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많지만 뽑히는 사람은 적다』오늘 복무의 핵심이다. 직접 뽑히는 사람이 왜 이다지도 적을까. 이는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에만 국한된 말씀이 아니다. 지금 여기에서도 해당되는 말씀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새로운 이스라엘 백성이라 말하고 있다. 세례를 받고 견진성사를 통하여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모든 여건을 갖추었음을 표명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얼마나 성숙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신자가 되었다는 그것만으로서는 부족하다. 교회의 전례나 예식, 계명과 그밖에 신자로서의 임무를 다했다는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것, 피상적, 가시적인 면에서 타당하고 바람직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혼인잔치에 진정으로 참여하고 있느냐 하는 것은 더욱 중대한 문제이다.
즉 성숙한 믿음이란 하느님과 하나가되어 잔치의 축제에 참여함으로써, 이 지상에서 이미 천상의 기쁨을 누리는 신앙을 뜻한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베푸시는 잔치는 곧 나의 잔치이다. 그런데 기뻐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 참으로 환희에 넘치는 것이고, 아버지의 축복으로 가득 찬 복된 삶이어야만 믿음의 보람이 있다. 그것은 믿음을 통해서 천상의 복락을 미리 맛보는 삶이 됨을 의미한다. 그런데 믿음이 힘겨운 의무의 수행이나 혹은 지옥의 형별이 무서워 마지못해 행하는 그런 믿음은 결코 뽑힌 자의 신앙은 아니다.
이런 사람들은 아직도 세속의 일을 아버지의 일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래서 그 복된 잔치에의 초대를 거부하고、자기의 일상생활의 굴레 속으로 다시 떨어져 돌아간다 그뿐만 아니라, 초청하러 온 종을 『때려주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아버지의 일, 그것도 혼인잔치(인륜대사)인데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어떤 사람은 밭으로 가고, 어떤 사람은 장사하러 간다.』즉 밭으로 간 사람은 세속생활로 되돌아간 것을 의미하고 장사하러간 사람은 신앙은 물론이요 그리스도까지도, 아니 하느님까지도 시장에 내놓고 파는 사람을 뜻한다. 교회를 이기적인 면에서 믿는 그런 사람을 말한다.
신앙은 결코 그런 차원의 것이 아니다. 세속적으로 생각해도 그것은 몰상식한 일이다. 이 세상 그 어떤 바보가 임금의 초대를 거절하겠는가? 더군다나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초청하러 보낸 종까지 죽인』다면, 그런 모욕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것은 더 말할 나위조차 없는 일이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들 중에 아버지의 말씀(복음)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거나, 혹은 세속의 서적을 탐독하고 중히 여기고 있는 나머지, 복음을 등한히 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그런 일들 때문에 『혼인잔치는 준비되었지만 전에 초청받은 사람들은 그만한 자격이 없어』임금님은 다시 종을 시켜『나쁜 사람이나 좋은 사람이 나를 가리지 않고』모든 사람을 다 불러들여 주님의 품안으로 들어오라 하신다. 이렇게 아버지의 자비는 무한하사, 어떤 죄인이나 악인의 마음까지도 녹이시어 선인이 되게 하시고 성인되게 하신다. 누구든 아버지 품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변화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우리가 변화된 삶을 살고있지 못한다면 그것은 아직도 아버지의 혼인잔치에 참여하고 있지 못함을 뜻한다.
신앙의 눈이 열리면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볼 수 있고 들리지 않는 하늘의 음성까지도 들을수 있으며 아무도 상상조차하지 못하던 일들을 이룩할 수 있게 된다(1고린 2,9참조).
우리는 다시한번 경건한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과연 나는 아버지께서 초청해주신 혼인잔치에 참여하여 더 할 수 없는 사랑과 환희 속에서 축복에 넘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바로 이것이 교회에 속한 신앙의 기쁨이다. 사도 바울로가 필립비인에게 던진 질문에 각자가 답해보자.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힘을 얻습니까?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위안을 받습니까? 성령의 감화로 서로 사귀는 일이 있습니까? 서로 애정을 느끼며 동정하고 있습니까?(필립2,1~2) 여기에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아버지의 초대에 기쁘게 응하고 있는 신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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