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예수께서 당신 복음 전교생활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음을 예감하고 있다. 그동안 환호하며 따라 다니던 사람 중 많은 사람들이 예수에게서 떨어져 나갔고 동행을 거부하였다. 예수께서는 서글펐을 것이다. 여기서 예수님은 불신하는 자들의 손아귀가 점점 가까이 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예수께서는 당신이 친히 뽑으시고 당신의 복음전파에 몸바쳐주기를 원하셨던 12제자들의 믿음의 고백이 듣고 싶으셨다. 그래서『너희도 나를 떠나가려는 것은 아니겠지』라고 물으셨다. 열렬히 따라다니던 그 많은 사람들은 다떠나가고 앞으로의 교회는 결국 이 열 두 사람에게서 시작하게 될 귀중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충성다짐이 예수께는 필요했다.
그런데 그 중 한 사람은 예수를 배반할 비수를 갖고 있었다. 차라리 그때 떠나가 버렸으면 더 좋았을 사람이었다.
이 말씀에 시몬 베드로가 얼른 나서서 대답하였다. 열 두 사람을 대표하여 나선 것이다. 요한 복음서에서는 12제자라는 말이 여기서 처음 나오지만 다른 복음서처럼(마르3: 13~19:마태10, 1~4:루가6, 12~16) 그들을 부른 상황이나 이름들을 거명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요한이 이 글을 쓸 때에는 사도들의 태반이 별세한 때여서 그때의 교우들은 사도들의 이름 등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여튼 충성을 묻는 주님의 질문에 베드로는 끊어주는 어조로 신앙고백을 한다.
『주님을 두고 저희가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 주님의 말씀이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데 말입니다. 저희는 주님이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신 것을 믿으며 또 알고 있습니다.』
이 고백의 말은 지금까지 영원한 생명의 빵에 관한 예수님의 설교를 완전히 받아들이고 믿는다는 신앙고백이다. 베드로의 이 신앙고백은 나중에 교회체제가 확립되면서 세례를 받는 모든 사람이「영원히 삶을 맏나이다」라고 고백하는 사도신경으로 발전된다.
예수의 말씀은 그 자체가 생명이며 그 말씀을 받아들이는 모든 사람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다. 이 믿음에 젖은 사람은 예수를 떠나 다른 곳으로 도피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고 떠나가 버렸지만 12제자들의 굳은 믿음은 많은 사람들의 불신과 관계없이 예수님의 사명완수에 주초가 된다. 그들이 예수의 말씀을 믿고 또 알았다는 것은 예수가 하느님의 메시아, 즉 하느님의 거룩한 분이라는 것을 기초로 세워진 교회의 출발점이 된다.
요한복음서에서「안다」는 단어는 상당히 중요한 뜻을 지닌다. 요한복음서에서 안다는 것은 하느님을 알아모신다는 뜻이다. 이러한 뜻에서 복음초장에『세상은 그분을 알지 못하였다』고 한 것이고 예수께서는 늘『내가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도 나를 안다』고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이러한 진리를 알기 위하여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래서「믿고 알고 있다」는 것은 같은 맥락에서 이어진다.「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고백한 것은 앞으로 나올 사천명을 먹이신 기적 후에『선생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16, 16:마르8, 29)라고 한 베드로의 고백과 비교된다.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란 고백은 이미 악령들린 사람이 신앙고백 아닌 자연고백으로 한 말이다. 베드로의 고백은 믿고 또 알고 하는 신앙고백이다.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가 거룩하게 하신 분이며(요한10, 36)제 자들을 거룩하게 하여 아버지를 위하여 몸바치도록 충성하신다(요한17, 19). 그래서 예수께서는『내가 너희 열 둘을 택하지 않았느냐』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열 두 사도들이 뽑힌 이유를 그 사명 완수에 둔다. 그들은 예수를 믿고 아는 만큼 예수께서 밟으실 십자가의 길을 걸어야 한다. 요한 복음서에서 열둘이라는 말을 쓸 때는 그 중 하나가 낙오되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고, 꼭 두 번만 쓰고 있다. 여기서 유다스가 낙오했다는 말을 할 때와 부활 후 토마가 부활 사실을 불신한 때이다.
「그런데 너희가운데 한사람은 악마이다」악마는 그리스원어 디아볼로스의 번역어로 사탄이란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악마나 사탄은 성서에서는「속임수로 하느님의 일을 반대하는 자」란 뜻으로 결국 모든 악의 설계자이다.
악마는 흔히 자기 일을 위하여 졸개를 만들어 심부름시킨다. 사탄은 유다스를 졸개로 삼고 그와 계략을 짠다. 그리고 예수의 가장 친근한 측근 12제자 중 한 사람이면서 예수를 배반하고 적들에게 예수의 신병을 인도하는 역할을 하게된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예언하신 것 뿐이었고 예수의 제자들은 이 말씀을 들으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 자가 누구인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 자는 가리옷 사람 시몬의 아들 유다스였다고 기록한 요한복음사가의 기록은 이 복음서를 쓸 때(100년경)밝힌 말이고 그자는 12제자들 중 유일하게 유대아지방 사람이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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