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북경으로
마카오 예수회 원장 마누엘 디아스 오벨호 신부는 리치 신부의 진공을 후원해주기 위하여 실망하지 않고 열심히 모금을 하였다. 카타네오 신부와 종명인 수사는 외상으로 구입한 집값과 진공하는데 드는 경비 예물을가지고 다음해 3월초에 남경에 도착하였다. 리치 신부는 디에고 데 판토자(중국명 龐迪我)신부 종명인 수사를 대동하고 북경에 가기로 결정하였다. 리치 신부 일행은 어사(御史)의 소개로 황국에서 쏠 비단을 싣고 북경으로 가는 유환관의 배 두칸을 빌려 승선하고 배삯으로 큰 프리즘 한개를 유환관에게 주었다. 리치 신부는 배가 연도에 정박할 때마다 하선하여 아는 관원을 방문하였다. 운하에는 배가 십여만대가 밀려있었으나 유환관의 배는 황국에서 쓸 물건을 수송하는 관선이므로 특별히 먼저 통과시켜주어 편리하였다. 산동서성 제령(濟寧)의 유량도(劉糧道)는 진공 표장(表章 명세서)를 황궁의 격식에 맞게 새로고쳐 써주었다.
마당의 포로가 됨
7월 초에 배가 임청(臨淸)교외에 도착되자 리치 신부의 마음은 초조하고 불안하였다. 임청 세관이 마당(馬堂)이란 환관인데 탐오륵탈(貪汚勒奪)이 심하기로 유명하였다. 리치 신부는 조경에 있을 때부터 마당에 대하여 알고 있었다. 명나라 말기 국가의 국고가 비게되자 신종(神宗)황제는 환관들을 전국에 파견하여 광산에서 금은을 채광케하고 세금을 거둬들이게 하였다.
그리하여 매성(省)마다 황궁에서 2~3명의 환관이 파견되었다. 환관의 권력은 무한(無限) 이어서 지방관의 통지 밖에 있었다.
이러한 황관의 권력은 명조(明朝)의 쇠미(衰微)를 상징하는 것이다. 환관들은 광산에 가서 채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큰부자집을 골라 점령하고 황제의 명령으로 채광을 위해 집을 헐어야겠다고 위협하면 집주인이 겁이나서 막대한 재물을 주면 받아가지고 물러났다. 관리들이 환관들의 이런 횡포를 황제에게 상소했으나 상소를 한 많은 관원들이 파직되고 투옥되기까지 하였다. 환관들은 가난한 농민에게까지 착취가 심하여 흡수음혈(吸髓飮血)이라 하였다. 그중에도 마당은 착취가 심하여 1년전에 임청에서 민란이 일어났다.
마당은 황궁에서 쓰는 물건을 실은 유환광의 배도 뇌물을 적게준다 하여 통과시켜 주지않으므로 유환관은 물건이 북경에 늦게 도착되어 황싱에서 일하는데 차질이 생기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에 마음이 초조하였다. 유환광은 마당의 측근에있는 환관에게 자기와 동승한 리치 신부가 보물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은을 만드는 기술도 있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마당은 이말을 전해듣고 대단히 기뻐하며 유환관의 배는 그대로 통과시켜주고、리치 신부는 임청에 억류시켰다.
마당은 궁전처럼 화려하고 웅장한 자가용 배를 가지고 와서 리치신부의 진공품을 자기 배에 옮겨 실으라고 명령하였다. 마당은 자명종과 성모성화는 리치 신부에게 돌려주었다. 마당은 자명종을 처음 구경하므로 만일에 시계가 가다가 멈추면 황제의 처벌이 두려워 돌려준 것이고 성모성화는 중국의 풍속에 신상(神像)에는 매일음식을 공궤하고 분향과 절을 해야되므로 귀찮아서 돌려준 것이다. 마당은 7월말경 리치 신부 일행을 천진(天津)으로 보냈다. 7월 31일 마당은 신종황제에게 리치 신부의 진공에 대하여 상주하여 8월 10일경에 신종황제가 이것을 받아보았다. 리치신부는 천진에 도착하였으나 갈곳이 없어 고묘(古廟ㆍ민간신앙)에 들어갔다. 병사 2~3명이 매일 밤낮으로 리치신부 일행을 감시하였다. 당시 중국인의 95%이상이 묘(廟)의 민간신앙을 신봉하였다. 리치 신부와 판토자 신부는 이 고묘 한쪽방에서 매일 미사를 봉헌하였다. 9월중순 북경 자금성에서 서양인의 진공품표장(表章 명세서)을 보내라고 연락이왔다. 마당은 리치 신부에게 청색옷에 청색모를 쓰고 무릎을 꿇게하고 금색용이 여러개 그려져 있는 황제의 조서를 읽었다.
마당은 진공표장을 보고 보석이 많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왜 보석이 적혀있지 않느냐고 화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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