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당에 본방인 부제 한명이 실습 3개월을 미치고 신품받은 후 첫 미사를 드리러 왔다. 얼마나 귀중한 성소인가. 아프리카에는 결혼의 절대성, 자녀 소유욕 (?) 때문에 신부, 수녀 성소가 드물다. 신부, 수녀가 되겠다고 젊은이가 결심해도 가족들의 몰이해는 방해하기가 일쑤이다.
즉 신부, 수녀 되기 전에 자기 아이를 하나, 둘 낳아 가족에게 기념 (?) 으로 남기고 가라는 간곡한 부탁이 바로 그것이다. 정결 서원에 대해 이해 못 놓고 가라는데 무엇이 그렇게 문제가 되느냐며 갸우뚱하고 의아해 한다.
그 귀한 성소를 받고 끝까지 성공한 그 새 신부님을 위해 선교사 신부, 수녀들을 중심으로 간단한 축하 회식을 가졌다.
그들의 음식 즉 마뇩과 꼬꼬를 손으로 먹고 그 후 깡고야(술)를 마시고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춤을 췄다. 새 신부님 또한 북을 치는가 하면 춤을 추며 흥겨워 했다. 선교사들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춤의 대열에 들어가면, 잔치는 그 절정에 달하며, 그들의 때묻은 머리수건, 허리치마 등등을 우리의 목과 허리에 두르며 우리를 원으로 둘러싸고 환성을 지르며 끝없는 춤을 췄다.
그들은 기쁠 때 춤을 추고, 슬플때도 춤을 추면서 그들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갓난 애기가 목을 가눌 수 있을때면 벌써 박자 감각을 아는 것 같다. 물을 길러 갈때도 음식을 만들때도, 길을 갈때도, 차를 기다릴때도 어디서 음악 소리만 들리면 자연히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든다.
하루는 어느 마을에서 위생교육 중이었다. 갑자기 웅성거린다. 분명히 무슨 일이 생겼다. 알고 본즉 공소회장의 동생이 먼 마을에서 죽었단다. 교육 중 온다간다 인사 한마디없이 모두 그 마을로 떠나 버렸다. 한번은 신부님과 사도예절을 바치러 간적이 있었다. 시체 앞에 도착하여보니 시체의 입 양쪽에 성냥개비 하나씩을 물려 놓았다.
나는 그 앞에서 지난 모든 슬픈 생각을 떠올리려고 노력했지만 그 장소에서는 웃음을 참기 어려웠다.
마을에 열심한 청년이 결핵을 앓고 있었다. 신부님이 비타민 등 모든 것을 주며 병원에 가자고 조언했으나 거절했다. 신부님은 내게 한번 더 부탁해 보라고 하시길래『병원에 가자』했더니『안간다』고 했다. 왜냐하면 자기병은 누가 독약을 술에 타서 먹였으므로 병원에서 낫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막무가내였다. 그러다가 시골에 요양치료 받으러가는데 신부님께 데려다 달란다. 병원치료는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 것이지만 무술사에게 가서 치료받는 것은 도울 수 없다고 신부님은 거절했고 그 청년은 시골에 갔다가 죽었다
성당에서 약10km 떨어진 곳까지 시체를 가지고와서 신부님께 시체 운반을 부탁해왔다. 물론 그 청을 들어주면 신부님은 매일 그일만 해야한다. 그들이 시체를 집에 옮겨온 후에 우리는 그 집에 연도 드리러 갔다. 신부님이 기도를 시작했는데 갑자기 청년 두명이 서로 밀고 당기는 장면을 내가 보는 순간, 교우 부인들이 갑자기『수녀님, 도망가세요』한다. 신부님은 계속 기도중이고 나는 어리둥절해 하다가 부인들의 재촉에 따라 우리는 급히 그 자리를 떠났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청년의 동생이 신부님의 자동차 거절에 대해 화가 나서 우리를 때릴려고 했다는 것이다. 잘못했으면 우리는 몰매 세례를 받을 뻔했다. 백번 잘 해주고 한번 거절하면 결국 그것에 대한 보복이 따른다.
이 나라에 천주교가 들어온지 백여년이 된다. 영세준비 기간이 3년이다.
그러나 신부, 수녀의 숫자 부족으로 교리교사가 3년간 암기식으로 가르치는데 과연 무엇을 가르치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것도 신비의 일종이다. 지금도 많은 이가 알몸으로 목욕했다고 고백성사를 보는가 하면, 3년동안 잘 영세준비하여 신자 카드를 받고나면 천국갈 여권가졌다고 안심(?)하여 즉시 신자생활 시작과 동시에 냉담에 들어간다. 그러나 신자증 (여권) 은 잘 보존한다.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서.
그리고 어떤 부모는 자기 딸이 어제 영세를 했어도 오늘 아랍인 (회교도)이 돈10만원 정도 주면 딸을 내어준다. 이렇게 회교도들은 돈으로 모든 것을 손아귀에 넣는다. 가슴 아픈일이다. 매일 절망에 빠질지라도 선교사가 그 일을 그만 둘 수는 없다. 희망이 없을지라도 하루 하루 하느님께서 주신 씨들을 뿌리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우리 인간들의 할일이며, 거기에서 하느님께서 추수하실 것은 하느님의 일이다.
되돌아 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뒤에서 기도와 많은 도움을 주신 여러 형제, 자매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인사 드리고 싶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