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가까워온 여름, 오후 늦게 상담실에 약속된 시간에 어머니와 함께 ㅈ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방에 들어 섰다. ㅈ는 중학교 2학년, 아버지는 현직 중등학교 교사이고 할아버지와 여동생(국민학교 5학년)과 함께 사는 평범하고 단란하게 보이는 가정에 살고 있었다. 첫 대면에서 어머니와 함께 자리를 하고 2에 대한 얘기와 어머니가 생각하고 있는 문제를 듣게되었다.
어머니는 ㅈ를「문제아」로 생각하고 계신듯했다. ㅈ이 국민학교 4학년때쯤부터 도벽이 생겼다고 말씀하셨다. 부모와는 거의 말을 하지 않으며 묻는 말에만 대답을 간신히 할 정도이고 학교담임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수업시 주위가 산만하며 표현력이 부족하고 숙제도 안해 오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하신다.
집에서는 할아버지와는 얘기를 하다가 아버지께서 귀가하면 자기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찾아 이야기 하시면 묵묵히 듣고 대답만 한다. 그이상 부모와는 대화가 없단다.
처음에는 어머니 지갑에서 동전을 가지고 가다 나중에는 지페로 바뀌고 중학교에 올라와서는 아버지 지갑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상점의 물건에까지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친구의 집에 놀러가서 돈을 훔친 일이 며칠 전에 생겼고 부모로부터 꾸중과 함께 매도 많이 맞았으며 집에서 가능한 공부하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써보았으나 틈이 나면 나가서 일을 저지른다고 호소하였다. 그때 어머니의 수심어린 표정이 ㅈ때문이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혹시나해서 부부관계와 시아버지와의 관계를 묻게 되었다. ㅈ의 어머니는 아버지와도 별문제가 없고 시아버님과도 별문제가 없다고 숨겼다. ㅈ와 면담을 계속해 가는 중에 ㅈ의 입을 통해 어머니와 아버지 관계가 원만치못하며 할아버와 어머니는 말도 하지 않는다는것을 알게되었다.
어머니가 자주 아파서 병원에 자주 다니며 약을 먹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ㅈ는 이러한 가정분위기 때문에 집에있고 싶지않으며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기 시작했고 유흥비로 돈이 필요할 때면 돈을 훔치기 시작했으나 이제는 유흥비로 돈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에 대한 반감으로 돈을 훔치고 사고를 내기 시작했다고했다.
그러면 부모들의 당황하는 모습과 사죄하는 모습에서 기쁨같을 것을 느낀다고 했다. 부모들이 남들 앞에서는 단란한 척 하고 혹 손님이 오면 할아버지께서는 방문을 닫고 나오시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 부모가 그렇게 밉고 사랑할수 없는 분들이며 존경할수 없는 분들이라는 것이 가슴 아프게 서글프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입을 닫고 살자고 결심했다는 것이며, 이제는 홀로 자기방에서 공상과 함께 생활한다고 말하는 ㅈ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는것을 보니 나도 그만 함께 울게 되었다.
ㅈ의 어머니와 상담을 하기 시작했으며 모든 문제를 자세히 듣게 되었고 그후에는 부부를 함께 상담하게 되었다. 몇주일 계속 부부상담과 ㅈ의 상담을 계속하고 ㅈ를 집단상담 및 심성훈련의 2박 3일 훈련에 참가 하도록 했다.
아버지의 입장과 어머니의 입장을 서로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이해시키며 내가 할아버지의 역할로 개입하는 방법을 계속 사용했다. 3개월쯤 지난 어느 날 맑고 밝은 표정의 어머니와 ㅈ를 대하자 가슴속에 기쁨과함께 가정의 화합과 단란함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대화가 없는 가정은 그곳이 바로 지옥이라는 것을, 그곳에 악이 있음을, 오늘의 부모님들이 다함께 생각해 봐야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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