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을에 자녀없는 노인 부부와 두 할아버지가 1주일에 두 번씩 구걸하러 오시는데 (굶주림을 참다가 월, 금요일에 오심) 한 분 할아버지가 토요일이 되어도 오시지 않아 걱정이 되어 아침에 계란 두개를 삶아 가지고 갔더니 몹시 앓고 계셨다.
그런 중에도 계란을 보고 좋아하셨다. 『왜? 병원에 가지 않느냐』고 물으니 『돈이 있어야지』라고 하셨다. 그래도 병원에 가야 한다고 하니 힘이 없어 움직일 수 없다기에 진통제와 계란을 드렸다. 흙바닥에 돌보는이 없이 헐벗고 누워계신 그 모습에 눈물을 금할 수가 없었다.
신부님께 연락하여 월요일에 병원에 모셔 가기로 하고 오후에 봉성체 모시고 옥수수죽을 끓여 신부님과 함께 갔다. 그 노인은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가 드린 계란 2개를 드시고 힘을 내어 천당으로 올라 가셨다.
이 노인은 주변에 친척이 없이 언제나 내가 먼저 도와 드려야했다. 『아침 드셨어요?』하면 훌쭉한 배를 보여 주면서 『음식이 어디 있어?』하며 웃는다. 약간의 우유에 빵부스러기를 넣어 드리면 맛있게 드신 후 『언제나 하느님이 수녀님과 함께 하기를』하는 축복의 기도를 남기고 가시던 모습이 선하다.
그리고 노부부 중 할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시다고 할머니가 와서 기도를 청하였다. 따뜻한 우유에 빵 몇조각을 넣어 신부님과 함께 갔더니 기진맥진 힘이 없으면서도 빵과 우유를 맛있게 드시고 할아버지가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셨다. 『하느님! 당신이 우리 부부에게 두 자녀를 주셨으나 일직 거두어 가시더니 멀고먼 나라에서 신부님과 수녀님을 불러오시어 우리를 도와주게 하시는 당신, 주님이시여! 강함 자체이시니 찬미 받으시고 이 신부님과 수녀님을 잘 돌보시고 아프리카에서 오래 오래 살게 해주소서』하는 기도를 해 주시어 우리가 그들을 위로하기 보다는 오히려 위로를 받고 돌아왔다.
바빠서 못가면 맛있는 음식(?) 얻어 오라고 할머니를 보내시곤 하셨다. 헤지고 때 묻은 팬티를 입고 흙바닥에 벌레가 우글거리는 돗자리 한장 깔고 한번도 세탁한 적이 없는 빤질빤질한 담요를 덮고 누워있었다. 집 청소를 하고 신부님이 담요1장, 나는 팬티를 1개 만들어 드렸더니, 깨끗이 갈아입고 누운지 1주일만에 천당에 가셨다.
밤에 연도 드리러 갔더니 할머니가 시체 위에 두 다리를 얹어놓고(이곳 관습)『하느님께 가서 편히 쉬고 있으시오. 나도 곧 뒤따라 갈테니』하면서 열심히 기도하고 계셨다.
날씨가 덥기 때문에 즉시 장례를 치르는데 묘지로 가는 길에 몇사람이 관을 메고 동네사람, 같은 종족들은 머리를 치며 울고 소리 소리 지르고 노래하며 춤추며 뒤를 따랐다. 이곳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집 밖에 빨마가지로 천막처럼 치고 그 아래 침대를 놓고 그 위에 시체를 안치한다. 침대 주위에는 가까운 가족들이 둘러앉고 그 소식을 아는 모든 친척ㆍ가족ㆍ같은 부족들이 모여와 침대 주위를 둘러싸고 앉아 노래하고 춤추며 울기도 한다. 이곳 풍습에 따르면 친척 중 누가 죽으면 반드시 그 초상집에 가서 울어야 한다. 그렇잖으면 모든 사람이 초상집에 오지 않은 그 사람이 바로 이 죽음을 초래한 장본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학교결석을 하고 아무리 바빠도, 아파도, 멀어도 예외없이 그 자리에 참석할려고 한다. 또한 종족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어떤 종족은 장례 때 보속의 의미로 맨발로 지내며, 장례식날 밤에는 가족 중 가장 가까운 사람이 그 죽은자의 지난 생애를 이야기하듯 넋두리를 하면 모두 같이 동의하면서 중간중간에 노래하며 통곡한다.
그것이 끝나면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춘다. 부인들은 허리 뒷부분(엉덩이)에 나무 잎사귀를 엮어달고 흔들며 춤추고 며칠을 그렇게 지낸다. 보통 3일(족장은 10일. 족장부인은 8일)동안 춤추고 노래하는 예식을 행하며. 상벗는 날도 많이 다르지만 상을 벗을때는 가족 중 지명된 몇명만이 화장하고 가장 고운 옷을 차려입고 죽은이의 혼을 위로 하는 예식으로 먹고 마시며 상을 벗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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