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당시 겨울 추위는 대단한 것이었다. 신학교 안에는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공부방에만 「화덕」이 하나 있었을뿐 그외에는 불기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그것도 화덕 옆에 있는 사람은 더워서 공부를 못하고 멀리 떨어진 사람은 추워서 공부를 못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초겨울부터 얼어붙기 시작한 한강물이 결코 녹는법이 없었고 눈이 왔다하면 「한자」는 넘게 쏟아지는 그 추위 아래 신학생들은 무척이나 많이 떨었다.
밤새 침대방에서 추위에 시달리다가 가까스로 일어나보면 물통에 받아온 물이 꽁꽁 얼어버려 한참 얼음을깨고 나서야 세수를 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성당 안에도 화덕을 피우지않아 「성혈」이 종종 얼어버린적도 있었다. 부랴부랴 주방에서 더운 물을 얻어다가 성혈을 녹여서 영성체를 했는데 이 일을 계기로 성당에도 난로를 피우게됐다. 덩어리 탄을 땠었는데 미사준비를 맡은 「성당지기」가 조과와 묵상도 제대로 못하면서 불씨를 지폈는데도 30분쯤 지나고 미사가 끝날때쯤 해서야 불기운이 오르곤해서 실질적으로 우리들에게 혜택이 돌아온적은 거의 없었다.
내가 배정받은 3번 침대는 찬공기가 「씽씽」드나드는 공기통 바로 밑이어서 겨울철이면 바깥의 한기가 그대로 스며들었다. 다행히도 대신학교때는 환기구멍이 없어서 그래도 괜찮았지만 소신학교 시절에는 겨울철이면 추위로 잠못드는 밤이 꽤 많았었다.
모두가 다 같은 처지였으므로 봄만되면 신학생들의 손등은 흡사 두꺼비 등같이 부풀어 올랐다. 사람의 피부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살이 터져버렸고 손등에 얼음 박힌 것이 녹으면서 심한 가려움중과 함께 썩은물이 흘러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이때는 「약방지기」가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그런데 잘듣는 약을 발라 주었다. 방학때 집에가서 편히 쉴때는 「미끈」했다가 가을만되면 「두꺼비 등」이 되는손. 아마 그시절 신학생치고 이런 일을 겪지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이 추위를 참고 참다가 미사참례를 하는데 갑자기 맥이 없어지면서 그대로 주저앉은 적이 한번 있었다. 철학 배울때로 기억되는데 신학교에서는 도저히 고칠수 없다고 해서 당시 「총독부병원(현 혜와동 가톨릭 대학 앞에 있었음)」으로 갔었다. 같은 교우였던 박병래 의사가 나를 진찰했는데 「추위 때문에 생긴병」이라면서 따뜻한 방에서 지내야 치료가 된다고 해서 겨울한철을 시골집으로 내려가 있었다, 그 이후로 다리에 피가 잘 돌지 않는 병이 생겼다.
뼈를 깍는 것같이 혹독한 추위가 그렇게 우리를 괴롭게 했지만 겨울만되면 모두를 들뜨게 하는 「신나는 일」이 한가지 있었다. 그것은 종종 얼어붙은 한강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일」이었다.
소신학교 운동장에는 운동들이 잘 갖추어 있었기 때문에 탁구·테니스를 비롯 윳놀이·땅뺏기·장기·바둑 등 계절따라 또 각자가 좋아하는 대로 운동을 즐길수 있었는데 겨울에는 스케이트가 으뜸이었다.
어느 백과사전을 찾아보니까 우리나라 최초의 스케이트회가 1930년 ~1940년대 사이에 조직됐다고 나와있는데 내가 입학한 1911년 이전부터 신학교에서는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한국에서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곳은 신학교가 아닌가 싶다.
신학교에서 첫겨울을 맞았을 때 그 무서운 진교장 신부님이 아주 능숙하게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을 보고 무척 감명을 받았다.
따로 운동복이 없이 신부복을 그대로 입고 스케이트를 그대로 입고 스케이트를 타셨는데 빙판을 활주하면서 이쪽으로 쭉 나갔다가 뒤로 나가고 묘기를 부리듯 뱅뱅도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학생들에게는 엄한 교장신부였지만 스케이트 타는데는 선수인 진신부를 따라 모두들 열심히 타는 법을 배웠다.
나도 특별히 잘하는 운동은 없었지만 남들보다 무엇이든 앞서겠다는 마음으로 뒤쳐지지 않도록 스케이트를 배우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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