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침묵」(沈默)「예수의 생애」등으로 이미 우리와 친숙해진 일본의 가톨릭 작가. 엔도오 슈우사쿠(遠藤周作、1923~)의 「성서속의 여인들」(聖書のなかの女性たち)을 허근 신부님이 번역하신 것이다.
엔도오는 일본이 낳은 천재적인 작가로서 일본현대 문학계의 증진이다. 그는 일찌기 비평가로서 출발하였으나 가톨릭유학생으로 도불(渡佛), 귀국하여 芥川賞(아쿠타가와상. 33회)을 받은 후부터 소설가로 전신, 가톨릭, 비가톨릭적인 소설을 많이 썼다. 그의 가톨릭 문학적 생애(生涯)의 테마는, 일본풍토와 기독교의 대치(對峙), 상극(相剋)의 문제이며 「침묵」「예수의 생애」「그리스도의 탄생」등에서 그것을 역력히 엿볼 수가 있다.
성서 속의 여인들…. 뜨거운 눈물로 예수의 발을 적신「나인」의 창녀,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의 언덕을 올라가는 예수의 얼굴에 묻은 흙과 흐르는 피를 자기의 이마를 가리고 있던 천으로 닦아 드린 로니카, 오만과 잔인의 화신같은 헤로디아. 그리고 마르타의 자매, 가야파의 여종 등 우리가 그녀들과 만난 지는 오래이다. 그러나 하혈병을 앓던 여인도. 향로와 향유를 가지고 그리스도의 묘지에 달려간 막달라 마리아, 루르드의 성모님 모두가 마치 처음 만나는 여인들만 같고 그녀들의 이야기도 처음 듣는 듯 신선하고 감동깊기만하다. 그 이유로서의 첫번째는 원작자 엔도오가 지니고 있는 예수에 대한 사랑과 그의 탁월한 문필력으로 정성을 다하여 조각한 여성상들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한 「가을의 일기」에서도 느끼는 바지만 엔도오는 평이(平易)한 글을 쓴다. 누가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감동적인 문장으로 그는 모든 독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래서 어깨에 힘을 주지 않고 편안한 자세로 작품에 몰두할 수가 있다.
두번째는 허 신부님의 유려한 번역이다. 번역물이라는 선입감에서 오는 저항을 전혀 느낄수없고 각장마다 오히려 아름다운 한편의 장시(長詩)를 방불케 한다.
멀고 먼. 뜨거운 태양아래의 팔레스티나의 대지(大地)황량한 사막의 나라 이스라엘의 크고 작은 마을에서 지금도 살아있는 것만 같은 여인들, 그들의 숨결이 잔잔한 파도같이 가슴에 와 닿는다. 그래서 여인들의 옷자락에나마 입맞추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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