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는 고등학교 1학년때 내반 학생이었다. 2학년에 진급하고 얼마안된 봄날 경찰서에서 학교로 전화가 왔다. XX경찰서 청소년계에서 ㅈ의 신원을 확인 하려는 전화였고 전화를 받고는 사정을 알게되어 담당형사가 얘기 끝에 내가 선도에 책임을 지고 인도하기로 약속받아 학생계 선생님과 함께 경찰서로 갔다.
ㅈ가 지난밤 절도를 했으며 그 물건을 팔려다 경찰에 잡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ㅈ의 아버지는 중풍으로 병석에 계신지 2년이 넘었고 생계가 막연하여 ㅈ의 어머니께서 포장마차를 끌고다니면서 두 아들을 기르고 계셨다. ㅈ의 형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군대에 입대하여 지금은 ㅈ하나만 집에 있으나 ㅈ는 방과후에도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별로없이 지내왔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되었다. ㅈ는 집에가 보아도 공부할 방도 없이 단칸방에 아버지는 누워계시고 어머니는 포장마차를 끌고나가신지 오래되어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자연히 친구들과 어울려 밤늦게까지 환락가를 방황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급기야는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드물어 지게 되었다. 유흥비가 없으니 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금품을 갈취하기 시작했으며 급기야는 절도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ㅈ이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 줄로만 알고 계셨다. ㅈ와 함께 ㅈ의 집에 가보았다. 어머니는 학교선생님이 왠일로 왔는가에 대해 걱정과 당황하는 태도가 역력하셨다. 우선 어머니를 안심시키고 그저 가정방문을 하기위하여 왔으며 ㅈ가 학교에도 잘 다니고 있으며 나름대로 공부도 열심히 하려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ㅈ는 나의 얘기를 외면하고 머쓱하게 서 있었다. 그후부터 매일 ㅈ의 등교여부를 확인하며 상담을 시작했다. ㅈ는 가정환경에 대한 불만과 인생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하루하루를 그냥 흘려 보내고 있었고 부유함에 대한 상대적 반감에 그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과 결심으로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을 듣게 되었다. ㅈ는 같은 그룹의 친구들 사이에서도 리더격의 역할을 하고 있었으며 자기가 빠지면 자기를 동료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으로 걱정하고 있었으며 결코 그 집단에서 빠져 나올수 없다는 것이고 지금도 방과후에는 그 집단의 아지트에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절대 비밀을 약속 받고서야 털어놓은 이야기였다. ㅈ와 함께 방과후에 그곳에 볼 수 있도록 며칠의 설득 끝에 허락을 받아냈다.
그날밤 그들의 동료들을 만나 설득과 사귐을 하기 시작했다. ㅈ을 집단에서 놔 주어야 되고 그가 공부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친구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또 계속 이런생활을 해오는 것은 무엇인가 등에 관하여 그들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보름동안을 매일 그들과 만났다. 이제 나도 지치게 되었고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다행히 학교에는 계속 잘나왔으며 별로 말썽없이 지내고 있었다. 그런 어느날 그 동료들로부터 ㅈ이 안나와도 좋다는 허락을 조건부로 약속받게 되었다. 책임지고 ㅈ이 공부에 열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 줄 것을 약속해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얼른 약속하고 그들도 학교생활에 열중하라고 진심을 다하여 설득했다. 그들은 그 조직을 해체하기에 합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듣고 너무나 고맙고 대견하여 그들을 붙들고 울고 말았다. 그들도 울고 이제부터 각자 학교와 가정에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모든 것을 절대 비밀에 붙이기로 약속했으며 그날밤 나는듯한 기분으로 ㅈ과함께 돌아왔다. 그후 ㅈ의 어머니와 ㅈ을 자주 만나면서 ㅈ이 공부에 열중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러나 ㅈ은 대학입시에 실패하게 되었으나 실망하지 않고 살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ㅈ은 양복점의 재단사로 일하고있으며 열심히 기술을 익혀 일류 재단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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