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의 계절이 다가왔다. 시험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시험이 없는 세상은 또한 존재하지 않는데 다음과 같은 경우는 더욱 괴롭다.
평상시에 명랑하고 성격도 잘 적응되어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아이가 시험을 치를 때만 심한 불안을 느끼는 안타까운 증세가 있다. 어릴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성적도 우수했던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시험 때마다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버릇이 생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중요한 시험을 치르게 되면 갑자기 머리가 횡해지고 가슴이 뛰면 무언가 긴박한 신체상황에 말려들어 시험지에는 전혀 정신집중이 안되고 그저 눈앞이 캄캄해진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시험을 잘 치를 수 없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부모님이나 주변에서는 그 이유에 여러가지 해석을 붙인다. 몸이 허약하다든가 긴장이 심하고 소심하니 그렇다는 등 설명을 하고 여러모로 그를 도와주고 위로해준다. 그러나 이 같은 위로도 별효과없이 다음시험 때 다시 불안발작이 일어난다. 두서너번 불안으로 시험을 잡치다보면 시험에 대한 공포가 더욱 심해진다. 실패가 거듭되면 시험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시험을 앞두면 며칠 전부터 예기불안이 발동되어 시험당일에는 완전히 무기력한 상태에 빠진다. 그저 시험을 피했으면 하는 생각밖에 없고 시험장에 들어가면 완전히 정신을 잃을거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이 시험 공포증은 다른 공포증과 마찬가지로 시험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불안이 일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시험을 치지 않는 상황에서는 극히 정상이다. 그러나 계속시험에 실패하니 성적이 떨어지고 자기가 이 문제를 도저히 극복할 자신이 없어지면 본인은 점점 우울증에 빠져든다.
시험공포증은 다른 공포증 치료와 원칙을 같이하나 시험의 성패 결과가 사실상 너무나 그들의 장래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그 치료가 어렵다. 그들의 공포의 대상인 시험장이 아무런 위험이 없는 중성적인 처지라고 설득시킬 수가 없고, 실패했을 때 겪어야 할 수치감이나 체면의 손실 등이 크게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다시 긍정적 자세로 시도해 볼 용기를 내지 못한다. 세밀한 인지적 분석과 심한 신체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약물요법, 시간을 두고 차츰 그들의 자신감을 높여가는 치료계획에 준하여 차츰 조그만 성공을 되풀이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내일 모래 당장 대학입시를 앞에 둔 사람에게는 적절한 단기간 내의 약물치료가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불안을 없애는 최면치료는 때때로 크게 효과를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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