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은 분망한 행동과 지나친 장난으로 난폭한 학생으로 인정(?)받고있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다. ㅈ와 어머니가 상담실에 오셨을 때 어머니는 상냥한 인상이었고, ㅈ는 웃음기 있는 조금은 머슥한 얼굴로 인사를 나눈 기억이 난다. 얼굴에 장난기가 서려있는 순진한 얼굴 모습에 오히려 상담자의 긴장과 분위기를 풀어 주었다. 어머니의 말씀으로는 장난이 심해서 여러번 치료비를 물어 주었고 공부에는 전혀 열중치 못하고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제니라고 부름-를 지극히 사랑하여 그 강아지와 놀고 먹고 함께 잠을 잔다고 하셨다. 방과후 집에 오면 제니와 노는 것이 전부이고 책상에 앉으면 20~30분을 계속 공부하지 못하고 화장실과 냉장고문이 닳도록 여닫는단다. 친구들과 감정적으로 싸움을 하여 말썽을 빚는 경우는 없고 어쩌다 장난하는 것이 지나쳐 꼭 다치게 하여 학교와 부모를 당황하게 한다.
이상과 같이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상담실에서 자기자녀의 문제점만을 이야기하지만 자기들의 자녀에 대한 태도나 자기들의 문제는 숨기는 것이 상례인 것 같다.
항상 문제는 자식에게 있고 자기는 문제가 없다는 듯한 무책임한 행동을 보여 주는 것이 대부분인 것 같다. 어느 부모가 자식이 잘못되기를 바라겠는가만은 언제나 숨겨져 있는 부모들의 문제점이 오히려 자녀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곤 하기에 그날도 ㅈ보다 어머니화 상담하기 시작했다. 자수성가하여 사업에 성공한 남편과 ㅈ, ㅈ의 여동생, 모두 4식구가 잘 살고 있다. ㅈ의 아버지는 아주 엄격하고 밤늦게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아이들과는 별접촉이 없는 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하여 숨기고 있는 것이 있음을 ㅈ와의 두번째 상담에서 알게 되었다. ㅈ의 아버지는 매우 무섭고 엄하여 용서하는 법이 없고 지시와 통제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항상「해서는 안된다」밖에는 모르는 냉정하고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언제나 용돈은 풍성하며 어머니에게도 옷을 사주거나 자동차를 새로사주는 것 등으로 자기의 부족하고 미안한 점을 덮어버리려고 하신다. 자기는 친구들에게 언제나 베푸는 입장이기 때문에 항상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이지 자기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때 쯤인가부터 무엇인가 서운함과 무엇으로도 채워질수 없는 텅빈마음이 들때가 있고 그때마다 친구들을 괴롭혀 아파하거나 괴로워하는 것으로 어떤 쾌감같은 것이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자꾸 심한 장난을 치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의지와는 다르게 행동하게 되는 자기를 잘 모르겠어서 자기도 괴롭고 고민하게 되었단다. 얼마전에도 아버지는 어머니를 구타하여 크게 싸운일이 있는데 그 다음날 아버지는 언제 그런일이 있었는냐는듯이 선물을 한아름 안고 들어오셔서 어머니를 달래 주셨단다.
자기는 이런 부모들이 이해할 수 없고 신뢰할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이 들어 강아지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어느날 상담이 약속된 날인데 ㅈ는 오지않았다. 전화를 해 보니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이다. ㅈ의 억압된 감정이 폭발하여 큰 소동이 벌어져서 결국 정신 신경과에 입원시켰다는 것이다. 마침 담당의사를 아는 분이라 찾아가 ㅈ에 대한 상담기록 및 그 동안의 소견을 말씀드렸다.
많은 부모들-특히 아버지들이-이 자녀와의 관계를 물질적인 공급자의 관계로 밖에 생각지 않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닐수 없다.
물질이 정신적인 면이나 심리적인 면을 대신 할 수 없음을, 그래서 한지붕 밑에 살고 있는 가족-인간-을 스스로 소외시키고, 소외당하고 있다는 것은 현대고도의 물질 문명 속에서 우리가 다같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야 할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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