 함께 본당차원에서 성지를 1차개발한 후 교구로 이관해서 84년 2차개발에 들어갔고, 한티는 83년 2백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본격 개발됐다. 특히 한티개발은 순교자의 묘소가 있다는 전갈을 받은 이 대주교가 몸소 달려와 마씨에게 개발을 지시할 만큼 교구의 관심이 컸다. 오늘날 한티와 신나무골은 관덕정과 함께 대구대교구의 주요성지로 꼽히고 있다.
『순교자 묘소 발굴 등 현양사업은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어림도 없음을 뼈절히 느꼈습니다』마씨는 하느님의 은총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 엄청나게 작용하는 곳이 바로 현양사업부문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발굴한 한국 최초의 순교자 김범우 묘소를 찾기 위해 3년동안 밀양, 삼랑진 등지를 이 잡듯이 뒤졌으나 허탕을 쳤습니다. 마지막 답사라고 생각하고 결핵요양원 등에서 평소 지도하는 5개의 성령기도회에 기도를 부탁함과 동시에 스스로 가브라엘 천사에게 당신 출일날 찾을테니 도와달라고 간절히 빌었습니다. 그게 효험이 있었는지 우연히 비석짓는 사람을 만나게 돼 가브리엘 천사를 축일날 묘소발굴의 실마리를 풀었습니다』
경상도 지역의 교회출발이 다른 곳에 비해 늦은 이유에 대해 마씨는 유교와 불교 등 전통종교의 본산이었다는 점과 관변 및 교회 측의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면서 기록이 없다고 해서 신앙이 늦다고보면 오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공식기록에 터를 두지않고 오로지 후손들의 증언과 호구단자, 가승 등 비공식 기록을 토대로 김범우묘소를 발굴한 점을 상기시켰다. 이를 계기로 경상도교회사는 1780년대로 10년이나 앞당겨졌다.
마씨는 순교자 현양사업만큼 남을 도우는데도 헌신적이다. 벌써 27년째 나환우촌과 결핵요양소 등지를 돌며 그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그들의 어려움을 돕고 있다. 87년 2월 가톨릭대상 사랑부문을 수상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하루에 보통 2시간 이상씩 기도를 한다는 그는 요즈음은 주로 현양사업외 남북통일에 관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또한 현양사업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길 바라는 기도도 빠뜨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89년 「경상도교회와 순교자들」이란 제목의 책을 펴내 자신이 여태까지 행해온 일들을 집대성한 그는 요즘은 소위 경상도의 정약용이라고 일컬어질만한 인물을 발굴하는데 여념이 없다. 김해유배지에서 시를 즐겨하며 신앙을 논했던 것으로 추측되는 당대의 문객 낙하생 이학규 선생의 족적을 더듬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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