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에 받았던 편지와 아주 비슷한 내용의 편지를 한 아버지로부터 받았다. 중학생 아들이 음란 비디오를 본다는 내용이었다.
「…아내가 아들아이 방을 청소하다가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했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그때 저는 그 말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아내도 그 놀라운 사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몰라 당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들을 불러서 확인해 보고서는 더욱 당혹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내 아들만이 아니라 아들아이 또래의 50% 이상이 이런 음란테이프를 본 적이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이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원고지에 써 보낸 이 아버지의 편지글은 구구절절이 공감이 갔다. 이런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이렇게 된 현실을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걸까? 등에 대해 우리는 깊이 생각해야만 한다. 세태가 그렇게 되어 있어서 어쩔 수가 없다는 비관론을 펴는 사람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사람의 얘기는 이 세상의 흐름이 성(性)에 대한 개념이 많이 변해서 감추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무방비로 오염되어 있는 현실을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의 방향은 당연한 추세가 된다는 얘기였다. 긍정은 되지만 도저히 묵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여러차례 매스컴이 심층취재를 통해서 보여주고 경고하면서 그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럴 때、내 아이는 아니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어른들, 부모들은 해 왔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 문제점이라고 고발하고 싶다.
내 아이의 비행 앞에서 “설마”를 되풀이 하는 부모들과 꽤 여러 해 동안 상담역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때 딱한 느낌을 갖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만화가게에는 얼씬도 못하게 해 놓았으니 내 아이는 안전하다고 믿고 마음 편한 사람들이 있다. 설혹 믿고 있는 대로 불량테이프는 구경도 못한 모범 청소년으로 자란다고 치자. 내 아이만 오염되지 않으면 괜찮다는 이 단순함은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가. 내 아이만은 잘 먹고 잘 입고 공부도 잘하고 착하고 예쁘게 잘 자라면 그만인가, 그것이 전부인가?
나는 그 아버지에게 「음란비디오가 아닌 흥미롭고 또 유익한 테이프를 만들어 줘야죠. 다양한 내용으로 아주 많이 만들어서 아이들이 실컷보고 즐거워들 해야죠. 이것이 바로 음란테이프의 범람을 막는 일일테니까요.」라고 말했다.
「너무 큰 걱정을 안 하셔도 된다니까요. 아버지、그렇다고 공부도 안하는 못된 아이들이 아니거든요. 우리반 반장도 우리들하고 같이 어울리는 걸요.」
아들은 아버지 앞에서 이젠 음란비디오는 다시는 안보겠다는 맹세와 함께 위로(?)의 말도 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난감하고 착잡했을 아버지의 심정을 잘 알 것 같다.
앞으로가 아닌 지금 당장 우리 어른들은 제대로 기본을 세워가며 아이들을 똑바로 걷게 해야한다. 작은 일도 크게 벌어지는 첫발이니 무심히 넘기지 말 일이다. 눈가리개를 씌워서 될 일이 아니라면 눈뜨고 볼 것들을 아이들에게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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