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중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있어서 가장 피부에 잘 와 닿고 파급효과가 큰 것이 바로 식수의 오염이다. 국민들에게는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없다는 생각이 보편화되어 있고. 이에 따른 자구책으로서 힘들게 약수를 구해 마시거나 비싼 가격의 생수를 구입해 먹게 되었으며, 정수기를 구해서 수돗물을 걸러 마시는 경우를 주변에서 허다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생수는 시판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상태이고, 정수기에 대해서도 그 제조와 판매를 소관하는 정부기관이 없는 실정에서 마시는 물에 대한 국민의 두려움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방법은 수돗물의 수질을 개선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지난 해와 올 여름 수돗물에서 중금속과 트리할로메탄(THM)이 검출되면서 신문과 방송에서 논란이 된 수돗물의 수질악화는 상수원의 오염에서 비롯된다. 국민의 식수원이고 젖줄인 한강ㆍ낙동강ㆍ영산강ㆍ금강 등 우리 국토를 흐르는 큰 강뿐만 아니라 수많은 하천과 지천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의 다목적댐들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부영양화는 댐물이 상수원으로 쓰일뿐 만 아니라 위락시설. 가두리 양식장이 호수 내에 설치되어 오염을 일으키고, 축산시설 등이 인접해 있어 수원지 관리가 유명무실한 실정이므로 상수원 오염은 애당초 예상된 일이었다.
소양호의 경우는 8백만 수도권 인구의 최후의 식수공급원으로서 그 의미가 매우 중요한데. 본 서울대 미생물생태학 연구실에서 87년 이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걸리, 조교리 등 지류일대의 물이 검붉게 썩어들어가는 적조현상이 매년 나타나고, 그 범위도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또한 짙은 녹색의 시아노박테리아의 대발생도 심하게 일어난다. 올 여름에는 설악산 등지에서 떠내려 온 2천5백톤의 쓰레기가 호수표면을 뒤덮기도 하였다. 적조가 발생한 지역은 식수로 쓸 수 없는 4등급의 수질을 보였다. 올 9월 초에 측정한 바에 따르면, 양어장 지역과 댐 앞의 경우 총 인의 기준으로 볼 때 5등급의 수질을 보였다.
수도권의 직접적인 상수원인 팔당호의 경우 유역인 경기도 광주군, 남양주군, 양평군 등에서 기르는 가축은 소7만마리, 돼지13만마리에 이르고. 이들로부터 나오는 축산폐수에 포함된 고농도의 유기물은 인구 130만명이 배설하는 분뇨량과 맞먹는다. 따라서 팔당호에 유입되는 남한강과 경안천에서 나타나는 수질의 오염은 수도권 인구의 식수원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지난 6월 필자의 연구실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팔당호의 경우 경안천을 통해 들어오는 유입수에서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COD(화학적 산수요구량), 부유물질량 및 수소이온농도 등의 값에서 수질이 전체적으로 4급수이하의 수준을 보여 상수원으로서는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론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중단한 팔당호의 골재채취를 위한 저니층의 준설계획은 호수 바닥에 가라앉은 엄청난 오염물질을 수층 내로 재용출시켜 상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냈었다.
이제 상수도 오염은 수도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89년 건설부가 발표한 전국 상수도 수질검사 발표를 보면 상수원의 오염이 이젠 지정된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인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조사에 의하면 부산ㆍ대구 등 영남권의 상수원인 낙동강수계의 오염이 최악의 상태인 것을 알 수 있다. 안동대 이회무 교수팀의 조사에 따르면 안동댐의 경우 지난 8월초 상류와 중류지역에서 악성적조가 발생, 급격한 수질악화가 나타났다. 이 안동댐의 적조는 댐 주변의 농경지에서 유입된 영양염류가 과다 축적되었고. 30도이상의 고온이 계속된 결과로 나타났다. 또 구미공단의 각종 폐수가 유입되는 금호강에는 대구시의 생활하수까지 흘러들어 낙동강의 수질악화를 가중시키고.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부산ㆍ경남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대전시와 청주시의 상수원인 대청호의 경우도 부영양화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 필자의 실험실에서 89년 9월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청주시 취수탑 앞의 물은 부유물질양이 농업용수 3급에도 미달되며 총질소량은 상수원수 3급에 해당되어 고도의 정수처리 후에야 사용이 가능한 수질로 분석되었다. 대청댐 안의 넓은 면적에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의 대발생이 일어나 마치 물위에 녹색 융단을 깔아 놓은 것처럼 보였다. 댐 앞에서 측정한 용존산소량은 표층에서는 밀생한 식물성 플랑크톤의 활발한 광합성에 의하여 높은 값을 보였으나 수심이 깊어짐에 따라 점차 감소하여 37m 이하에서는 수중의 용존산소량이 전혀 없는 무산소 층의 죽은 물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올 7월에 조사한 바로는 대청호 일부지역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의 대발생이 심하게 일어나 수층에 흰 거품이 일어나고 COD가 550PPM을 초과하였다.
호남의 식수원인 영산강의 경우도 심각성은 마찬가지인데 특히 목포일대의 수돗물 오염상태는 전국에서 수위를 다툴 정도로 악명이 높다. 또한 엄청난 돈을 들여 지은 영산댐은 부영양화가 진행되어 플랑크톤이 썩고 산소가 부족하여 물고기가 죽는 등 사람이 마실 수 없는 죽은 물이 됐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전국 어느 곳을 가릴것 없이 상수원의 수질오염은 일반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목적댐에서부터 이루어지는 수질오염은 강과 하천을 따라 흐르는 동안 온갖 오염물질을 포함한 폐수와 하수가 유입됨에 따라 더욱 심해지고. 최종적으로 취수될 때에는 많은 경우 상수원으로는 사용될 수 없는 수질에 도달한다.
또한 오염된 상수원을 원수로 사용하여 수돗물을 생산하는 전국의 정수장은 낡은 시설과 모자라는 인력 등으로 인해 적절하게 정수된 수돗물을 공급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전국 7백2개 정수장 중 20년이상 노후된 정수장이 130여개이며、정수방법도 가장 기초적인 염소처리와 분말 활성탄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오염된 물을 정화하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의 정수시설로는 중금속과 농약성분 등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 오염물질이 원수에 녹아 있을 경우 전혀 제거되지 않고 있으며、오히려 부적절한 정수처리로 인하여 트리할로메탄이나 벤조피렌 등의 발암물질이 새로 생성될 위험성을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상수원이 정수처리 된 다음 수돗물로서 각 가정에 공급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급수관이다. 낡은 수도관을 거쳐 공급되는 동안 수돗물은 다시한번 오염이 된다. 노후된 수도관은 잦은 파열과 누수로 인하여、그리고 낡은 수도관 자체로 인하여 다양한 오염물질이 수돗물로 들어오게 된다. 오염된 하수와 폐수가 섞여 중금속과 합성세제 등으로 오염되고, 낡은 수도관 내벽의 녹 찌꺼기가 녹아 나온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가정에 공급되고 있는 수돗물은 결코 안심하고 마실 수 없다. 우리 사회의 건강을 위해 생존에 필수적인 물의 건강을 개인에게 모두 떠맡겨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이미 사회적문제로 되어 있는 수돗물의 수질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당국은 정부당국대로 전문가는 전문가대로 시민은 시민대로 주어진 입장에서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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