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세속의 것과 하느님의 보화를 혼돈시키지 말라는 말씀이다.
그런데 오늘은 교회가 정한「전교주일」이다. 그리스도인의 특징은 곧 전교하는데 있다. 그것은 말로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모범적인 삶을 보여주는 일까지를 말한다. 사실 『세상의 소금과 빛』(마태오5,13)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말보다 더 웅변적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일이요,『아버지의 이름을 빛나게 하는 일』이 된다.
그러므로 전교란 곧 증거함을 뜻한다. 특히 그리스도인으로서 분명한 증거는 세속에 살면서도 세속에 속한 자가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께 속한 자로서의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이보다 더 큰 증거는 없다.
그래서 분명히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리는』삶을 살아야한다. 그것은 하느님의 현존을 신자 한사람 한사람의 생활 속에서 드러나게하는 삶을 뜻한다. 우리 모두가 예수님이 사신 것처럼만 산다면, 세상 사람들은 우리의 모습을 보고 그리스도를 믿게 될 것이다. 그 특징이 곧 사랑의 삶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기심으로 해서 살아가지만、우리는 사랑으로 말미암아서만이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만 주님의 지상명령이신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마태오28, 19)
사실 얼마만큼의 신자들이 이 명령을 수행할 수 있을런지? 그것은 곧 교회의 활성화와, 전 국민의 복음화의 길과도 직결되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선교200주년을 넘기고, 선교 제3세기에 접어든 한국 교회의 현황을 볼 때 너무나도 부진하다는 감을 씻을 수가 없다. 물론 엄청난 박해의 연속으로 표면화되지 못한 숨은 신앙생활을 해온 관습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자들의 자각의 부족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신자들의 자각을 일깨우는데 등한히 한 교회의 불찰도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취약점의 일부임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전교주일은 1년에 한번 씩 있는 연례행사가 아니라, 매주일, 아니 매일 매일의 삶에서 스스로 흘러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신자들의 성숙한 신앙이 무엇보다도 시급히 요청된다. 그것은 현재 우리 교회의 당면한 「긴급과제」라 생각한다.
사도 바오로께서는 스스로에게 타이르시고 신자들에게 선교의 사명을 일깨우시기 위해, 『만일 내가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면 나에게 화가 미칠 것입니다』(I고린 9,16)라고 말했다. 신자들 각자가 이러한 자각을 가지고 각자에게 속한 사회 안에서 「주님을 증거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 요청된다.
이에 대해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고 은총을 베푸시어 영원한 위로와 좋은 희망을 주십니다.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여러분의 마음을 격려하시고 여러분에게 힘을 주셔서 온갖 좋은 일을 하고, 좋은 말을 할 수 있게 해주시기를 빕니다』(Ⅱ데살 3,16~17).
이러한 신자들의 신앙생활의 모습은, 보고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켜 모두가 그리스도의 품으로 들어오게 할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도 신앙을 개인적인 것으로만 믿어왔다. 이제는 거기에서 탈피하여 성숙한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물론 이미 증거생활을 하고 있는 많은 신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그 수효가 기대하는 것만큼은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젖을 먹는 어린 신앙에 머무르지 말자. 단단한 음식을 먹고 남에게 도움을 주는 그리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실천하고, 그 말씀을 과감히 전할 수 있는 성숙된 믿음의 경지로 나아가자 (히브5, 12~6, 3참조).
그리스도께서는 여러분이 성숙한 신앙인으로 자라서 당신의 사명을 함께 나누시기를 고대하십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함께 나누시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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