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명의 빵이다」이 주제곡은 마지막으로 되풀이 되면서 그 뜻을 더 심오하게 밝힌다. 구약의 만나→하늘에서 내려온 빵→생명의 빵→나의 살→영원한 삶의 양식 이러한 논리를 전개하면서 예수께서는 성체성사를 세우는 최후의 성만찬을 준비하신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살릴 것이다』이 말씀은 루가복음서(22장19)와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전서(11장24)의 성체성사 설명의 말씀:『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바칠 내 몸이니라: 이것을 받아 마시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니라』와 같은 뜻의 말씀이다.
다만 요한은 「살」이라고 하였고 루가는 「몸」이라고 한 점이 다른데 그것은 살 또는 몸의 뜻을 가진 히브라어 단어를 루가는 몸이라는 그리스어를 썼고 요한은 살이라는 그리스어를 쓴 것 뿐 뜻은 같다.
요한은 혈육의 인간을 가리키기 위하여 「살」이라는 단어를 잘 쓴다. 가령『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라고 하였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예수의 적대자들은 그 뜻을 알아보려고 할 리도 없었다. 그들은 이 말씀을 식인종들의 말로 대뜸 해석하여 「이 사람이 어떻게 제 살을 먹으라고 하는가」라고 분개하였다. 「이 사람」이라는 말속에는 「이 천민 출신」이라는 경멸의 뜻도 있었다.
사실 사람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신다는 표현은 우리말 표현에서는 끔찍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이조 1백년간의 천주교 박해시대에 신자들을 색출하기 위하여 전국 방방곡곡을 뒤지고 다니던 포졸들은 천주교인들은 사람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신다는 죄명으로 미사드리는 것을 오해하였다고 한다.
구약성서에서도 이 표현은 불구대천의 적개심과 적들을 없애버리는 행위를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시편에 「나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 악한 무리들」(27장2)이란 표현이 있고, 예레미야서에는 『칼날이 실컷 먹어 만족하고 그들의 피를 흡족히 마시리라』(46장10)라는 표현이 있다.
세속생활에서 가장 가증스러운 광경을 예수께서는 역으로 전환시켜 이것을 영성화시켰다.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끔찍한 표현을 내 살을 먹으라 주고 내 피를 마시라 내어주는 사랑의 극치로 바꿔놓으신 것이다. 극치의 미움에서 극치의 사랑으로 가는 길에는 나의 온몸을 내던지는 희생이 필요하다.
오늘의 생명의 빵 설교는 마지막의 십자가 상 피 흘리는 희생제물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만나→하늘의 빵→생명의 빵→나의 살→영원한 삶의 양식, 이러한 도식으로 성체성사의 그리스도 자신의 현존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기를 촉구하시는 것이다.
하여튼 생명의 빵으로 주신 당신의 몸은 믿음으로 받아들일 뿐 아니라 믿는 사람들이 직접 먹고 마심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요구하셨다. 이 빵은 결국 세상을 살리는 생명의 빵이며 이 빵은 예수 그리스도 개인이 주는 빵이 아니며 「사람의 아들」로서 당신 자신을 내어주는 양식이다.
여기서 「사람의 아들」과 「나」는 같은 사람이며 사람의 아들은 구약시대부터 하느님께서 보내실 분은 사람의 아들이라 불리어 예수 그리스도는 초대교회의 이단설이 주장했듯이 순수 하느님이지 사람의 형상으로 가현(假現)한 것이라는 오류를 배척한다.
예수 그리스도와의 일치는 우선 혈육으로 끈끈한 하나 됨이며 동시에 그분과의 일치는 그 분을 양식으로 받아먹음으로써 하느님과의 일치를 이루게 되는 신비체적 일치이나. 『누구든지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물며 나도 그 안에 머물 것이다.』
요한복음에서 「머물다」라는 표현은 양자간의 혈육을 통한 일치를 뜻하는 것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는 자+예수 그리스도+하느님=1라는 등식이 적용된다. 예수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생명의 빵은 이 세상에서 먹고 마시다가 결국은 죽고 마는 양식과는 달리 하느님의 생명을 주시는 양식이며 이 빵을 먹는 자는 죽지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그런데 이 영원한 생명을 주는 생명의 빵을 살과 피로 구분하여 설정한 것은 이스라엘민족의 구세사적 역사를 뒤에 깔고있다. 구약시대의 광야에서의 만나는 그들이 원수들의 손아귀에서 풀려난 과월절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역사적 사실을 예수께서는 빵-살-먹음의 도식으로 새롭게 하였다.
피에 관해서는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과 백성과의 성약을 굳히기 위하여 모세가 피를 뿌린 구세사적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출애 24, 8). 모세는 하느님과 백성과의 성약을 굳히기 위하여 희생제물로 바친 황소의 피를 절반은 제단(하느님을 표시함)에 뿌리고 절반은 이 성약을 받아들이는 백성들에게 뿌렸다.
시나이 산에서의 성약의 예절은 십자가상에서 하느님 아버지께 자기 목숨을 희생으로 바치고 세상 사람들에게 피를 뿌림으로써 시나이 산의 구성약을 새 성약으로 바꾸었다.
요한복음의 생명의 빵 설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새성약의 체결을 강조한다. 이 설교는 가파르나움의 회당에서 있었다고한 것은 생명의 빵 교설이 가르침에 그치지 않고 전례적인 것임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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