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사가 요한은 예수께서 다시 유다본토에 나타나 유대인들과 대치하는 광경을 여기에 소개한다. 요한 복음서에서 예수께서 유다지방에 나타나신 오늘의 방문은 그 두번째가 된다.
『그 후에 유대아인의 명절이 되어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 가셨다』여기서「그 후에」라는 말은 요한이 다음 사건이야기를 계속하는데 쓰는 관용어이지만 사건 순으로는 빵의 증식기적、생명의 빵의 관한 설교、베드로의 신앙고백이 있은 후에를 가리킨다.
오늘 취급하는 내용이 요한복음 5장이며 요전까지 취급한 빵에 관한 이야기가 6장임을 유의한다면 6장과 5장의 순서가 바뀌었음을 알 수가 있다. 그것은 요한 복음서에서 예수께서 유다지방과 갈릴래아 지방을 왕복하신 행적을 비교 검토한 결과 6장이 4장에 계속되고 5장이 7장에 계속 되어야 이치에 맞기 때문에 성서학자들이 순서를 바꾸어 5장과 6장의 순서를 바꾸어 놓는데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예수께서 이번에 예루살렘에 올라가신 것은 축제를 지내는데 주안점이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요한은 이 사실이 중요치 않기 때문에 그저「유대아인들의 한 명절에」올라 가셨다고만 보고하고 있다. 그 명절이 어느 명절이었는가에 관하여는 학자들 간에 이견이 분분하다.
유대아인들은 조상 때부터 민족적인 사건과 계절적인 인연을 기념하기 위하여 1년에 10가지 축제를 성대하게 지낸다. 그 중에서 사계절에 해당하는 명절은 봄에 과월절 (요한 2,13), 여름에 오순절(요한5,1), 가을에 장막절(요한 7,14), 겨울에 성전봉헌절 (요한10,22)을 지낸다. 여기에서 언급된 명절은 아마도 오순절을 가리킨다.
오순절은 50일 축제라고도 하며 과월절을 지낸 후 7주가 지나 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인 다음 그 만물을 성전에 바치는 일종의 추수감사절이다. 오순절이 지나면 또 다시 장막절을 지낸다. 예수께서는 이 때도 예루살렘에 오시게 된다. (7,14) 오순절은 예수 당시에는 추수감사보다도 시나이 산에서 모세가 십계명을 받으며 하느님과 맺으신 성약을 기념하는 것에 더 큰 의의를 부여하고 있었다. 따라서 율법준수의 정신을 한층 더 강화하는 때였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예루살렘의 양의 문 곁에 있는 베짜타라고 불리는 연못에서였다. 예루살렘에는 12개의 성문이 있었는데 양의 문이라 이름불리는 문는 성도 북쪽에 있고 이 문으로 제사에 쓸 희생양을 끌고 들어갔다 (느헤 3,1: 12,39).
이 문곁에 연못이 있었는데 그 연못은 옛날부터 흘러내리던 계곡물을 막아 성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연못 자체에서 샘물이 나오는 못 두개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이 샘물을「두 샘의 집」이란 뜻으로 베짜타 또는 베테스타라고 부른다.
이 연못은 부등변 사각형으로 되어 있고 약 50미터 폭에 95미터가량의 길이를 가진 꽤 큰 연못이며 사방에 기둥이 하나씩 있고 이 연못을 둘로 가르는 중앙에 기둥하나가 있었다.
「그 둘레에는 행각 다서이서 있었다」고 한 것은 이 다섯 개의 기둥을 말하는 것으로 요한이 이 자세한 위치를 지적한 것은 예루살렘의 멸망과 폐허화된 후 (70년) 근 30년이 지난 때였다.
지금은 성 안나성당 곁에 자리잡은 아프리카선교회「백의 선교회」신부들이 이 곳에 살고 있고 그들은 20세기 초에 이 연못을 발굴하여 성서의 기사를 확인하였다. 어떤 학자들은 이 다섯개의 행각은 구약시대의 율법서 모세5경을 상징한다고 하였는데 예수께서 이 곳에 와서 유대아인들과 안식일 문제를 논쟁한 것을 뒷받침해 주는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복음서는 유대아인들의 민간 전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연못은 가끔 샘물이 솟으며 물이 움직였는데 이것을 전설은 주님의 천사가 내려와 물을 휘젓는다고 믿고 있었고 불치병자들은 연못행각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물이 흔들릴 때 제일 먼저 들어가 몸을 적시면 병이 낫는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 전설 속에서 많은 병자들이 이 연못행각에 이 시각을 노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소경, 저름발이들이 서성거리고 두 다리가 마비된 중풍병자는 누워 있는등 주위가 법석대는 가운데 예수께서 도착하였다. 그 중에는 38년 동안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전신병자가 한 사람 있었고 그는 남보다 먼저 물속에 들어가는 데는 도저히 불가능한 절망상태에 있었다.
예수께서는 바로 이 사람이 눈에 들어왔고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낫고 싶으냐』라고 물으셨다. 38년 동안 앓고 있었다면 거의 한 평생을 병으로 시달렸다는 이야기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의 이 질문이 믿어지지가 않았을 것이다. 『이 꼴을 하고서야 어찌 남보다 먼저 물에 들어갈 수가 있겠습니까』그의 대답은 대충 이런 어조였다.
그는 다른 병자의 치유기적에서처럼 도와달라, 불쌍히 여겨달라는 간총을 드리지도 않았고 예수께서는 믿음을 요구하시지도 않았다. 예수께서는 그저 한마디 말씀만 하셨다. 『일어나 요를 걷어들고 걸어가거라』라고 명령하셨다.
그는 몸이 가뜬함을 느꼈고 요를 걷어들고 예수가 누구인지를 물어보지도 않고 가버렸다. 이 사건은 기적자체에 역점을 두는 것이 아니고 이 사건으로 안식일 논쟁을 유도하는 계기를 만드는데 역점을 두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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