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서 최초로 사제서품을 받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두번째 사제인 최양업 토마스 신부가 남긴 서한과 저술들은 이들의 생애와 활동, 사상과 영성을 연구하는데는 물론 한국교회사연구에 필요불가결한 기본자료이며 또 한국근대사연구에도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사제로 서품된 지 1년 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동안의 사목활동 후 체포돼 순교한 성 김대건 신부와 사제성품 후 12년간에 걸쳐 불같은 열성으로 포교와 사목활동을 하다가 과로로 쓰러져 순직한 최양업 신부가 남긴 서한은 각각 22편ㆍ19편이다.
또 이 서한들과 함께 김 신부는 라틴어 작문 2편과 「초기 교회사 개요」「기해박해」「순교자전기」등을 저술하고 「조선전도」를 작성했으며, 최 신부는 라띤어 작문 2편과 「한국 순교자전」「성교요리문답」「천주교성교공과」등을 번역하고 「천주가사」를 저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서한은 1842년 마카오를 출발한 후부터 1846년 순교하기 수일전까지 5년간의 기간 중에 작성. 은사인 르그레즈 신부ㆍ리브와 신부를 비롯 교구장 페레올주교. 조선교우 등에게 보낸 것으로서 발신연월일과 수취인 및 서명이 있는 순수한 서한문이다.
이중 1평의 한문서한과 1편의 한글서한 「교우들 보아라」를 제외하면 모든 서한이 라틴어로 돼 있다.
일명 「회유문」(廻踰文)이라 불리는 서한 「교우들 보아라」는 김 신부가 순교를 앞두고 모든 조선 교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 깨우쳐주고 싶은 말, 가르쳐주고 싶은 일들을 상세히 기록한 글이다.
또한 김대건 신부는 1845년 부제 당시 선교사들의 입국을 돕고 조선을 세계에 소개할 목적과 자신의 학문적 관심에서 「조선전도」를 제작하기도 했다.
「조선전도」의 특징은 선교사들이 알아두어야 할 관부의 지명과 위치, 선교사들의 입국통로인 만주의 봉황성에서 의주 변문까지의 도로, 한강하류를 포함한 서해안 일대의 해로 등이 상세히 표시돼 있다.
「조선전도」는 위도ㆍ경도가 표시되지 않는 등 과학성이 결여됐음에도 불구, 지명이 많고 그 지명은 조선식 발음의 한자표기와 로마자의 표기가 첨가 돼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대건 신부는 그 밖에 서울에서 감옥생활을 하는동안 정부당국의 요청으로 세계지도를 작성하고 지리개설서를 저술했으나 현재 전해지지 않고 있다.
한편 프랑스 바리 외방전교회 고문서고에 보관돼있던 성 김대건 신부의 기타 다른 서한들은 현재 절두산 순교기념관에 소장돼 있다.
사제서품 후 12년동안 지칠 줄 모르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사목활동을 펼친 최양업 토마스 신부는 총 19편의 라띤어 서한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양업 신부의 서한은 1842년부터 사망하기 1년 전인 1860년까지 작성된 것으로서 6편은 입국 전의 것이며 나머지 13편은 입국 후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서한들은 최신부의 은사인 르그레즈 신부와 리보와 신부에게 보낸 것으로서 르그레즈 신부에게 보낸 4편은 진본이며 리보와 신부에게 보낸 4편은 사본으로서 빠리외방전교회 고문서고에 보관돼 있으며 1854년 9월 르그레즈 신부에 보낸 서한은 유실된 상태이다.
또 최양업 신부는 휴식없는 성무 중 저술활동에도 힘써 「한국순교자전」「성교요리문답」「천주성교공과」를 번역하고 「천주가사」를 저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최양업 신부는 그 어려운 시기에 12년간이나 유일한 우리나라 사제로서 전교에 헌신하며 다양한 활동과 수많은 경험을 했음에도 불구, 김대건 신부의 영광스런 순교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증언」의 관점에서 볼 때 김대건 신부의 순교는 「피의 증언」이고 최양업 신부의 경우는 「땀의 증언」이라는 점에서 둘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교회사가들은 김대건 신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지고 있는 최양업 신부의 생애ㆍ영성ㆍ활동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전개돼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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